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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전통>에 마련된 전통놀이 체험코너
 <오늘전통>에 마련된 전통놀이 체험코너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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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설과 대보름이 훨씬 지났지만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를 찾은 가족들이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옆에는 비석치기, 팽이치기, 딱지치기 전통놀이 공간도 있다. 관람객들은 이외에 두뇌를 쓰는 '화가투(花歌鬪)' 전통놀이도 체험했다. 

전통놀이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놀이가 전승되고 있지만 이름만 전해지는 것도 많다. 누가 시조를 빨리 외우는지 겨루는 화가투 기구를 본 젊은 남녀는 "조상들의 선비정신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자도 현장에서 공기놀이와 제기차기를 즐기면서 잠시 옛 추억에 잠겼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윷놀이와 유사한 '쌍륙놀이'와 '남승도' 놀이판을 이곳에서 처음 봤다. 

<오늘전통> 첫 전시
 
오늘전통에 전시된 다양한 색깔의 한지
 오늘전통에 전시된 다양한 색깔의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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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전통놀이 체험공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전시하는 2023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의 일부다. 전시주제는 '뉴트로(newtro)'라는 말 그대로다. 새로운'(new)과 '복고풍'(retro)의 신조어로 전통문화의 새로운 오늘을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회는 '오래오래' '아름답게' '쓸모있게' '생동하게' '행복하게' 등 섹션과 동선마다 전통문화의 가치를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다. 
 
전통문양을 활용한 마스크와 부채
 전통문양을 활용한 마스크와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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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양을 활용한 식당소품
 전통문양을 활용한 식당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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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로 만든 태극기
 한지로 만든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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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문양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 상품들을 살필 수 있다. 이를 통해 전통흔적들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문양을 살린 식당의 각종 메뉴와 안내판, 태극기, 마스크까지 아름다운 전통문양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는 한지, 한복, 한식 등 세가지가 대표하고 있다. 전시관은 1층과 2층에 이들의 정체성과 매력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닥나무를 가공한 부드럽고 질긴 한지는 우리 고유의 종이다. 창호지, 화선지, 소지, 벽지, 장판지, 색지 등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특히 빛을 반사하고 투과하는 한지는 조명과 병풍 등 생활소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7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전라북도가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 영빈관의 병풍과 창호를 한지로 마감 디자인했는데 현지의 뜨거운 반응에 무릎을 친 적이 있다. 

한지, 한복, 한식의 세계화
 
<오늘전통>에 전시된 개항이후 남녀 한복
 <오늘전통>에 전시된 개항이후 남녀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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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도 빠질 수 없다. 전통한복이 개량한복으로 버전을 거듭하고 대중화 트렌드가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복궁 등 고궁 나들이에 국내외 젊은이들에게 화려한 개량한복은 필수 복식 아이템이다. 

전시관은 개항 직후 남녀 전통한복을 집중 조명하고 있는데 색깔과 디자인 모두 발길을 잡는다. 이곳에서 전통한복 6종과 개량한복 4종을 관람할 수 있다. 저고리 위에 덧입는 조끼인 '배자'를 입어보는 한복 '액티비티' 공간도 특별히 마련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한식의 맛과 건강은 영상으로 연출됐다. 이 코너에서는 내가 만든 한식 미니어처와 전통보자기 매듭을 체험할 수 있다. 
 
한지로 만든 다양한 디자인 예술품
 한지로 만든 다양한 디자인 예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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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청년들이 전통문양과 디자인을 살려 만든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도 있다. 이른바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융합을 모색한 문화상품들이다. 전통문양과 기법을 가미한 액세서리, 찻잔, 이어폰케이스, 타로카드 등은 고급상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전통문양과 한지 등으로 만든 생활소품과 액세서리 판매코너
 전통문양과 한지 등으로 만든 생활소품과 액세서리 판매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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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마지막에는 전통 주사위인 '주령구'를 활용한 체험공간과 새해 다짐을 적는 '작심쓰기' 코너가 있다. 주령구는 통일신라시대 귀족들이 술 마실 때 가지고 놀던 14면체 주사위로 각 면에는 '노래 없이 춤추기' 술잔을 단번에 비우고 크게 웃기' '시 한 수 읊기' 등 유쾌한 벌칙들이 쓰였다고 전해진다. 
 
작심쓰기 코너에 걸린 새해 작심을 쓴 종이들
 작심쓰기 코너에 걸린 새해 작심을 쓴 종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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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운세카드로 바꾼 주령구 벌칙으로 나는 백절불굴(백번 꺾여도 굴하지 않는다) 카드를 뽑았다. 이처럼 벌칙을 복덕카드로 새롭게 변형해 전통놀이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인 점이 좋았다. 

전통문화 최근 트렌드, 법고창신(法古創新)

<오늘전통>은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알리려는 취지를 십분 살렸다. 관람객의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인 전시구성도 장점이다.

전통문화는 이제 답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의식과 함께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일테면 세시풍속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단절되거나 변형될 수 있는데 그 흔적과 정체성만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통은 늘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다. 

오래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들렀을 때 우리 유물 전시관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유물의 가치가 아니라 표현하는 방식과 분위기였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살린 전통문양과 이미지를 언제 어디서든 쉽게 빠르게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늘전통>에서 다양한 전통놀이 기구들이 선반에 있다.
 <오늘전통>에서 다양한 전통놀이 기구들이 선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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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번 전시회의 옥에 티 하나 지적하고자 한다. 전시공간 인력들의 사전교육이 절실하다.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공간에서 일부 아르바이트생은 전시물과 체험시설에 대해 문외한이나 다름없어 질문하는 관람객이 무안했다. 그럴 바엔 시설경비를 고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문체부에 따르면 <오늘전통> 페스티벌은 올해 첫 시작으로 매해 새해를 맞는 연례행사로 추진할 계획이다. 2023년 오늘전통은 오는 26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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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뉴트로, #오늘전통, #문화역서울284, #법고창신,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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