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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투자의 시대이다. 달이 지날수록 치솟는 물가와 금리, 그러나 오르지 않는 월급. 국민들은 이제 노동력을 기반으로 들어오는 수입 이외의 것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내가 아닌, 돈이 돈을 벌어다준다는 꿀 같이 달콤한 말. 평소 투자에 아무 관심이 없던 사람이더라도, 혹시 하는 마음에 이 시장에 발을 담그게 된다.

'누가 어디 주식에 얼마를 투자해 얼마를 벌었다더라', '작년에 산 OO동 아파트의 가격이 얼마가 올랐다더라'처럼 우리 주변에선 투자를 통해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들려온다.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졸지에 '벼락거지'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불같이 솟아오르는 투자시장에선 아무런 수혜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졸지에 거지가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흔히들 투자시장이라 하면 생각 할 수 있는 부동산, 주식만이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 사회에 전반적으로 이러한 투자열풍은 광적으로 번져 나갔다.
 
한 리셀 플랫폼 사이트의 화면 캡처.
 한 리셀 플랫폼 사이트의 화면 캡처.
ⓒ K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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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아트테크...코로나19

패션업계에는 '리셀' 열풍이 불었다. 대다수가 원하는 품목은 품귀 현상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몇몇 제품은 정가의 30배가 넘는 금액이라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다. 내가 필요하지 않은 품목이더라도, 내가 사용하지 않을 제품이더라도, 구매에 성공할 수 있다면 큰 금액의 차액을 수익으로 만들 수 있었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인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너도나도 뛰어들게 되었고, 신발을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혹시, 열지도 않은 백화점 앞의 긴 행렬을 본 적이 있는가? 다음 날 진열될 인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밤새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러한 수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예술업계에는 '아트테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하게 되었다. 예술품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과거 특정 상류층만 소유하고 즐긴다고 인식되기 마련이었다. 미술품 구매의 대중화 흐름은 이미 형성돼 있었지만, 몇몇 작가들의 작품들이 경매를 통해 1차 판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대중의 투자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됐다. 2022년에는 한국국제아트페어인 'Kiaf SEOUL'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등의 굵직한 미술 행사들이 성황을 이루며 대중에게 미술시장이 호황이라 인식시키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이 우리 사회에 처음 있던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이러한 형태의 투자형 소비의 시작은 어디일까? 2020년을 생각해보자. 대표적으로 무엇이 떠오르는가?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TV에서 보도되었다. 국가는 국민들이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집 앞 약국에 즐비하게 줄을 서 있는 상황을 기억하는가. 바로 코로나19, COVID-19이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돼 가게와 공장이 문을 닫고 시민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자 세계 많은 나라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실시하는 한편, 금리 즉 '돈의 가격'을 내렸다. 시중에 자금이 풍부하게 공급되자 투자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됐고, 돈을 빌리는 비용이 저렴하니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를 하는 것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것, KOSPI 지수가 3300선을 찍은 것,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찍은 것 등이 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부양책이 나오면서 이뤄진 일들이다. 코로나19를 힘겹게 버티는 이들도 많았지만 '돈이 돈을 버는' 투자시장도 대중화된 것이다.

투자에 발을 담그다

투자는 나와 영원히 상관없는 사이일 줄 알았다. 성실히 일하며 나의 능력을 사회에 증명해 수익을 이루어 내는 삶. 지켜내고자 했던 나의 가치관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으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이 잔치를 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돈을 번다니. 성실히 일만 하던 사람들이 벼락거지가 되었다. 조롱과 비웃음이 난무했다. 그러자 내가 지켜내고자 한 마음과 세계가 조금씩 변화하는 것만 같았다.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나 역시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021년도 1분기는 비트코인의 시대였고, 온 세상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얘기하며 찬양하는 시대였다. 나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가지고 있던 자금을 모조리 투입했다. 무엇을 어떻게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나 역시도 돈을 벌 수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마음이 조금함을 낳았다. 무엇을 사야하는지도 모르고 단지 몇몇 종목을 감으로 매수했다. 매수한 직후, 평소 내가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에 대한 시각이 환호로 바뀌었다. 나도 이제 돈을 벌 수 있다는 행복감, 나도 이제 저기 웃고 있는 사람들의 대열에 함께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기대심은 환호를 낳고, 환호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낸다. 돈을 벌면 무엇을 할까, 어디에 다시 투자할까하는 행복한 상상이 거품이 되어 사라지기까지는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눈앞에서 돈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잔고를 확인해보았지만, 내가 산 종목은 파란색이 되어 있기 마련이었다. 내가 구매한 금액대는 다음 날 '파란 하늘'이 되어 나를 반겨주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가벼워지는 잔고를 보며 한숨을 내쉬기 일쑤였다. 본전이라도 건져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다시 매수를 들어가도, 또다시 파란색이 되어 나를 반기는 종목들이 야속하기만 하였다. 어제의 나를 자책하며 판매하기를 반복, 나는 그렇게 벼락거지에서 진짜 거지가 되었다.
 
지난 2022년 11월 9일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 사태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당시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지난 2022년 11월 9일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 사태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당시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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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나마 남아있던 자금을 내 계좌에 송금하며 첫 투자에 마침표를 찍었다. 성적표에는 대문짝만한 '대패'가 박혔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나의 패배의 이유는 대략 10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나는 대표적으로 내가 투자를 마음먹게 된 이유. 뒤쳐지기 싫다는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포모현상(이하 FOMO)이라고 들어보았는가? FOMO란 'Fear Of Missing Out'(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준말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에서 포모를 사회병리 현상의 하나로 연구하며 해당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를 해석하면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좋은 기회를 나만 놓칠까 걱정하는 불안한 마음'을 뜻한다. 투자에 실패한 이후로 알게 된 단어임에도, 그 뜻이 나와 정확히 일맥상통하며 가슴 속에 새겨 놓고 살아가는 중이다.

앞서 이야기한 리셀 열풍과 아트테크에도 얼굴은 모르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정가의 수십배를 호가하던 패션 제품들 중에는 정가에 가깝게 금액대가 떨어진 제품이 있다. 샤넬, 롤렉스와 같은 사치품들의 수요가 줄어들어 금액이 떨어지자, 차액을 노려 구매한 사람들이 구매한 금액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에 제품을 판매한다. 한때, 삼성전자의 주식은 '십만전자'라고 불리며 투자자들의 환호를 받아 상승했지만, 결국 10만원을 달성하지 못한 채로 현재 6만원대에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 전국적으로 폭등했던 부동산 시장에 대출을 받아가며 뛰어들던 사람들이, 현재는 하락한 주택 가격과 상승한 금리가 맞물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가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FOMO라는 파도에 휩쓸려버린 사람들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이다.

나의 인생을 타인에게 맡기지 마라

한번의 큰 투자 바람이 분 이후, 누가 웃고 누가 울었는지 생각해보자. 이러한 큰 바람이 불기 전에 시장을 분석해 이성적으로 투자한 사람들, 다른 사람들이 눈치만 보던 상승장 초기에 냉정하게 시장에 들어왔던 사람들은 나중에 웃었다. 뜨거워진 시장에 사람들이 웃을 때 시장에 들어온 사람들, 더 큰 욕심을 포기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환호에 동조해 수익을 내지 못한 사람들은 울었다.

결국 우리는 타인의 의지대로 움직일 때, 울게 될 확률이 높다. 앞서 이야기한 FOMO현상. 이는 결국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출 때 발생하는 혼돈의 결과물이다. 혹자는 타인에게 맡긴 삶의 결과물이 꽤나 쓰리다는 것을 첫 투자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투자에서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라 생각한다. 대투자의 시대, 웃는 사람과 우는 사람들은 이렇게 구분되었고, 앞으로도 이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투자, #비트코인,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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