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19 18:42최종 업데이트 23.06.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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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쿠어문화축제가 열리는 17일 오전 대중교통전용지구 버스 우회 통행을 불허한 뒤 공무원들이 막아섰으나 경찰에 의해 뚫리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기자들을 만나 경찰을 비난했다. ⓒ 조정훈

 
홍준표 "대구퀴어문화축제, 도로점용허가 받고 해야"

지난 17일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진입하려는 대구퀴어문화축제(아래 대구퀴어축제) 무대 설치 차량을 막아선 대구시와 중구청 공무원의 '행정대집행'을 경찰이 제지하는 일이 일어났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에 버스 통행은 무단으로 막고 불법 도로 점거 시위를 옹호하기 위해 시위 트럭은 불법 점거 도로에 진입시키는 경찰은 어느 나라 경찰인가"라면서 "나는 퀴어 축제를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도로 점용 허가를 받고 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대구퀴어축제 경찰-공무원 충돌... 홍준표 시장은 왜? https://omn.kr/24ep3 )

앞서 홍 시장은 지난 8일 "대구의 상징인 동성로 상권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심어 줄 수 있는 퀴어 축제를 나도 반대한다"면서 "대구 동성로에서 퀴어 축제 행사를 반대하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지방법원 민사20부(재판장 김광진)는 지난 15일 "집회 개최로 제한되는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제한 정도가 표현의 자유 정도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대구광역시경찰청(아래 대구경찰청)도 대구퀴어축제를 위해 버스 노선 우회 등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대구시와 중구청은 도로점거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불법 도로점거 시위'로 규정하고 협조를 거부했다.

올해 15회째인 대구퀴어문화축제는 2009년부터 매년 개최돼왔지만 대구시와 경찰이 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열려면 집회 신고와 별도로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홍 시장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헌법은 '집회 허가제' 금지... "집회 신고시 도로점용 허가 규정 없어"
 

17일 오전 대구 중구 반월당역 인근에서 퀴어문화축제 측 무대차량 진입을 위해 교통 정리에 나선 경찰관들과 이를 막으려는 대구시 공무원들이 대치한 가운데 대구시 한 간부 공무원이 부상을 주장하며 바닥에 앉아 있다. 2023.6.17 ⓒ 연합뉴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돼있고,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5년 10월 30일 서울시 중구청의 쌍용차 대한문 농성장 행정대집행 관련 판결문(2013노4012)에서 "헌법에서 집회의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고 집시법에서 집회 신고 시 따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을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을 고려하면 집회 참가자들이 점용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장소적·시간적 범위 내에서 집회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하여 집회 신고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서 집회에 필요한 물건이라는 점이 인정된다면, 그 물건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 관련 법 규정에 의한 규제는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대구지법도 지난 15일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상인회 등은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피보전 권리로 주장하고 있지만 권리 제한에 대한 급박한 위험의 내용이 모호하다"면서 "집회가 실제로 열리는 경우 상인들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가 제한될 여지는 있으나 집회가 1년에 한차례 토요일에 개최될 예정"이고 "당초 신고한 시간보다 (집회 시간이)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19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집회는 신고제여서 집회를 할 때마다 도로점용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면서 "그렇게 되면 집회는 지자체장의 허가 여부에 달린 결정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사람과 달리 무대나 천막 같이 설치하는 물건에 대해선 법원 판단이 갈릴 수 있지만, 대구퀴어축제처럼 8시간 정도 단기간 있는 것이라면 일시적인 적치물이기 때문에 도로점용 허가가 필수는 아니다"라면서 "지자체에서 사후적으로 일시적 적치물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있지만, 사전에 도로점용 허가를 안 받았으니 불법 집회를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도로법에 행정대집행은 미리 계고하고 자진 철거를 이행하지 않을 때 하도록 돼있다"면서 "계고 예외로 인정되는 건 반복적, 상습적인 경우나 도로 상황이 너무 심각해 지금 당장 안 치우면 도로가 마비될 것 같은 경우인데, 퀴어축제는 1년에 딱 한 번 하루 하는 것이고, 이미 경찰에서도 협조해 버스가 우회하도록 교통 통제하겠다고 한 상황이어서 행정대집행 근거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동성로는 집회제한구역"... "법원 판례로 사문화"

홍준표 시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된 동성로 거리는 헌법 37조 제2항, 집시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라 집회가 제한된 구역이고 집시법에는 집회 신고를 하면 도로점용허가를 당연히 받은 것으로 한다는 의제 조항이 없고 그런 건 판결에도 명시하지도 않는다"면서 "판결이 도로점용 허가를 대신 할 순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제1항은 "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에는 대구 동성로를 비롯한 '주요 도시 주요 도로'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문기영 대구시경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 대표는 19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해당 규정에 따르면 대구뿐 아니라 서울과 주요 대도시 시내도 대부분 집회금지구역이지만 (해당 구역에서 집회를 허용한) 판례 때문에 사실상 사문화된 법령"이라고 밝혔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운동장 같은 공공시설과 달리 도로나 공원 같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장소는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해 점유 가능한 공간으로 인정된다"면서 "해당 도로가 집회제한구역이라 해도 시장이 아닌 경찰서장이 판단할 문제인데, 지자체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앞세워 사실상 집회 실시 여부를 결정하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시가 무대 설치 차량을 막은 데 대해서도 "일시적인 도로 점용으로 인한 대구시의 권리나 권한 침해보다는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 기본법 이익이 훨씬 크다"면서 "상충되는 공익인 교통을 관할하는 경찰에서 괜찮다고 했으면, 지자체장은 버스 노선 변경 같이 시민의 교통 불편을 최소화할 조치를 고민해야지, 집회를 막으려는 물리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대구퀴어문화축제, 도로점용허가 받고 해야" 홍준표 주장은 '거짓'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집회금지구역인 동성로에서 열린다는 이유로 사전에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시법에 집회 신고시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음을 들어 집회 사용 물건에 대한 규제를 제한해야 한다는 법원 판례도 있고, 대구지방법원과 대구경찰청에서도 집회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따라서 대구퀴어축제를 하려면 사전에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홍 시장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대구퀴어축제, 도로 점용 허가를 받고 하라는 것"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3.06.17
  • 출처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출처링크
  • 근거자료
    대구광역시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 연합 성명 '자기기인, 홍준표 시장은 대구경찰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2023.6.17. 연합뉴스 보도)자료링크 대구지방법원 민사20부, 대구퀴어문화축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 결정(2023카합10131)(2023.6.15. 법률신문 보도)자료링크 헌법 제21조 제1항과 제2항(국가법령정보센터)자료링크 서울고등법원, 일반교통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공용물건손상(예비적죄명재물손괴),상해,공무집행방해,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도로법위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협박)(인정된죄명특수협박) 2015.10.30. 선고 2013노4012 판결자료링크 도로법 제74조(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 제1항(국가법령정보센터)자료링크 집회와시위에관한법 시행령 제12조(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ㆍ시위) 제1항(국가법령정보센터)자료링크 집회와시위에관한법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국가법령정보센터)자료링크 박한희 공익 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6.19.)자료링크 문기영 대구시경 공무원직장협의회 연합 대표,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6.19.)자료링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6.19.)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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