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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토 마사시 공학박사.
 일본 고토 마사시 공학박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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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핵)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은 후쿠시마 원전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전체 원전이 해당된다. 안전한 원전을 만들 수 있다면 사고가 없을 것인데, 지금까지 안전한 원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다. 원전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안전할 수 없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냐"는 물음에 고토 마사시(74, Goto Masashi) 공학박사가 한 말이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여했고,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나기 2년 전에 퇴사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원전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1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탈핵경남시민행동과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 초청으로 강연을 펼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상공에서 찍은 사진부터 보여준 고토 박사는 "1~6호기까지 있는데 당시에는 1~3호기만 가동 중이었고 나머지는 정지 상태였다"며 "결국 (핵심물질이 들어 있는 중심부인)노심이 용해돼 수소반응을 일으켜 폭발했다. 그런데 1·3호기가 폭발했고 2호기는 폭발하지 않았으며, 가동하지 않고 있던 4호기가 폭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멈춰있던 4호기는 왜 폭발했을까. 그것은 3·4호기가 연결돼 있었고, 한 쪽에서 사고가 나면 역류하게 돼 있었다. 3호기에서 발생했던 수소가 배관을 타고 역류해서 4호기가 폭발했던 것"이라며 "3호기가 가장 피해가 컸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원인은 지진이고 결국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그는 "지진이 발생하면 여러 관련 시설이 파괴되고, 전기가 차단된다. 원전은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지만 전기가 없으면 가동할 수 없다"며 "전기를 외부에서 끌어올 수 없다면 자체 발전을 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지진으로 관련 시설이 파손됐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큰 지진이 아닐 경우에는 외부에서 전기가 차단되더라도 비상용 발전이 있어 괜찮다. 문제는 지진 발생 직전까지는 비상용 발전이 가동됐는데, 지진 직후 쓰나미가 닥쳐 파괴가 됐던 것"이라며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니까 냉각 기능을 잃게 됐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의 원전 상황에 대해 그는 "원전은 50기 정도 있는데 21기가 폐로이고 9기가 가동되고 있다. 원전은 경수로 형태가 크게 두 가지인데,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형태가 아니다"라며 "그런데 최근 정부는 전력 부족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폐로돼 있는 원전을 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전 기술자로서 정부가 수소 형태인 원전을 왜 가동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니가타 가시와자키 원전은 세계 최대 규모다. 2007년 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됐고, 당시 조사를 해보니 3000여군데 부분이 고장이 나 있었다. 가시와자키 원전은 지진 강도가 설계의 3.7배 진동이었다. 그때 지진이 났지만 폭발이 나지 않았던 것을 두고 정부 관계자가 '우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정부는 가시와자키 원전을 재가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형탱크 10개 있으면 오염수 방류 안해도 돼"

원전 안전에 대해 그는 "지진 등 자연이 원인이거나 사람의 잘못, 사고로 원전 폭발이 발생한다"며 "방사능을 막아주는 격납기가 아주 중요하다. 격납기 온도가 올라가면 폭발한다"고 했다.

방사능과 관련해선 "방사능은 최저치를 두고 있지만 의미가 없다. 대개 기준 이하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준 이하도 영향이 있다"며 "피폭을 당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대도시는 인구가 많기에 낮은 량의 방사능이 방출돼도 많은 사람한테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우려를 나타낸 그는 "방류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10만m³ 크기의 대형 탱크 10개를 만들거나 고체화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삼중수소는 영원한 게 아니라 반감기가 있어 100년 지나면 해로움이 떨어진다"며 "대형 탱크 10개 정도 있으면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아도 되고, 고체화를 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고토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최근 일본에서 에너지의 안전한 보급 차원에서 옛 원전을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원전 사고는 평화시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쟁 중에 미사일이 날아와서 원전이 폭발한다든지 위험한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에 일부에서는 원전 가동을 멈추면 된다고 하는데, 원전을 멈추면 전기 공급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원전규제위원회는 원전 재가동을 위한 기준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준만 지키면 원전은 안전하냐는 물음에 답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원전 폭발사고가 나면 물만 문제가 아니라 흙도 오염돼 있어 문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오염된 흙을 둑을 만드는 데 활용하려고 하고, 농도가 낮은 흙을 도로 밖에 뿌리는 실험을 이미 했다"며 "방사능 농도를 옅게 해서 뿌리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한번 오염된 흙은 위험하다. 그래서 봉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고토 박사는 "이번 강연이 한국 시민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저한테 원전 찬성론자들이) 나쁜 짓을 할 수 있지만 개의치 않고 활동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는 윤연숙 강사의 통역으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탈핵경남시민행동,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은 1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일본 고토 마사시 공학박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탈핵경남시민행동,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은 1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일본 고토 마사시 공학박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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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후쿠시마 원전, #고토 마사시 박사, #탈핵경남시민행,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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