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말미마을 골목길 갤러리는 1978년 강서중학교 졸업생 14개반 단체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말미마을 골목길 갤러리는 1978년 강서중학교 졸업생 14개반 단체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 이혁진

관련사진보기

 
동네 골목길에 걸린 빛바랜 졸업사진이 오가는 주민들에게 추억을 소환하며 잔잔한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 '말미마을 골목길 갤러리'에서 70년대 중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전시해 흥미로운 시선을 끌고 있다. 사진 주인공은 1978년 서울 강서중학교 7회 졸업생, 이들은 졸업 45주년을 맞아 졸업앨범사진을 과감히(?)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은 반 별로 찍은 졸업기념 단체사진과 급훈, 졸업생 명단이 전부다. 특별히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여기엔 졸업생 모두의 풋풋한 얼굴과 당시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요즘 누가 학교 졸업앨범을 꺼내보는 사람이 있을까. 혹 살펴보는 이도 있겠지만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70년대 고교를 졸업한 필자도 졸업 후 앨범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앨범 자체가 어디 있는지 조차 가물거린다.

그런데 유물이 되다시피한 졸업앨범도 누가 대신 보여주면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게 인지상정 아닐까 싶다. 언젠가 동창 카톡방에 한 친구가 졸업사진을 캡처해 올렸다. 소풍 가서 찍은 단체사진이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댓글이 무수히 달리고 대댓글이 뒤따랐다. 어떤 사진보다 인기가 많았다.

졸업앨범을 아예 모임에 들고 온 친구도 있었다. 이민 갔다 귀국한 동창을 환영하기 위해 몇 명이 모인 자리에 졸업앨범을 가져왔는데 친구들은 사진을 화제로 젊은 시절을 추억했다. 만약 사진이 없었다면 그날 모임은 밋밋했을 것이다.
 
금천구 말미마을 골목길 갤러리는 강서중학교 졸업생 앨범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금천구 말미마을 골목길 갤러리는 강서중학교 졸업생 앨범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 이혁진

관련사진보기

 
전시중인 흑백사진 속 얼굴들은 컬러사진 보다 더욱 선명해 보인다. 흘러간 과거가 또렷하다는 착각이다. 마치 어릴 적 즐겨본 만화경 속에 빠진 기분이다. '추억은 아름답다'는 말에 나는 무조건 동의한다.

사진에는 '급훈'도 빠짐없이 자리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자' '노력하자' 등등 유사한 표어들이 촌스럽고 식상해보인다. 어느 반은 급훈이 똑같다. 당시 담임 선생님들은 급훈을 정하는데 특별히 고민한 것 같지는 않다.

급훈 가운데 '멋을 아는 사람이 되자'는 문구가 눈에 머문다. 기발하고 개성있는 요즘 급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시절 급훈치곤 뭔가 '급'이 달라 보인다.
 
강서중학교 졸업단체사진 중 일부
 강서중학교 졸업단체사진 중 일부
ⓒ 이혁진

관련사진보기

 
강서중학교 졸업단체사진 중 일부3
 강서중학교 졸업단체사진 중 일부3
ⓒ 이혁진

관련사진보기

 
아무튼 급훈대로 학생들이 노력했는지는 차치하고 70년대 급훈은 '몰개성적'이다. 교훈도 학교만의 설립 목적과 특성을 반영하기 보다는 추상적인 도덕적 문구나 표어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급훈과 교훈을 보니 포개지는 장면이 있다. 복싱 챔피언 홍수환씨의 투지가 떠오른다. 그는 1977년 WBA 주니어패더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4번 다운 당하고도 KO승으로 4전5기의 신화를 창조했다. 그의 불굴 정신이 학교 급훈에서 나왔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강서중학교 졸업단체사진 중 일부4
 강서중학교 졸업단체사진 중 일부4
ⓒ 이혁진

관련사진보기

 
78년 졸업앨범 사진에서 교정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정신 표어가 학교 건물에 붙어있고 '멸공'과 '충효'라는 문구도 보인다. 학교가 시대상을 대변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한 반에 70명이 공부했다. 학급당 20명 내외의 지금의 교실 풍경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초래한 결과다. 미래를 생각하면 전율이 돋는다.

이렇듯 단체졸업사진은 사회 구성원들의 시대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 면에서 강서중학교 졸업생들의 앨범사진 공개는 매우 뜻있는 결정으로 환영한다.

졸업생들은 어느새 환갑을 맞았다. 짐작컨대 이들은 어느 동문들보다 애교심이 크다고 자부할 것 같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주 만나 끈끈한 우정을 나눴을 것이 분명하다. 내 경험을 보더라도 졸업동문 중 유독 활기차고 돈독한 동창들이 학교를 아끼고 학교 행사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그들을 볼 때면 솔직히 부럽다.

한편 강서중학교는 1999년 '세일중학교'로 교명이 바뀌었다. '열심히 배우자' '바르게 살자' '씩씩하게 자라자'는 옛 교훈도 추억속으로 사라졌다. 졸업사진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는 헬렌 켈러의 말이 생각난다. 추억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런데 환갑을 맞은 이들의 얼굴은 과연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갤러리 사진 한켠에 환갑 동창생 단체사진도 함께 걸리면 더욱 좋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습니다. 어쩌다 그것이 언론과 신문에 발표되고 이를 계기로 글쓰기 지평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습작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