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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지난주, 동생에게서 갑자기 반가운 연락이 왔다. 바로 동생이 서울 송파구 주말농장인 '솔이텃밭' 추첨에 도전, 당첨돼 텃밭을 분양받았다는 것이다.
동생으로부터 전달받은 솔이텃밭 경작자 선정 문자
 동생으로부터 전달받은 솔이텃밭 경작자 선정 문자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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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거의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온 나는 오래전부터 농작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나는 누군가가 만들어준 농산물을 먹고, 누군가가 만들어준 옷을 입고, 누군가가 지어준 건물에 살며 댓가로 돈을 내며 살아왔다.

따지고 보면 나도 종종 사무직과 서비스직에 종사해오며 누군가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생산한 적도 있지만, 이건 좀 다른 문제였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 그리고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까지 그 동안 나는 다른 누군가가 만든 것을 소비하기만 하며 살아온 것이다. "나는 왜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생기자, 자연스럽게 뭔가를 생산하고 싶기 시작했다.  

상추씨와 토마토모종 심어봤지만... 결과는 늘 '꽝'

도전을 안 해본 건 아니다. 나는 스티로폼 상자에 상추씨를 뿌려보기도 하고, 토마토와 상추모종을 심어보기도 하고, 파를 사면 뿌리를 잘라 화분에 심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 남들은 실패하기도 어렵다는 상추농사를 나는 두세번 실패했고, 토마토와 상추모종의 경우 이를 심어놓고는 얼마 뒤 이사를 가게 되어 수확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파 역시, 뿌리를 심으면 새로 나온 파는 본래 뿌리보다 얇게 올라와, 한두번 잘라 먹고 나면 더 수확하기가 어려웠다.
 
예전에 시도했던 상자텃밭. 도중에 이사를 가는 바람에 수확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예전에 시도했던 상자텃밭. 도중에 이사를 가는 바람에 수확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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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제대로 된 도시농부가 되고싶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나 또한 작년에 솔이텃밭에 호기롭게 지원했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로망을 가진 도시민들이 많았는지 무작위 추첨에서 떨어졌었다.

아쉬워서 벼르고 있다가, 올해 공고를 보고서는 동생에게까지 같이 신청해보자고 부탁했다. 그런데 동생찬스(?)가 제대로 먹혔는지, 동생이 무작위 추첨에 당첨돼 분양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송파구 솔이텃밭, 10개월에 7만원... '텃밭농사'팀도 꾸렸다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솔이텃밭 위치도(송파구청 갈무리)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솔이텃밭 위치도(송파구청 갈무리)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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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의 솔이텃밭은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의 땅을 구청이 땅 주인들에게 비용을 내고 주말농장으로 송파구민들에게 분양하는 것이라고 한다.

총 330구획으로, 1구획당 가로와 세로가 각각 3미터씩, 총 9제곱미터(약3평)이고, 3월부터 11월까지 경작하는 데 1년에 7만원을 경작대금으로 지불한다. 이를 위해 송파구청에서는 농기구를 대여해주고, 기초 농사법을 교육해주고, 농수나 퇴비 등 편의시설도 공급해준다고 한다.

참고로, 서울 송파구뿐만 아니라 서울시 내 다른 지자체들도 텃밭을 시민들에게 분양해준다. 홈페이지 '서울농부포털(바로가기 링크)'이란 곳에 가면, 송파구와 은평구 등 다양한 지자체의 텃밭 분양 소식 또한 알 수 있다. 

동생에게 이날 연락을 받은 뒤 경작대금을 바로 입금했다. 주변에 관심있는 지인들이 있다고 해, 이들을 중심으로 텃밭농사에 같이 도전해볼 팀도 꾸렸다. 도시농부, 이번엔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이다. 
 
서울농부포털(도시농업) 홈페이지 첫화면 갈무리
 서울농부포털(도시농업) 홈페이지 첫화면 갈무리
ⓒ 서울농부포털(도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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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지선은 2021년 서울 송파라 보궐선거에서 미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였고, 현재 송파에서 환경과 성평등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도시농부, #송파구, #도시농업, #주말농장, #솔이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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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파에서 시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궁리하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ditto.2020 페이스북@jeese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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