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11월에 모기가 이렇게 많아..."
지난 19일, 서울시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가장 많이 들린 말이다. 사람들은 다리를 한시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동동거렸고, 손 또한 허공을 휘젓느라 쉴 새가 없었다. 모두 모기를 쫓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는 비단 11월에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2022년 9월, 유독 여름에 보이지 않던 모기들이 기승을 부렸다. 2022년 서울시 디지털모기측정기(DMS) 채집모기수 현황(50개소)을 살펴보면 2022년 7월 채집모기수는 5만7971마리, 8월 채집모기수는 5만5677마리, 9월 채집모기수는 7만403마리였다. 그동안 '여름 단골 손님'으로 여겨졌던 모기가 왜 올해는 유독 가을에 기승을 부리고 있는 걸까? 지난 4일, 30년 넘게 모기를 연구한 '모기 박사'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교수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라는 속담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올해 유독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정말 이 말을 바꿔야 한다는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지금 그럴 시기가 됐어요. 왜냐하면 전에는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까지가 주로 장마철이었고, 기온은 8월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덥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뜨겁지는 않았었어요. 그래서 모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계절이 7월, 8월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기온이 높게 온난화되다 보니깐 여름철이 엄청나게 뜨거워져서 모기도 오래 살지 못하고, 활동을 못해요. 오히려 8월은 모기가 옛날보다 좀 줄어들었어요. 9월이 되면 비도 적당량 오고 기온도 좀 떨어지니깐, 오히려 모기가 더 많이 발생하는 거죠. 근데 도시에서 유독 9월 모기 수 증가 현상을 보이고 있다."
- 9월 모기 수 증가 현상이 왜 도시에서 도드라지는 것까요?
"도시 안에는 아주 많은 구조물이 있죠. 빌딩들과 집들이 많잖아요. 낮에 태양광선을 받은 집과 빌딩이 열을 보호하고 있다가, 태양이 없어진 뒤인 밤에도 계속 열기를 뿜으니까... 온도가 밤에도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외곽지대보다 도심지에서 그런 현상(모기 출현)이 더 많이 나타나요.
그리고 도시 같은 경우는 건물이 따뜻하잖아요. 저녁이 되면 열기가 바깥으로 자꾸 빠져나가요. 그러니까 바깥은 차갑고 안은 따뜻하니까 모기들이 따뜻한 걸 찾아서 건물 안으로 자꾸 들어오는 거죠. 그러니 도시 같은 경우 가을에 더 모기가 많이 눈에 띄게 되는 거죠."
- 모기의 개체수가 9월보다는 7월, 8월이 더 많았던 2019년과 같이 돌아가려면 어떤 개선이 필요할까요?
"8월에 모기가 많고 9월에 적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래서 굳이 예전으로 돌아갈 이유는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한반도는 최근 100년 사이에 기온 상승이 전 세계 기온 상승률의 거의 두 배에 해당돼요. 전 세계 평균치 기온 상승이 0.8도인데 한반도는 1.7도 정도 상승했거든요. 기온 상승률이 상당히 높은 건데, 8월 기온이 옛날처럼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왜냐하면 지금 한반도는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가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지금 가장 추운 계절이 1월인데, 2050년 이후엔 1월 기온이 10도 이상 올라간대요. 10도 이상 올라가면 뎅기열, 지카바이러스감염증을 옮기는 흰줄숲모기의 성충이 죽지 않아요. 그러면 지금 말라리아처럼 토착성이 될 수 있는 거죠."
'모기 박사' 이동규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은 것은 '기후변화'였다. 사실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북극곰, 빙하 등을 통해 수없이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변화들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에 대해 잠깐 관심을 두었다가 거둘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 가을, '모기'를 통해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모기'는 기후변화를 통한 경험의 시작일 뿐이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면, 우린 모기에 물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변화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