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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배추로
냉장고에 부추가 한 단 있다. 부추 만두를 빚어 먹으려고 넉넉히 구매하였는데 아이가 아프고, 아픈 아이 돌보다 나까지 고열에 목감기를 앓는 바람에 부추가 시들어 일부 물러버렸다.

채소들은 항상 그렇다. 없으면 아쉽고 사놓으면 항상 무슨 일이 생겨 제때에 먹어지지가 않아 무르기 일쑤이다. 그렇다고 안 살 수도 없고 굳이 냉동보관을 하기도 뭔가 애매하다. 자세히 따져보면 채소값이 고기 값보다 훨씬 싼 것도 아닌데 요리를 해 먹어도 채소는 남기기 일쑤, 냉장고에서 무르기도 일쑤, 그렇다고 안 살 수도 없는 존재, 이런 게 계륵인가. 
 
아침식사
▲ 부추 크림치즈 베이글  아침식사
ⓒ 한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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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요 며칠은 부추가 주제였다. 쪽파 크림치즈 베이글, 대파 치즈빵 등 이런 것을 봤던 생각이 나 집에 있는 크림치즈에 부추를 다져 넣고 잘 섞어 스프레드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부추만 들어가면 안 먹을까 싶어 샌드위치용 햄도 잘게 다져서 섞었더니 아이들의 취향 저격 음식이 되었다.

빵에 발라 주어도, 크래커에 발라주어도 잘 먹는다. 부추 먹이기가 이렇게 수월하다니. 보통 다져서 계란말이나 볶음밥, 전으로 해서 먹이는데 가스를 쓰지 않고 크림치즈에 섞어서 먹이니 아주 편안하다. 마른 아이들의 고칼로리 식단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그 부분에서도 대 만족이다. 빵에 부추 크림치즈를 발라서 아침으로 먹으면 탄단지에 채소까지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몸도 마음도 편한 지 모르겠다.

부추 대신 다른 허브나 쪽파 대파를 다져서 넣어도 된다고 하니 다음엔 남는 초록 채소로 도전해봐야겠다. 쪽파를 한 단 사서 전을 부쳐 먹고 남는 초록 부분으로 쪽파크림치즈 스프레드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맛이 없을 리가 있나요.
▲ 부추참치전  맛이 없을 리가 있나요.
ⓒ 한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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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크림치즈가 맛있어도 많은 부추를 크림치즈에 넣고 비빌 수는 없으니 나머지는 전을 부친다. 며칠 요리를 안 한 덕에 냉장고에 남는 채소가 풍성하다. 부추를 메인으로 다지고 팽이버섯, 당근, 양배추를 다져 넣었다.

새우나 오징어가 있다면 잘게 다져 넣으면 더 좋을 텐데 냉동실에 그 흔한 모둠 해물마저 떨어지고 없어서 참치 한 캔을 까서 넣었다. 계란과 찹쌀가루로 농도를 맞추어 부족한 간을 더하면 부추참치 전 완성이다.

청양고추 송송 들어간 부추 해물 파전에 막걸리 한 잔이 진하게 당기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집엔 청양고추도 막걸리도 없으니 일단 있는 재료로 만들기로 한다. 있는 재료로도 충분하다. 

며칠간 아이가 아프고, 그 덕에 나까지 아프게 되어 요리를 쉬었다. 굳이 씻고 다듬고 불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요즘은 식사 차리기가 편하다. 냉동실에 얼려둔 죽을 꺼내어 데우고, 치킨 너겟을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었고, 시장에서 돈가스를 사다가 먹고, 배달 음식도 먹고,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냉동만두를 사다가 한 끼를 때우기도 했다.

그랬더니 그전에 사다 둔 식재료들이 냉장고에서 꺼내어 먹어 달라 아우성을 친다. 물러버리겠다고, 곰팡이를 피우겠다고 협박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몸과 정신을 추스르니 그 소리가 더 잘 들린다. 어쩌겠나 요리해서 먹는 수밖에. 

아플 때를 대비해 장을 안 볼 수도 없고, 아파도 해 먹을 수 도 없고, 썩혀 버리기는 아깝고. 참 딜레마도 이런 딜레마가 없다. 부추 한 단은 이렇게 저렇게 다 먹는 데 성공했으니 이젠 양배추 차례이다.

봄 양배추가 좋다 하여 한 통을 사 둔 것이 그대로 있다. 양배추 코울슬로도 해 먹고, 전도 부쳐 먹고, 쪄 먹고, 볶아 먹고, 먹을 방법은 많은데 너무너무 몸이 귀찮다. 이럴 때 드는 생각, 왜 샀을까?  

태그:#부추, #아플 때 요리하기 , #냉털, #냉장고털기,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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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 교육과 독서, 집밥, 육아에 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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