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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오옥연 관장.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오옥연 관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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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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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옹기(甕器, 독‧항아리)를 어떻게 사용했을까. 질박함이 느껴지는 서민의 다용도 그릇인 옹기를 흔히 된장‧간장을 담는 용도 정도로 생각하는데 자세히 알아보면 놀랄 정도로 조상의 지혜와 함께 '재미'까지 엿볼 수 있다.

그 정도로 옹기의 용도는 다양했다. 대표적으로 옹기는 젓갈이나 김치 등 음식을 담아 놓았다. 숨 쉬는 그릇이라 하여 물이나 술을 담아 놓기도 했고, 추운 겨울에 방에 화롯불을 담는 용기로 쓰였다. 쌀이나 보리 등 곡식도 담아 놓았다.

또 있다. '똥통'이라 하여 변소(화장실)에 변을 모을 때도 큰 옹기를 썼다. 흔히 물을 길어 올리는 우물 안에 돌이 아닌 너비‧깊이만큼 옹기를 만들어 쌓는 데도 사용되었다.

이런 여러 옹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이다. 이 마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고향 마을이기도 하다.

오옥연(70) 관장이 20여 년간 모은 옹기가 뜰과 집 안에 한가득 있다. 어림잡아 그 숫자가 2000개를 넘는다. 넓은 뜰에 가득 옹기가 있고, 전시할 곳이 부족해 이웃에 산 집에도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제주 돌하르방이 우뚝 서 있다. 이것만 보면 마치 제주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돌하르방은 제주도 가정집에 있던 원석을 가져와 이곳에서 만든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이곳을 찾았더니, 오 관장은 거의 모든 옹기의 '역사'를 알고 설명했다. 어디에서 가져왔고, 어떤 사연이 있으며, 어느 옹기장이가 만들었는지도 저마다 유래를 '자랑'삼아 늘어놓았다.

먼저 '뚜껑'부터 만졌다. 오 관장은 "옹기는 뚜껑이 제각각인 게 많다. 왜 그러냐. 옮기는 과정에서 뚜껑이 잘 깨지다 보니 그렇다. 아마도 가정집마다 있는 옹기도 그럴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옹기는 '뚜껑 싸움'이라 할 정도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듣고 보니 뜰에 놓인 수많은 옹기의 뚜껑이 왠지 부자연스러워 보이면서도 제 자리를 잡아 '독'을 덮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한 곳에는 '어그리 독'과 '찌그러진 옹기'가 모여 있었다. 옹기를 굽는 과정에서 모양이 어그러지고 유액이 부자연스럽게 흘러내린 것이다. 오 관장은 특히 산청 생초에서 나는 '백토'로 만들어 놓은 '백토 어그리 옹기'가 제일이라고 했다.

찌그러진 옹기도 '일품'이다. 오 관장은 "전라도에서 가지고 온 찌그러진 옹기인데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고 더 좋다"며 "대개 옹기를 굽는 과정에서 찌그러지면 깨부숴버리기 일쑤다. 그래도 가져다 놓으면 좋다"고 말했다.

옹기 겉면에 표현된 문양도 다양하다. 기하학적인 그림이 있는가 하면, 꽃과 나비, 토끼가 그려져 있다. 마치 나비는 금방 날아와 붙어 있는 것 같고, 토끼는 뜰을 깡충깡충 뛰어노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도록 글자가 새겨진 옹기도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옹기 겉면에 버선, 꽃 등이 새겨져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옹기 겉면에 버선, 꽃 등이 새겨져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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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토끼와 나비가 새겨져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토끼와 나비가 새겨져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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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 관장이 한 곳을 가리키며 "참 재미있는 항아리가 있다"고 말했다. 제법 큰 옹기인데 겉면에는 '버선'이 새겨져 있었다. 누군가 장난삼아 그렸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앙증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비싼 옹기'가 어느 것이냐고 물었더니 오 관장은 특이한 곳을 가리키며 '바로 이거다'라고 했다. 성인 팔 길이 정도의 원으로 된 옹기로 모두 10개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맨 끝에 놓인 옹기 안쪽 면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전북 부안에서 가져온 '작품'으로, 신미년 6월에 만든 것으로 되어 있다. 글자를 보니 어느 집안에서 사용한 옹기인지도 알 수 있었다.

오 관장은 "여기 있는 많은 옹기 가운데 제일 비싸게 돈을 주고 사 왔다. 아주 귀하게 우물을 만드는 데 옹기를 쓴 것이다. 대개 우물은 돌을 쌓는데, 이 집안에서는 옹기를 우물 크기에 맞게 만들어 쌓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물에 옹기를 쓰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여느 집에서는 할 수 없고 양반 집안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옹기 전시장이나 박물관에서도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옥연 관장의 집 곳곳에는 옹기가 천지로 진열되어 있다. 주택 옆으로 나 있는 넓은 장독대에는 항아리가 빼곡하게 놓여 있었고, 여러 채의 작은 건물 안에도 진열대마다 가득했다.

우리 조상들은 '똥통'으로 옹기를 쓰기도 했다. 똥통 옹기는 성인 키 높이 정도로 크다. 조상들은 이 통에 변을 모았다가 버리지 않고 농사지을 때 사용했던 것이다. 변을 옮길 때 사용한 '똥장군'도 옹기를 쓰기도 했다.

또 조상의 지혜를 볼 수 있는 옹기도 많다. 벌레가 독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위쪽에 움푹 파인 공간을 두어 거기에 빗물이 고여 있으면 벌레가 빠지도록 해놓은 항아리도 있다.

옥련옹기전시장에서 두어 집 지나서도 옹기가 가득 놓여 있다. 이 집은 몇 해 전 오 관장 부부가 매입했는데, 권양숙 여사의 친정집이었다. 노 전 대통령 장인의 집으로, 다른 사람이 살던 곳을 오 관장 부부가 산 것이다. 이 집에도 입구부터 마당에 옹기가 가득하다.

옹기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오 관장은 "우리 조상들은 편리한 대로, 사용하고 싶은 옹기를 만들었던 것 같고 다양한 작품이 많다"고 했다.

그는 "마당이 넓다 보니 처음에 한 두 개 사다가 놓아보니까 보기에 좋더라. 그래서 사업하는 남편을 졸라서 전국 옹기를 사러 다녔고, 한때는 경매장을 휩쓸다시피 했다"며 "옹기 운반비만 해도 제법 돈이 많이 들어갔다. 따라와 준 남편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곳 옹기는 대부분 안이 비어 있고 전시용이지만, 제법 많은 독 안에 간장, 된장, 젓갈이 들어 있다. 오 관장은 남해 미조에서 멸치를 사다가 젓갈을 담기도 하고, 해마다 콩을 사서 된장과 간장을 담그고 있다.

그는 "모아 놓은 옹기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거 같다. 옹기를 보고 있으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재치를 느낄 수 있어 더 좋다"며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몰라줘 아쉽기도 하다"고 했다.

전국에 옹기를 모아 놓은 박물관이 많다. 여느 박물관과 달리 옥련옹기전시장은 건물이 아니라 야외에 있는 게 특징이다. 오옥연 관장은 옹기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전국에 옹기장이들이 있고 박물관도 많다. 옹기 엑스포가 열린 적도 있다. 어떤 옹기는 골동품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활 그 자체다.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고 실용성도 뛰어난 옹기에 관심을 가져 달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오옥연 관장.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오옥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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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전북 부안군 주산면 화정리에 있던 우물에 사용되었던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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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전북 부안군 주산면 화정리에 있던 우물에 사용되었던 옹기.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전북 부안군 주산면 화정리에 있던 우물에 사용되었던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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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벌레가 옹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위쪽 둘레에 빗물이 고이게 만들어 놓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벌레가 옹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위쪽 둘레에 빗물이 고이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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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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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굽는 과정에서 찌그러져 나온 옹기.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굽는 과정에서 찌그러져 나온 옹기.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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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유액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만들어진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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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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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옹기에 글자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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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화장실 똥통으로 사용된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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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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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 있는 옥련옹기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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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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