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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던 어느 순간, 달콤하고 고소한 내음이 코를 찔렀다. 티딕, 탁. 치이익. 티딕, 탁, 치이익. 쉴 새 없이 틀에 반죽과 앙금을 채워 넣는 소리였다. 그을음이 묻은 목장갑을 낀 아주머니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황금빛 물고기들이 태어났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달콤한 냄새와 영롱하게 빛나는 황금빛 물고기에 눈이 멀어 하나둘 멈춰 서기 시작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이미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포장마차 앞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포장마차는 지난해와 다름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1000원에 5개였던 미니 붕어빵의 가격이 1000원에 4개로 인상된 것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미니 붕어빵 천 원어치를 구매해 친구들과 나눠 먹고는 했다. 친구와 나는 붕어빵 봉투를 받자마자 게 눈 감추듯 각자의 몫을 먹어치우고 가위바위보를 했다. 보너스나 다름없는 마지막 붕어빵을 누가 먹을지 정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붕어빵이 내 차지가 되면 그 붕어빵을 먹는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그래서인지 네 마리에 1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보며 약간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쩔 수 없어요... 나만 올린 게 아니고 다 같이 오른 거니까"
    
아주머니가 빵 부스러기도 정리하지 못한 채, 바쁘게 붕어빵을 굽고 있다.
▲ 붕어빵 굽는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빵 부스러기도 정리하지 못한 채, 바쁘게 붕어빵을 굽고 있다.
ⓒ 송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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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노원구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A씨는 매대에 떨어진 붕어빵 끄트머리를 정리하지도 못한 채 손을 바삐 놀리며 입을 열었다.

"요즘은 가스비가 올라서 이렇게 팔 수밖에 없어요. 원래는 한 달에 가스비 3만 원을 냈는데 이번에는 5만 원까지 올라갔어요. 내가 장사를 10년 하면서 밀가루도 보통 3년에 500원씩 올랐는데 이번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한 봉지에 2000원이 올랐어요."

A씨는 잠시 붕어빵을 굽던 손길을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지금 큰 거 2개에 1000원 받는다고 도둑이 아니라니까. 지금 공급처에서 (재료등의 가격을) 너무 많이 올렸는데, 중간에 있는 우리만 비싸다고 욕을 먹어요. 어쩔 수 없어요. 나만 올린 게 아니라 다 같이 오른 거니까."

그는 재료값뿐만 아니라 월세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저는 여기서 월세 내고 장사해요. 노점에서 하면 단속당해서요. 붕어빵 하면서 월세는 월세대로 내지. 재료값은 값대로 오르지. 정말 상황이 이럴 수밖에 없어요. 요즘 편의점에 1000원 들고 가도 살 거 없잖아요. 붕어빵만 조금 비싸면 막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야."

A씨는 손놀림을 멈추고 포장마차 앞에 줄 서 있던 손님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순간 그가 끼고 있던 안경에 하얗게 김이 서렸다. 바람을 가리기 위해 천막 대신 세워놓은 대나무 차양에서도 바람이 스며드는 소리가 났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노점상

사실 노점상은 정식으로 음식을 팔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길거리에 천막을 쳐놓고 장사하는 노점상 대다수가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한 가게이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 식품위생법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A씨가 언급했던 월세는 아무 곳에서나 장사할 수 없으니, 장사할 수 있는 임시 공터를 빌려 땅 주인에게 내는 자릿세였다.

하루에 보통 7시간 장사를 한다는 A씨는 이 정도 서서 일하는 것은 힘든 것도 아니라고 했다.

"원래는 3시부터 10시까지 장사하는데, 어제는 11시 30분까지 구웠어요. 정리하는 시간 대에 사람들이 계속 오니까 시간이 늦어진 거죠. 한 철 장사니까 열심히 해야 해요. 마음 같아서는 몸을 10개로 늘려 장사하고 싶어요."

겉으로만 봤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속사정이 보였다. 노란 백열전구가 켜진 포장마차 안에서 의자도 없이 손을 놀리는 주인아주머니와 그 자리에 널브러진 붕어빵 조각들. 아슬하게 쌓여있는 밀가루 반죽들과 품고 있던 재료를 잃고 은색 무늬만 남긴 스테인리스 통. 오늘도 아주머니는 밤까지 손을 놀릴 것이다. 또 늦은 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키기 위해 늦게까지 앉아있다가 내일 장사를 위해 새벽에야 잠에 들 것이다.

태그:#붕어빵, #잉어빵, #포장마차, #노점상, #길거리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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