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잠시 중단됐던 매몰자 수색이 재개되고 있다. 전날 오후 4시 22분께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며 그 앞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10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잠시 중단됐던 매몰자 수색이 재개되고 있다. 전날 오후 4시 22분께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며 그 앞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지역에서 중장비를 이용하여 철거공사 중이던 건물 잔해가 인근 도로 버스정류장을 덮치면서 17명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이듬해인 2022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39층 콘크리트타설 공사중 하브층(PIT층)의 허술한 동바리가 설계하중을 못 견디고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6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올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공사중이던 지하주차장이 무너져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던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미 완공된 아파트를 보금자리 삼아 살고 있는 시민들도 "혹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게 만드는 일들이 연속으로 발생하며 사회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 소득이 3만 달러가 넘었으니, 이제 이러한 후진국형 참사들은 조금씩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아직일까. 더구나 위에서 열거한 참사 기업들 대부분은 영세한 중소업체가 아닌 국내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들이라 더 공분을 사고 있다. 그동안 사업장 점검 및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했음에도 참사가 잇따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출혈 경쟁과 속도전 바탕으로 이뤄지는 실제 시공

필자는 최근의 사태가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그냥 놔둔 채 땜질식 처방만 남발해 온 결과라고 본다. 건축물 겉에는 대기업 로고가 새겨지고 브랜드가 입혀지지만, 실제 시공의 95% 이상은 수많은 하청업체들의 출혈 경쟁과 속도전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물의 품질을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한달에 4~5개층이 지어진다. 그동안 현장 노동조합들이 부실시공과 산업안전 활동을 벌이며 어느정도 감시 역할을 해 온 측면도 있었지만, 최근 정세들이 이마저도 녹록지 않게 하고 있다. 하여 이 글에선 참사 예방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 번째, 건설에 특화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정부부처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발표해 온 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항상 설계와 시공 그리고 감리에 있어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다. 중대재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건설업만의 차별화된 '특별법'이 필요하다.

두 번째, '책임감리'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이번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의 경우 적정 철근보강근, 적정 콘크리트 슬럼프 강도 및 타설 후 양생기간 등만 잘 지켜졌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이는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한 조치도 아닌 지극히 상식적인 사항이다.

최근 몇 년간 공사 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건설사들은 부실, 불량 자재들을 사용하면서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안전불감증에 무뎌진 듯하다. 때문에 이를 감시해야 할 현장감리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만약, 사고 현장에서 현장 감리의 묵인이 있었다면 엄격한 제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건설업은 복합공정이다. 수많은 공정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선행공정 작업자의 작은 실수 하나에 뒤따르는 죄없는 후속공정 작업자들이 날벼락을 맞고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장감리와 안전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인건비 하락에 의한 저품질 시공 막아야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현장 활동 사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현장 활동 사진
ⓒ 박종국

관련사진보기



세 번째, 위험공정 '직접시공제' 도입이 필요하다. 지난 7월 6일 충북 청주 흥덕지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거푸집(갱폼) 작업 중 거푸집이 이탈, 수십미터 아래로 낙하하면서 함께 있던 2명의 건설노동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주지하다시피 건설공사의 대부분은 중층적 하도급 구조로 시공되고 있다. 아무리 유명한 대기업 공사라고 하더라도 실재 시공의 90%는 비정규 하청노동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재재하청 구조로 공사를 하면서 적정공기, 적정인원, 적정품질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하여 중대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위험공정에 대해서는 직접시공을 확대 할 필요가 있다. 

팀반장들에게 음성적인 물량도급을 주게되면 빨리빨리 속도전 작업을 해야 더 많은 이윤을 벌게되므로, 적인 인원으로 무리한 작업을 강행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험작업 공정 직접시공을 우선 관급공사에서 먼저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적정임금제 도입과 기능인등급제 확대가 필요하다.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로 실시하고 있는 시중노임단가 이상의 적정임금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인건비 하락에 의한 저품질 시공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건설현장 기능인 등급제와 연관된 숙련공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

다섯 번째, 중앙과 지방의 협업이다. 고용노동부의 한정된 근로감독관으로는 중대재해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업체 공사현장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없다. 최소한 50억 이하 공사에 대해서는 인·허가 권한이 있는 지방정부에 그 권한을 공유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자율규제' 정책만으로는 효과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 지역에서 큰 산업재해 참사가 발생하면 행정체계를 잘 모르는 지역 주민들은 "시장, 군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냐?"고 성토하곤 한다. 경기도는 31개 시군과 협업하여 노동안전지킴이를 대거 발굴·육성해 소규모 현장 안전점검에 활용하면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사업주 안전교육 인정제도 도입이 필요한 까닭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GS 건설이 5일 사고가 난 아파트 단지 전체에 대한 전면 재시공 계획을 밝혔다. 재시공 계획 단지는 총 17개동, 1천666가구에 달한다. 6일 촬영한 GS건설의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난 4월 사고가 발생한 구역이 가려져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GS 건설이 5일 사고가 난 아파트 단지 전체에 대한 전면 재시공 계획을 밝혔다. 재시공 계획 단지는 총 17개동, 1천666가구에 달한다. 6일 촬영한 GS건설의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난 4월 사고가 발생한 구역이 가려져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여섯 번째, 안전교육의 실효성 제고이다. 중소영세 사업장은 공기단축이 지상과제이므로 법에 명시된 안전교육은 먼나라 이야기다. 지극히 형식적으로 이뤄진다. 하여 법정의무 안전교육시 '영상녹화'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일곱 번째, 팀·반장 안전 '역량강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개채용이 사라진 건설현장에서 채용의 70% 이상은 팀·반장 인맥 위주로 진행된다. 건설노동자들의 채용, 해고 등 실질적인 생사여탈권이 팀·반장들에게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하여 관리자급에 준하는 역량강화 특별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교육 이수시 우선 채용의 인센티브도 뒤따라야 한다.

여덟 번째, 사업주 안전교육 인정제도 도입이다. 100명의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하는 것보다 1명의 사업주 안전교육을 통해 인식전환을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중소형 건설현장의 영세소규모 사업주가 산재예방활동의 일환으로 안전교육을 이수했을 시 공공·공사 입찰참가 자격 부여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아홉 번째, 사고 발생 시 처벌이 시공사에 지나치게 국한돼 이뤄지는 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발주 및 설계 등 선행조건 근원들을 무시한 채 단순히 안전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공사만 처벌한다면 편법공사가 횡횡할 수밖에 없다. 총체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가령 필요한 가설구조물 및 안전시설물의 설치비용 없는 발주가 좋은 예이다. 

열 번째, 정부의 산재예방사업비 증액이 필요하다. 투자 없이 산재를 줄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산재예방 불량사업장에 징수하는 과태료, 과징금을 기금으로 전입하는 법제화 방안도 필요하다. 참고로 정부의 산재예방 일반회계 전입급은 겨우 연평균 155억~160억 원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이외에도 대기업에 혜택이 많이 가고 있는 산재보험료 할인율을 줄여 재해예방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붕괴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현장,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은 전면 철거가 시행되거나 재시공 거론이 되고 있다. 피해 손실이 천문학적이다.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2021년 산업재해 보상금이 무려 6조 4529억원이다. 간접손실액만 해도 32조 2645억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들이 '안전에 선투자 하는 것이 종국에는 기업에 더 큰 이익이다'란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경기도노동정책전문관입니다.


태그:#아파트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건설현장 20년간의 안전보건 활동 및 일자리산업정책 등 경험을 살려 취약계층 귄익보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 전)경기도청 노동권익센터 센터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