탑멘탈코칭 스포츠심리센터 추연경 소장

탑멘탈코칭 스포츠심리센터 추연경 소장 ⓒ 문슬아

 
종목을 불문하고 많은 선수들이 한 번 이상 슬럼프를 겪는다. 문제는 이 슬럼프가 탈진, 즉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경우 선수 생활을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심리상담사는 선수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파악하고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선수의 상황에 맞게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 선수들의 동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경기 전후의 루틴 설정, 자기암시와 같은 다양한 심리적 요소들을 담당하며 선수와 팀을 조력한다.
 
지난 8월 16일 영남대학교 체육학부 교수이자 탑멘탈코칭 스포츠심리센터를 운영하는 추연경 소장을 만나 스포츠 심리 상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멘탈 코치 채용 사례 늘어... 도움 요청 위한 팀 내 소통 필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같은 경우는 총 30개 팀 중에 대부분 전담 스포츠심리상담사가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비 문제도 있고 선수들의 경기력부터 멘탈까지 지도자인 감독과 코치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심리지원이 좀 약한 부분이 있었죠. 하지만 요즘에는 개인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은 스포츠심리상담사를 따로 채용하고, 팀 스포츠의 경우 기술 코치와 별도로 멘탈 코치를 추가로 채용하는 구단이 점점 늘고 있어요."
 
추 소장은 선수들이 탈진(Burnout syndrome)이 오기 전 여러 가지 징후들에 선수와 지도자가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탈진의 신호들이 있어도 계속 참다보니 결국 탈진이 오는 거죠. 그런 선수들은 당장 시합에 못나가는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요. 적절한 심리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어려워요. 탈진이 오기 전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참 좋겠죠.
 
예전에는 지도자들이 심리멘탈코칭까지 다 담당하셨죠. 재활까지도. '이 정도 쉬었으면 뛰어도 된다' 하면서 밀어붙이는 문화가 있었어요. 하지만 선수는 다시 부상당할까봐 전력을 다할 수 없고, 결국 경기력이 안 좋아지는 악순환을 겪게 돼요. 다행스러운 건 예전과는 달라졌어요. 지금은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멘탈케어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어요. 고무적인 일이죠."

 
입스(yips)는 압박감으로 인해 불안이 증가했을 때 근육이 경직돼 평소에 쉽게 하던 동작을 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1920~1930년대 활약한 골퍼 토미 아머를 통해 입스가 널리 알려졌다. 연습할 때는 드라이브 샷을 펑펑 날리고, 퍼팅을 잘하지만 실전에 나서는 순간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과 주변 사람들에게 빨리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한다.
 
야구선수도 입스 증후군에 곧잘 빠진다. 투수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경우 '스티브블래스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증상 모두 심리적 불안에서 야기되는 증상들이다. 극도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다시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심리 상담사의 개입이 필요하다.
 
얼마 전 추 소장을 찾은 한 육상선수는 오랫동안 성과가 없어 진로 변경을 고민하던 중이었다. 이 선수는 연습할 때는 신기록을 달성하지만 막상 시합에만 나가면 성적을 내지 못했다.
 
"왜 시합만 나가면 안될까 답답함이 컸죠. 문제는 선수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었어요. 다른 선수와 자신을 비교하는 사고의 패턴도 강했고요. 자꾸 타인을 주인공 삼고 자신은 주인공에 가려진 조연으로 무의식적으로 인식했던 거예요. 자신감과 자존감 회복을 위한 심리훈련을 적용하고, 단기간에 집중력을 강화하는 훈련에 몰입했어요. 시합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정말 많이 쏟아부었죠."
 
다행이 이 선수는 자신감을 찾으면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남은 세 경기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추 소장은 이 선수가 이미 가지고 있던 기량, 잠재력이 심리훈련을 통해 빛을 발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슬럼프를 그대로 방치하면 입스가 와서 운동을 못하게 되기도 해요. 골프선수인데 퍼팅이 안되고, 야구에서는 포수가 투수한테 공을 못주고 그런 경우가 생기거든요. 슬럼프 기간이 길면 질병적인 진단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기간을 슬기롭게 겪어야 해요. 전문 기관을 빨리 찾아와야죠."

 
슬럼프의 요인은 다양하다. 자신의 강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휴식이 필요한 경우, 그동안 수행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본기가 약해진 경우, 팀 내 관계에서의 어려움, 선수 개인의 정서적 문제 등 그 요인에 따라 상담사의 개입도 달라진다.
 
"누군가는 어느 부분에 주력을 하면 경기력이 좋아질까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고요. 누군가는 기본기를 다시 익히면서 초심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게 무슨 이유이든 되도록 빨리 도움을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팀 내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해요. 지도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하죠. 하지만 실업팀 선수들을 만나다보면 팀 안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걸 느껴요. 경기에 투입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보니 자신의 약점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어려워하죠. 숨기려고 해요."

 
문제가 터졌을 때 오는 것 말고, 심리 기본기 탄탄하게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스포츠계의 선후배 간, 지도자·선수 간 폭행 문제가 최근까지도 대학교 운동부는 물론 프로 팀과 국가대표에서도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일련의 사건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2020년, 대규모 운동부를 운영하는 9개 대학교를 대상으로 '학교운동부 폭력 문화·관습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해, 2021년 3월 대학체육회장과 조사 대상 대학교 총장 등에게 개선책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장은 2021년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선수에 대한 괴롭힘' 항목을 신설하고, 올해 1월에는 괴롭힘 피해자의 범위를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 등 여전히 위계 문화에 속해 있는 대상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아주 어렸을 때 운동을 시작했던 한 선수는 폭언이 노랫소리로 들릴 정도로 맞는 게 너무 익숙해진 거예요. 제가 괜찮냐고 물어보면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같은 선생님한테 계속 맞았다면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요. 아주 오래 전에 한 지도자가 저한테 했던 말이 '우리 팀은 맞으면 괜찮은데'였어요. '맞으면서 배운다'는 통념이 있던 거죠. 그런데 그건 일시적으로 그래 보이는 거예요. 폭력은 계속 안 좋은 상황으로 우리를 끌고 가요. 그런 분위기에서는 선수들이 자기표현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요.
 
제가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지도자 상담과정을 필수 과정으로 넣어서 자연스럽게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월권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안되니까 애초에 명시하는 거죠. 인간적으로 선수들을 대하는 방법을 지도자들이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아주 온화한 곳에 작은 돌 하나 떨어져도 물결이 일어나잖아요. 이런 식으로 약간씩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추 소장의 말에 따르면 선수들은 대부분 문제가 발생한 이후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거의 80프로다. 추 소장은 스포츠심리상담사가 사후에 투입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발생되기 전 기본적인 심리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체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훈련을 하듯, 심리적 외상을 예방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어린 선수들은 진로와 인성, 경쟁불안으로 각성이 높아졌을 때 인지적 조절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해요. 기억에 남는 내담자 중에 특별한 심리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초등학교 때부터 심리훈련을 받은 선수가 있었어요. 부모님도 선수 출신이었는데 아이가 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심리 지원을 해주고 싶었던 거죠. 야구로 치면 어릴 때 공 던지기부터 배우듯이 기초적인 심리훈련과 상담으로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거예요. 내담자 정보를 다 알려드릴 수 없어서 종목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실제로 그 선수가 현재 해외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는 스타 선수가 되었어요. 현재는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친구들도 상담을 받으러 오고 있는데, 저는 좋은 현상이라고 봐요."
 
필드에서 기량 마음껏 발휘하도록, 의미있는 사람 되고파
 
추연경 소장은 영남대학교 체육학부 객원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17년째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한국스포츠심리학회 자격관리위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전에 비해 스포츠심리상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져 이제는 비전공자들도 교양과목으로 이 분야를 접한 후 스포츠심리상담사를 준비하는 일들도 많아졌다. 선생으로서, 또 먼저 이 길을 걸어 온 선배로서 스포츠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우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 사람에 대한 이해심과 이타심, 배려와 공감능력 등이 부족하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이런 역량은 물론 충분히 노력하면 키워질 수 있지만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죠. 인간에 대한 사랑, 남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더없이 좋은 직업이 될 수 있고요. 아울러 스포츠 학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프로그램 계발 등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직업이에요. 때문에 상담사의 에너지 고갈의 문제도 분명 있어요. 상담사로서의 자기관리도 매우 중요하고요. 내담자는 상담자의 가치관, 세계관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확장시켜 나가는 노력들도 필요합니다. 노력을 멈추지 않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겠네요."


지난 2021년 10월 20~25일 구미시민운동장 등 경북지역에서 열린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경북은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도와 서울시에 이어 종합 3위의 우수한 성적을 냈다. 여기에는 그동안 약체였던 양궁이 금메달을 2개나 따낸 공이 컸다.
 
2010년 발족한 경북장애인양궁협회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늘 약세를 면치 못하다가 2021년 남자부 황승기 선수가 2관왕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대학에서 스포츠 심리학을 강의하던 추연경 소장은 2012년 국가대표 선수들의 멘탈 코치를 자원하면서 장애인양궁협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꾸준히 선수들을 지원해 온 추 소장은 2021년 경북도 선수단 해단식에서 그동안의 공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했다.
 
팀 명칭을 밝힐 수 없지만 창단 50년 만에 우승을 한 배구팀의 활약에도 추 소장의 멘탈 코치가 큰 힘을 발휘했다. 추 소장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선수와 팀에 작용하는 심리적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심리 훈련 기술을 통해 선수들이 필드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준다.
 
그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선수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많은 이들에게 어떤 상담사로 기억되고 싶을까?
 
"꽤 많은 선수들을 만나왔는데요. 제가 이제 선수들을 접하면서 바라는 건 선수 스스로가 행복한 선수가 되기 위함이잖아요. 저에 대한 기억도 자신의 선수로서의 삶에 좀 더 생각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 의미있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탑멘탈코칭 스포츠심리센터 추연경 소장

탑멘탈코칭 스포츠심리센터 추연경 소장 ⓒ 문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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