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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한국" 출판물 표지 (사진 : 김연웅 기자)
 "사랑해! 한국" 출판물 표지 (사진 : 김연웅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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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지금을 사랑이 상실된 시대, 사랑이 어려운 시대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연대가 사라진 작금의 현실을 풍자하는 표현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사랑과 연대가 필요함은 모두가 절실히 동감하는 대목이다.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희미해져 가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사랑을 전하고 연대를 이룰 수 있을까. 그 힌트를 이번 행사에서 얻을 수 있었다.

지난 11월 30일,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2층에서 <사랑해! 한국> 출판기념회가 진행됐다. <사랑해! 한국>은 이주민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이주민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든 출판물로 '서툰 한국어로 쓴 이주민 글 모음집'이라는 부제로 출간되었다.

책은 이주민 작가들이 한국어로 하나 둘 써 내려간 시와 수필,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1편의 글을 실은 작가부터 많게는 4편의 글을 실은 작가도 보인다.
      
이주민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주민학교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을 위한 학교로, 이주민을 대상으로 기초한국어교육, 한국어토픽교육, 기초영어교육, 귀화면접시험교육 등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검정고시반과 진로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교육을 보장받을 수 있게 그 환경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이주민사회적협동조합은 2018년에 창립되어,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각종 이주민 모임과 이주여성회 등의 공동체를 구성하여 지원하고, 다문화 자녀에게 이주민 부모의 다국어를 가르쳐주는 자녀 교육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사업을 통해 다방면으로 이주민의 생활을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양미자 이주민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이주민들은 풍부한 문화적·언어적 자원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의 다양한 문화를 한국 사회에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지 않을까. 그로 인해 한국 사회가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이 가지게 되는 언어적 한계가 이주민학교를 통해 오히려 풍성한 문화적·언어적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출판기념회와 함께 진행된 '2022 이주민학교 성장발표회' 식순 자료 (사진 : 김연웅 기자)
 출판기념회와 함께 진행된 '2022 이주민학교 성장발표회' 식순 자료 (사진 : 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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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판 프로젝트는 2021년 이주민 학교에서 시도한 5행시 짓기에서 시작되었다. 가능성을 본 이주민학교는 2022년 봄 이주민글짓기 대회를 개최했고, 해당 대회를 통해 모인 60여 편의 진심이 담긴 글들을 엮어 책으로 출판했다. 시, 수필, 편지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글들에는 이주민들의 한국에서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난 11월 30일에 진행된 이번 행사는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단순한 출판기념회가 아니었다. 이주민 공동체의 교류 행사이자 친목의 장이었다. 이주민 작가들과 그 가족 그리고 지인들과 동네 주민들이 모두 모여 서로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는 연대의 장은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써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사랑해! 한국> 출판기념회에서 '2022 이주민학교 성장발표회'가 함께 진행된 것은 이번 출판이 이주민 공동체가 함께 한 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사랑해! 한국" 출판기념회에서 기념 촬영 중인 셀파강이 작가와 가족들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사랑해! 한국" 출판기념회에서 기념 촬영 중인 셀파강이 작가와 가족들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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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을 가진 후 생활이 어려웠다. 특히 언어적인 어려움이 컸다. 이주민학교를 만나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 큰 도움이 되었다."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셀파강이 작가의 말이다. 셀파강이 작가는 이번 책 속 자신이 쓴 5행시 '이주민학교'를 보여줬다. 해당 시도 좋은 글이었지만, 셀파강이 작가의 성장과 그에 행복해하는 작가의 모습이 담긴 것 같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국에 온 지는 12년이 되었다. 4명의 아이를 낳았고, 어려움도 많았다. 우울증을 겪던 시간도 있었다. 이주민학교를 알게 돼 공부를 시작했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대학교 입시를 준비할 계획이다. 큰 자신감을 얻었다."

한진주 작가는 본인의 대표작으로 '삶'을 꼽았다. 한진주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랑과 미소, 이타성과 믿음은 그가 들려 준 이야기와 겹쳐 진한 감동을 준다.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그는 사랑과 믿음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되었다. 훌륭한 시에 비해 한국 사회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한진주 작가의 대표작인 '삶'은 도리어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만 같다.
 
"사랑해! 한국" 출판기념회에서 기념 촬영 중인 한진주 작가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사랑해! 한국" 출판기념회에서 기념 촬영 중인 한진주 작가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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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한국" 책 속, 한진주 작가의 '삶' 작품 (사진 : 김연웅 기자)
 "사랑해! 한국" 책 속, 한진주 작가의 '삶' 작품 (사진 : 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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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판의 의미에 대해 묻는 질문에 양미자 대표는 "이주민들에게는 자신감 또는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에게는 이주민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이웃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는 기회이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한걸음이 더 자주 모인다면 어느새 우린 어깨동무하고 나란히 서 있지 않을까. "사랑해! 한국"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가 한국 사회에 부족한 사랑과 연대를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연웅 기자, #사랑해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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