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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말부터 매 회 1시간 분량의 홈트(유튜브)를 주 4회씩 했습니다. 감히 저 혼자 시작한 건 아니었고 운동 소모임에 가입하여 오픈채팅방 인증을 통해 꾸준히 운동을 이어왔습니다. 코로나나 독감, 감기 등으로 인해 종종 쉰 적도 있지만 대체로 한 달에 3주 이상은 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이번 달에 처음 목표했던 100일 프로그램을 완주했답니다.

그간 특별히 운동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값을 지불하고 했던 운동이라고는 3년 전쯤 스피닝 두 달을 한 게 전부입니다. 집 근처 하천을 설렁설렁 걷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이런 제가 본격적으로 홈트를 마음먹고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저의 허리 때문이었습니다.

21년 10월 막둥이를 낳고 반년쯤 지났을 무렵 저는 갑자기 허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병원을 찾은 결과 허리디스크 초기 판정을 받았어요. 저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이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가끔씩 허리가 아프긴 했지만 워낙에 제 몸에 둔감한 터라 허리디스크라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거든요.

급하게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해 보니 허리를 낫게 하려면 통증이 사라지는 대로 걷기와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전에 종종 하던 요가도 저에게는 무리인 자세가 많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죠.

내 허리를 위한 운동이 절실해
 
덤벨, 에어팟, 핸드폰이 전부입니다.
▲ 홈트 준비물 덤벨, 에어팟, 핸드폰이 전부입니다.
ⓒ 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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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중에 홈트 유튜버 채널 하나를 알게 되었고 일단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조심스레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상의는 집에서 잘 때 입었던 늘어진 티로, 하의는 몇 년 전에 인터넷으로 구입한 7부 레깅스를 입고요.

처음에는 '이 운동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는 거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재생시간이 20분, 30분도 아닌 50분이 기본이었고 어떤 날은 1시간이 넘는 날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새벽기상을 하는 날에 홈트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보통 월, 수, 금, 토 또는 화, 목, 토, 일로 계획을 하고 퐁당퐁당 징검다리를 건너듯 하루 운동을 하면 다음 날은 쉬는 방식으로 리듬을 조절했어요.

초반에는 자세가 몸에 익숙하지 않고 무엇보다 체력이 따라주질 않아서 설렁설렁했습니다. 그리고 잘못했다가는 허리가 또 아플까 걱정이 되어서 상체를 숙이는 자세는 다른 운동으로 대체하며 대충 했어요.

이렇게 해도 운동이 될까 싶을 정도로 불성실한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한 주 한 주 지속하는 가운데 어느 날,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느새 몇 달을 하고 나니 허리 통증은 거의 다 사라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100일 프로그램 중 초반 50일은 맨몸 운동, 후반 50일은 덤벨 운동입니다. 후반 50일 프로그램을 시작할 무렵 생수통을 붙들고 운동을 하면서 '이제 덤벨 하나쯤은 사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집에서 홈트 하는 걸 알고 있는 직장 친구가 안 쓰는 덤벨을 저에게 나눔해줬습니다. 그 덕에 저의 홈트는 여전히 투자비용 0원을 자랑하며 이어졌습니다.

3년 만에 복직 후 일을 하면서도 새벽마다 운동을 함으로써 100일 프로그램을 완주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운동을 가르쳐주는 분이 저와 비슷한 나이에 운동을 시작하셨더라고요. 운동을 따라할 때마다 도전 정신과 용기를 배울 수 있었어요. '나도 언젠가는 저분처럼 멋진 몸매를 가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고, '운동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는 말씀이 정말 제 마음에 와닿았어요.

또한 다른 홈트 영상은 보다 말다 한 적도 있고 운동 자체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 홈트만큼은 영상 편집 스킬, 그리고 배경화면(맨해튼의 멋진 하늘), 감각 있는 인테리어, 그리고 힐링이 절로 되는 배경음악이 큰 역할을 해줬어요.

한 가지 운동을 지속하는 계기는 운동 자체 때문일 수도 있지만 부수적인 요소들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헬스장을 간다 해도 트레이너의 성향, 가르치는 스킬, 헬스장 분위기, 내부 시설 등에서 영향을 받듯이요. 저에게는 호기심이 자극되고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가 있는 영상이었어요.

실질적으로는 운동을 하면서 제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평생을 일자허리인 줄 알았던 저였는데 아주 조금, 아주 미세하게 허리라인이 생겼어요. 남들은 모릅니다. 아직은 효과가 미미해서 저만 알 수 있을 정도거든요!

그리고 팔뚝에 근육이 붙기 시작했어요. 오른팔은 좀 더 단단하게 그리고 왼팔은 조금 덜 단단하게 근육이 생겨났습니다. 근육이 짝짝이로 생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변화입니다. 일평생 근력 운동이라는 건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 한 가지

홈트를 통해 '나를 사랑하는 방법' 한 가지를 찾았어요. 책에서도 강연에서도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말을 참 많이 읽고 듣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하루하루 운동을 해나가면서 찌뿌둥했던 제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알게 되었고 1편, 2편으로부터 시작해서 100일 프로그램을 완주했어요.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새벽마다 약 100시간 동안 가졌다는 것 자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는 계기는 저마다 다를 것 같아요. 저는 살을 빼려는 목적보다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허리 통증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작했어요. 자만해서는 안 되지만 이제 허리디스크 초기였던 저의 모습은 일상에서 찾기 힘들어졌어요. 이것만으로도 제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이제와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운동의 '참맛'을 보았거든요.

이제는 허리통증이 가셨으니 그다음 목표를 세우고 또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무슨 운동을 할까? 언제 할까? 어떻게 할까? 어떤 옷과 소품을 사야 할까? 고민하시기보다는 일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운동이라도 그리고 5분, 10분이라도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태그:#자기계발, #운동, #소모임, #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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