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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다양한 재능은 문학부문에도 족적을 남겼다. 암살(1894) 당하기 직전에 쓴 것으로 알려진〈매화(梅花)한잎지다〉라는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이어령이 주간이던『문학사상』에서 발굴하여 1977년 4월호에 전문을 게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구한말 개화당의 영수이며 갑신정변을 주도하였던 고균 김옥균. 그의 외로운 망명생활 10년 속에서 혁명가는 그때 한 편의 소설을 구상했다. 쇠락하는 왕조에서 태어나 개화의 새 세상을 맞이하려다가 끝내 좌절한 김옥균 자신의 모습이요. 그 이야기인 〈매화 한 잎 지다〉.

본지 자료조사연구실에서 발굴 전재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한 이 작품은 비록 일어로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 신소설의 효시라 할 수 있고 개화사상의 선구자의 창작이라는 점에서 학계와 문단에 커다란 의의를 줄 것이다. (주석 22)

이 작품을 발굴한 『문학사상』은 「신문학의 첫 페이지를 차지할 발굴작」이란 이 기사에서 발굴과정을 소개하고 "이 김옥균의 소설이 왜 중요한 문제점을 안고 있고 관심을 받는 것인가" 묻고, 문학평론가 백철의 논평을 싣는다.

"김옥균이란 인물은 이 나라에 처음으로 개화사상을 들여와 개화정치를 펴려 했던 사람인데, 일찍이 수구파들에게 꺾여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자신의 처지를 나아가서는 개화사상이 꺾이는 과정을 소설로서 상징적으로 표현해 놓은 것으로 본다"고 말하면서 신소설과 개화사조를 연관시켜 신문학 태동기의 한 시각을 암시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고 있다, '매화'란 꽃은 한 겨울의 답답함 속에서 이른 봄 제일 먼저 피어나는 꽃이다. 주인공 우메꼬(梅子)는 매화로 상징되고, 이 상징적 의미는 처음으로 개화(開化)하려는 김옥균 자신의 뜻이 주인공의 죽음처럼 채 피워보지 못하고 죽는 것과 비유되어 나타나 있다." (주석 23)

『문학사상』 자료실은 이 소설이 갖는 의미의「평가」를 시도한다.

이 소설이 지니는 몇 가지 의의를 요약하면 첫째 김옥균이 개화사상 혁명가인 정치적 측면에서만 알려져 있었는데 다른 개화사상가와 마찬가지로 최초의 개척자였던 김옥균 자신도 새로운 문학을 추구했던 예술가의 측면에서 재평가 된다는 점이다.

신문학과 정치ㆍ경제사상은 본래 분리된 별개의 존재가 아니었다. 현상윤ㆍ신채호ㆍ최남선ㆍ한용운 등도 역사가나 정치가이면서 모두 소설 작품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김옥균의 소설이 비록 구술 형식이요, 간접적 방법인 대필로 씌어지긴 했지만 그 구성력이나 인물ㆍ성격ㆍ가치관ㆍ시사성 등이 그 몇 년 후의 소설보다 훨씬 새롭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어로 씌어졌지만 연대나 작품의 질이『혈의 누』(1906년)보다 앞서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연애소설처럼 보이지만 사랑하는 남자와 짝을 이루려고 싸우다가 허물어져가는 집안 속에서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살한 한 여인의 슬픈 이야기 속에 자기 자신의 실패한 개화의 꿈을 투영시킨 소설 ㅡ 그것은 바로 쇄락해가는 왕조에 태어나서 개화의 사상을 펴지 못하고 좌절한 김옥균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여주인공 매자의 집이 망하는 것도 역시 조선조의 실국과 그대로 부합된다. 즉 일본개화사상을 들여오려 했던 김옥균의 생각을 여자의 뜻으로 은유적 표현을 써서 나타낸 것이다. 이것은 정철의 연군지사(戀君之詞)에서 남자가 여자로 그려낸 전통적 발상법이 계승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을 여자의 심경으로 그리는 수법은 한국문학사상 옛날의 연군지사만이 아니라 한용운ㆍ김소월 등의 시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전통적 발상법인 것이다.

따라서 이 발굴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개화기 문학의 새로운 정립과 문학사 기술을 새롭게 해야 된다는 문제를 안게 되고 당시 일본 문단과의 연관이 뚜렷한 신소설 입수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일본 문학의 분위기나 한국 신소설의 영향관계를 비교 검토하는 획기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주석 24)

주석
22> 「편집실 노트」,『문학사상』, 197년 4월호, 442쪽.
23> 앞의 책, 437~438쪽.
24> 앞의 책, 438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혁명가인가 풍운아인가, 김옥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김옥균, #김옥균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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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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