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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은평구청의 제설작업 모습.
 지난 겨울 은평구청의 제설작업 모습.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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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안전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하고 대처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하지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설마련이나 재원투자에는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 늘 아쉽죠."

서울 은평구청 윤옥진 도로과장의 말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안전'이지만 정작 '안전 확보'를 위한 관심에는 소극적인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꺼낸 말이다.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도시에서도 폭우나 폭설 등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여름에도 강남은 침수피해가 일어나는 것을 보며 시민들은 도시의 삶이 과연 안전한 것인지 의문과 함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도 마찬가지다. 폭설로 인해 도로가 마비되는 것은 곧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것과 같다. 차량 운행이 어려우면 당장 시민들의 발인 대중교통이 멈추기도 하고 빙판도로로 인해 차량들이 뒤엉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겨울 대한민국 서울강남 한복판에서 실제 벌어졌던 현상이기도 했다. 2019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대설을 폭염과 범죄와 함께 서울 지역의 가장 위험한 재난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한 은평'을 위한 은평구청의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중제
 
진관동에 위치한 도시안전종합시설 건설 예정 부지. (사진: 정민구 기자)
 진관동에 위치한 도시안전종합시설 건설 예정 부지. (사진: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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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에서는 구민들의 생명과 재산보호 및 안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겨울철 안정적인 초동제설 작업을 할 수 있는 '도시안전종합시설' 건립공사가 올해 8월 착공에 들어갔다.

이 사업에는 약 480여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은평구는 서울시 25대 자치구중 재정자립도가 최하위 임에도 불구하고 사업비 전액을 구비로 편성해 기초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재난시설 건립사업으로는 전국 최초의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안전을 조직의 최우선 가치로 하는 '행복한 내일을 여는 은평'의 안전슬로건에 부합되게 신뢰성 있는 책임행정을 시행해 가겠다는 게 은평구의 일관된 자세이기도 하다.

시설 건립이 되면 기존보다 안정적인 공간에서 제설제와 제설장비 등을 보관할 수 있고 제설 작업을 위한 공간이 확보돼 노동자들도 더욱 안전한 공간에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시설의 합리적 이용과 예산절감을 위해 구청 내 5개부서와 협업으로 지상에는 체육시설을 건립하고 지하에는 제설관련 시설과 도로용 청소차 차고지, 민방위 재난 예방자재, 수방자재, 산불진화자재 등을 총체적으로 종합 관리할 수 있는 포괄적 도시안전 종합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북한산 낀 은평의 추운 겨울 "매년 긴장하며 제설 대비"
 
지난 10년간 은평구 강설 현황.
 지난 10년간 은평구 강설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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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지금의 여름 무더위가 지나가면 바로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야한다. 최근 적설량 자체는 감소 추세에 있으나 여름철 특정 지역에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의 호우를 뜻하는 '국지성 호우'와 같은 '국지적 강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1년 서울의 총 적설량은 22.4cm, 강설일수는 31일, 일 적설량은 0.1.cm~4.4cm까지 편차가 3cm를 넘었다.

지난 통계와 더불어 서울이 제설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이유 중 하나는 주기적으로 대규모 폭설이 있었다는 점이다. 기록에 따르면 서울은 84/85년 70.7cm, 89/90년 46cm, 00/01년 71.6cm, 09/10년 67.3cm의 총 적설량을 기록했다. 주기적으로 오는 폭설로 서울은 교통마비, 붕괴, 낙성, 고립 등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겨울철에 폭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매년 대비를 해야만 한다.

은평구의 경우 산악형태의 기형적인 이면도로가 많다보니 차량을 이용한 제설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진관동의 경우 북한산을 끼고 있어 다른 동에 비해 1도에서 2도 정도 기온이 더 낮은 경향을 띠다보니 눈이 잘 녹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은평구청 윤옥진 도로과장은 "은평구는 서울의 관문 역할을 하다 보니 제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어느 곳보다도 주민 불편을 크게 느끼는 곳으로 눈 예보가 있는 날은 24시간 늘 긴장하고 제설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날이 새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은평구 도로 제설작업 노선도.
 은평구 도로 제설작업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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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과 2023년 겨울, 은평에는 총 10회, 19.1cm(총 적설량)의 눈이 내렸다. 최근 10년간 평균 적설량은 16.9cm였던 것에 비해 지난해는 눈이 많이 내린 편에 속했다.

은평구청이 직접 제설을 하는 곳은 통일로를 제외한 진관로∙연서로∙은평로∙갈현로∙진흥로 등 관내 간선도로와 일부 이면도로다. 총 36개 노선이며 연장은 약 85.9km에 달한다.

지난겨울 은평구청은 총 22회 비상근무를 진행했고 17일에 걸쳐 제설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투여된 인원은 공무원 2482명∙작업인력 1856명∙지역주민 483명이었으며 장비는 제설차 918대와 기타장비 59대 등 총 977대가 투입됐다.

제설제의 경우 은평구는 염화칼슘, 소금, 친환경제설제 등 세 가지 종류를 확보한 뒤 제설작업을 진행한다. 지난겨울을 대비해 약 2341톤을 확보했고 이중 1121톤(47%)를 사용했다. 이중 염화칼슘 274톤, 소금 698톤, 친환경제설제 149톤을 사용했다.

염화칼슘의 경우 많은 눈이 와도 빠른 속도로 눈을 녹이고 얼음에서 녹은 물이 다시 어는 것도 막아주는 큰 장점이 있지만 자동차 부식성이 높고 가로수 환경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반면 소금은 빠른 속도로 눈을 녹이지는 못하지만 염화칼슘보다 오랫동안 눈을 녹일 수 있어 장기간에 걸쳐 눈이 오는 경우 많이 사용한다.

다만 염화칼슘은 소금보다 비싸지만 친환경제설제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확보하기 쉬워 눈을 빠르게 녹여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좀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업무 현실성이나 예산 상황 등을 고려하면 염화칼슘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가장 큰 단점 중 보관이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나 서울에서는 염화칼슘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을 보기 어려운데 안전을 고려해 작업을 해야 하는 구청 입장에선 안정적인 장소에서 보관할 장소를 마련하는 게 매년 숙제로 남아있었다. 또한 겨울철에 안전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윤옥진 과장은 "현재는 제설제를 외부 공간에서 보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날씨나 습도 등으로 인해 염화칼슘이 딱딱하게 굳어버려 돌처럼 되는 경우가 있다. 막상 제설을 하려고 하면 돌처럼 변해버린 염화칼슘을 잘게 부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좀 더 안정적인 실내 공간에서 보관하고 작업하면 재정적으로는 예산절감과 구민들에게는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늘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준비한 '도시안전종합시설' 6년 준비 끝에 착공 
 
2025년 말 완공 예정인 도시안정종합시설의 평면도와 단면도.
 2025년 말 완공 예정인 도시안정종합시설의 평면도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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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은평구청은 제설작업을 제일여객 버스 차고지 인근에 위치한 진관동 75-4 일원에서 진행했다. 기존 SH공사 부지였으나 그나마 안정적인 장소였기 때문에 이곳을 임대해 사용해왔다.

어렵게 제설작업을 해왔던 은평구청이 도시안전종합시설 조성 계획을 내게 된 건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지하화로 논의하면서부터다. 인근 부지에 함께 시설을 건립하게 된다면 도시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시설이 한 곳에 위치할 수 있고 추가로 부지를 물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은평구청은 처음 계획을 세우며 제설 전진기지 기능을 하는 '도시안전종합시설'을 기획했다. 투자심사와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를 거쳐 2022년에는 144억 7천만 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6547.3m2(약 1980평)에 달하는 진관동 75-4 일원 부지를 SH공사로부터 매입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에는 건립계획을 변경했다. 기존 도시안전종합시설은 제설기능만 담았는데 여기에 수방, 환경정비, 산불예방, 민방위 등 은평구의 재난과 안전을 관리 할 수 있는 차량∙장비자재 보관용 창고로 재기획했다. 이 같은 변경은 민간에서 예산 절감을 위해 기능을 다각화하자는 요구와 안전관리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구청의 고민 끝에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

8월부터 착공에 들어간 도시안전종합시설 규모를 살펴보면 시설은 지하 1~2층 규모로 연면적 5872.3m2(평)이며 완전지하화로 지어 질 이 시설 지상부에는 다목적 체육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지하 진입로는 함께 있는 광역자원순환센터와 진입로와 함께 이용될 예정이다.

사업비는 부지매입비 144억 7천만 원, 공사비 297억 원, 용역비 26억 1300만 원, 부대비용 18억 3200만 원 등 총 486억 2100만 원이다.

현실성∙효율성 등 고려한 제설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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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안전종합시설이 만들어지는 만큼 은평구의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 재난관리 능력과 안전관리 능력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제설 효율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은평구는 최근 열선이나 염수분사장치와 같은 스마트 제설장비도 도입해오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적재적소에 필요한 장비를 도입해 겨울철 폭설로부터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스마트 제설장비는 일부 효과성과 홍보효과로는 뛰어나지만 현실적으로 적합한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생각하면 모든 도로에 열선과 같은 스마트 제설장비를 설치해 원격으로 눈을 녹이는 걸 상상할 수 있다. 이대로만 된다면 굳이 많은 염화칼슘을 구입해 보관하지 않아도 되고 추운 겨울에 수많은 노동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열선을 실제로 쓰는 일은 겨울철 중 10일 남짓한 것에 비해 설치비용과 전기세가 막대하게 들고 주기적으로 도로 포장을 해야 하는 도로 특성상 재포장 시 고장이 나기도 해서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열선은 실제 효과가 미미해서 적설량이 5cm만 되어도 눈을 녹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근 차량 교행도 적으면 효과를 보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겨울철 제설은 사람이 대비를 해야 하며 얼마나 선제적으로 미리 대비해서 빠르게 제설 작업에 투입 되느냐가 관건이다. 열선 설치비용은 1m당 약 100~120만 원이 소요되는데 이 예산으로 제설제를 10톤 이상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아직까지 스마트 제설장비가 효율성 측면에선 크게 부족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지점이다.

더욱이 2002년 건설교통부 도로제설매뉴얼제정을 위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1톤 분량의 염화 칼슘으로 폭 3m 도로를 제설작업 시 800m를 작업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윤옥진 도로과장. (사진: 정민구 기자)
 윤옥진 도로과장. (사진: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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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의 제설 작업만큼 따라야만 하는 건 주민의식이다. 구청이 제설 할 수 있는 구간은 도시기능이 마비되지 않는 선에서 간선도로와 일부 이면도로 등에 국한된다. 내 집 앞, 골목길, 상가 앞은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해야만 하고 그것이 곧 은평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윤옥진 과장은 "최근 폭설은 이상기후 현상으로 국지성 폭설이 많으며 일기의 특성상 주로  새벽시간에 내리는 경우가 많아 출근시간대 차량정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밤새 간선도로 위주로 장비작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보도나 골목길의 제설작업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제설작업을 위해서는 내 점포 내 집 앞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제설작업이 절실히 요구되는 만큼 참여도가 높은 주민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은평, #은평구, #도시안전종합시설, #제설,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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