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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민간인학살 현장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3주기 제24차 피학살자 합동위령제'.
 27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민간인학살 현장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3주기 제24차 피학살자 합동위령제'.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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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대전시장(국민의 힘)이 대전 산내 골령골 집단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추도사를 재차 거부했다.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는 27일 오전 사건 현장인 대전골령골(대전 동구 낭월동)에서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3주기 제24차 피학살합동위령제'를 개최했다. (관련기사: "아버지 대신 꼭 봐야 합니다" 77살 딸의 마지막 소원 https://omn.kr/24k7r)

대전산내학살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 직후 대전충청 일원에서 끌려온 보도 연맹원과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정치범 등 최소 4천 명에서 최대 7000명의 민간인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된 사건이다. 암매장돼 묻힌 무덤 길이만 1km에 달해 '뼈 골짜기'(골령골)라는 지명과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날 합동위령제는 제주와 여수 순천지역 유가족 100여 명을 비롯해 전국각지에서 4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제주 유족 50여 명은 이날 행사를 위해 전날인 26일 대전을 찾았다. (관련기사: 골령골 찾은 4.3유족들 "그날의 억울함과 노여움, 한을 푸옵소서" https://omn.kr/24jdw)

유족회 측은 앞서 이 시장에게 사전 행사에 추도사를 요청했다. 또 자료집에 게재할 서면 추도사도 요청했다.

하지만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합동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전시 관계자는 "다른 일정이 잡혀 있어 사전 주최 단체에 참석이 어렵다"고 안내해 드렸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합동위령제가 열리는 같은 시간 출입 기자들과 취임 1주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기사: 이장우 대전시장 "대한민국 과학수도 일류경제도시 대전 실현" https://omn.kr/24kct)

서면 추도사 요청도 거절... 유가족 "명백한 직무유기"
 
이장우 대전시장이 27일 취임 1주년 맞아 민선 8기 주요성과 및 시정방향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27일 취임 1주년 맞아 민선 8기 주요성과 및 시정방향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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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시장의 참석이 어려울 경우 서면 추도사라도 보내달라는 요청마저 거절한 부분이다. 유족회 관계자는 "행사를 며칠 앞둔 날까지 시장님께서 행사장에 참석하지 못하면 서면 추도사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전시가 이마저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이장우 대전시장의 합동위령제에 대한 외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전시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민선 4기 대전 동구청장을 지냈다. 유족회에서는 당시에도 학살 현장이 대전 동구청에 있는 연유로 이장우 당시 대전 동구청장에게 매년 추도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민선 4기 내내 합동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고, 추도사도 보내지 않았다. 

당시 구청장이던 이 시장은 국가기관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전국 주요 민간인 집단희생지의 현장 훼손과 유해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현장 안내판 설치비를 대전 동구청에 내려보냈지만, 이를 거부했다.

대전 동구청은 거절 이유로 '현지 지역주민들이 정서 및 여론이 부정적'이라고 회신했다. 이 대전시장은 이후 2012년 6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제19대 국회의원(대전시 동구, 당시 새누리당)으로 있는 동안에도 유족회의 추도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시장의 태도와 달리 정부는 골령골 사건과 관련해 꾸준히 기억하며 의미있는 변화들을 일궈 나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10년 골령골 사건을 두고 "국민의 재산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적법한 절차 없이 집단 사살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이에 대한 책임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국가에 귀속된다"고 밝혔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하고 위령 사업 지원, 평화 인권 교육 강화를 권고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6년 대전 골령골을 한국전쟁 민간인집단희생자의 위령 시설인 '진실과 화해의 숲'을 조성 부지로 선정하고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400여 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골령골에 전국 단일 추모시설인 '진실과 화해의 숲'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변화에도 이장우 대전시장이 서면 추도사를 거절한 사실이 전해지자, 유가족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전미경 대전유족회장은 "대전시장은 국가를 대신해 국가의 불법행위로 일어난 학살사건에 대해 유가족을 위로할 책무가 있다"며 "별다른 이유 없이 추도사마저 거부한 이장우 대전시장의 태도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성토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후 대전시 비서실에 '추도사'를 거부한 이유에 관해 문의했지만, (오후 5시 현재)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박희조 대전동구청장(국민의 힘)은 이날 같은 시간 관내 기관장 회의 주관으로 행사 참석이 어렵다며 행사 시작 전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며 양해를 구했다. 
 
27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민간인학살 현장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3주기 제24차 피학살자 합동위령제'.
 27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민간인학살 현장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3주기 제24차 피학살자 합동위령제'.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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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골령골, #합동위령제, #추도사, #이장우 대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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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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