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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은 침해하고, 교사 노동권은 무관심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철회하라' 기자회견 현장 사진
 학생인권은 침해하고, 교사 노동권은 무관심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철회하라' 기자회견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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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교육부가 2학기 시행을 예정하고 있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철회를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2021년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제한은 인권침해'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던 지평선고 졸업생과 18개의 교육·인권단체가 주최했다.

교육부의 고시가 이미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로 인정한 내용을 학교현장에 시행하고, 교육주체들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취지이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제한'이 인권침해라고 봤다. 지평선고등학교 학생들은 기숙학교로 귀교일인 일요일부터 귀가일인 금요일까지 휴대전화를 제출해야 했다. 이에 당시 지평선고등학교 재학생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제한이 '통신의 자유' '일반적 행동 자유권' 등을 침해한다고 봤다. 지평선고등학교장에게 학교 생활 규정을 완화하라고 권고한 한편 전북교육감에 대한 진정은 기각했다.
  
기자회견 퍼포먼스 사진, '학생인권', '사생활 자유' 등이 적힌 휴대전화와 반성문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압수당하고 있다.
 기자회견 퍼포먼스 사진, '학생인권', '사생활 자유' 등이 적힌 휴대전화와 반성문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압수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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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진정 학생 대표인 이서하씨는 "수업시간 중 전자기기 사용 금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우선되는 것은 당연히 동의합니다. 하지만, 수업시간 중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학생의 전자기기를 교사가 압수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 자유권 및 통신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되는 행위입니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압수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비판했다.

이들이 말한 고시의 문제점은 '스마트폰 압수', '반성문 작성', '수업 중 지정된 장소로 분리', '정규수업 이외의 시간에 특정 장소 분리'는 인권침해이며, '훈육', '훈계' 항목의 징벌적인 조치들이 적절한 절차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분명한 인권침해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물리적 제지', '특수교육대상자 보호장구 착용'은 내용이 광범위하고 기준이 불명확해 남용되거나 확대 해석될 우려가 큰 점도 지적했다.
  
2021년 지평선고등학교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내용을 담은 피켓
 2021년 지평선고등학교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내용을 담은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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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와 활동가들의 우려도 연이어 있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활동가인 김나혜 초등교사는 "모든 교육노동자 정원 확대, 학급 당 학생수 감축, 학생 인권법 제정, 실질적 학교자치 보장, 교원의 노동정치기본권보장, 교육과정 편성 운영권 보장, 교육상품화·시장화 중단, 경쟁교육 중단 등을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그런데 고작 내놓은 것이 교육을 10년 전으로 아니 2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내용이라니요"라며 반발했다.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준)의 활동가인 조영선 중등교사는 "수업시간에 교사가 이러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판단하여 물리적 제지를 할 수 있다는 고시는 교사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우는 것입니다. 안전은 물리적 제지를 하지 않아도 되거나 물리적 제지가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을 때 보장됩니다. 그런데 이제 교사가 수업시간에 수업활동 외에 물리적 제지까지 해야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만약 학생들이 끝까지 불응할 경우 교사는 또 다른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 고시가 오히려 교사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포장애인야학의 활동가인 감귤은 고시안 14조 4항의 특수교육대상자 보호장구 착용 조항에 "이 조항의 핵심 '보호장구를 착용할 수 있다'는 바로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호라는 미명 하에 특수교육대상자를 구속할 수도 있고, 다른 장소에 분리해 가두는 행위가 가능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 조항의 표현이 너무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합니다"라고 말하며, 장애인 교육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과 일맥상통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수영 활동가는 "제대로 학생 의견 수렴하라고 두 차례 교육부 주최 포럼과 토론회에서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경기도교육감과의 간담회에서 고작 학생 3명 만난 걸 학생들 의견수렴 했다고 보도자료에 적더군요"라고 밝히며 교육부 고시가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교육부 고시에 대한 입장표명, 정책 권고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
 교육부 고시에 대한 입장표명, 정책 권고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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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교육부는 고시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20여 회의 의견수렴 과정 중 학생의 의견을 수렴한 것은 1회에 그쳤다. "당사국 정부는 모든 아동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대해 의견을 말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아동의 견해에 정당한 비중을 두도록 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배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를 작성한 필자는 "'스마트폰 압수'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제정된 모든 학생인권조례에는 '교육활동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수업시간 등 정당한 사유와 학생이 제·개정에 참여한 학칙에 따라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이 고시의 성격을 벗어난 과한 입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학생인권', '사생활 자유', '평화로운 학교' 등이 쓰인 휴대전화가 압수되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되었다.

태그:##교권, ##학생인권, ##학생인권조례, ##스마트폰압수,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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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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