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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022년 12월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했다. 2022년에 총론이 고시되고, 초등 교육과정은 2024년, 중등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 문서에 따라 대한민국 초·중등교육이 움직여지기 때문이다. 무엇이 바뀌었을까. 어떤 것을 강조하였을까. 초미의 관심사다.

교육과정에서 총론은 더욱 중요하다. 여기에 사용된 용어 하나하나가 이후 작성되는 모든 교육 관련 책자와 공문서에 사용되는 용어의 정의이고 기준이 된다. 법령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 수준의 문서들은 현장의 산만한 용어들을 정제하는 역할을 한다. 한때,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칭하는 용어가 '어린이', '아동', '학생'으로 산만하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중등교육법에 의하여 모든 학교에 재학하는 아이들은 '학생'으로 일관되게 지칭하고 있다.

2022 교육과정 총론에서,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용어는 매우 혼란스럽다. Ⅱ장에서는 '학교교육과정 설계', Ⅲ장에서는 '학교교육과정 편성', Ⅳ장에서는 '설계'와 '편성'을 오락가락 사용했다. 국가 수준의 문서에서, 초등학교 아이를 Ⅱ장에는 '아동'이라고 표현하고, Ⅲ장에서는 '학생'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국가 수준의 문서에서, Ⅱ장에는 초등학교 '기본학력'이라고 표현하고, Ⅲ장에서는 초등학교 '기초학력'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서 '학교교육과정'은 '편성'이었다. 이 용어는 1992년부터 적용된 제6차 교육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사용되었다. 30년 세월이다. 그리고 그 '편성'은 현장에서 개개 학교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특색있는 학교교육과정의 상징같은 용어였다.

'학교교육과정 설계'라는 용어 사용에 대하여 교육부(2022 개정 교육과정 Q&A 6)에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교육과정에 대한 관점을 교과목 시수 '편성'에서, 학습 경험에 대한 '설계'로 확장하여 교사의 교육과정 전문성·자율성을 강조하였다." 이 한마디로, 30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시행된 특색있는 '학교교육과정 편성'은 '교과목 시수 편성'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육부가 스스로 지난 30년의 특색있는 학교교육과정을 부정한 셈이다. 그간의 전국 '100대 교육과정'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다.

학교교육과정의 '설계', '편성' 용어의 혼용은 교육 현장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설계'와 '편성'의 용어 정의가 전혀 없다. 학교교육과정을 구성함에 있어서 어떤 경우에 '설계'이고, 어떤 경우에 '편성'인가. 둘째, 문서(총론)내에서도 논리적으로 모순 투성이다. Ⅱ장에서는 '학교교육과정 설계의 원칙'이라고 기술하고, Ⅳ장에서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의 질관리를 위하여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관한 평가'를 한다. 또, 시도교육청에서는 각급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을 작성하여 학교에 안내하도록 되어 있다. 셋째, 사용자마다 각기 자신의 해석대로 문서를 작성할 것이다. A교사, B학교, C교육청, D부서는 '설계'로, 또 다른 사람들은 '편성'으로 사용하면 그 문서들을 독자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당장 9월부터는 교육부,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별로 2024학년도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이때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예산 명칭을 뭐라고 해야 할까. 학교교육과정 '설계'라고 해야 할까. '편성'이라고 해야 할까. A교육청에서는 '설계'라 하고, B교육청에서는 '편성'이라고 하면, 이를 심의하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 그 의원들이 어떻게 다르냐고 질문을 하면 교육 관련 공무원들은 어떻게 답해야 할까.

특히, 학교교육과정에 관한 한 가장 전문가여야 할 교원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이것이 현장 교사들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용어 사용인가. 문서를 작성한 책임자가 현장에 답해야 할 일이다.

태그:#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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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 교감, 교장 25년 4개월, 교육행정기관에서 16년, 총 41년 4개월 근무했다. 근무중 초등학교 국어과 교과서 연구위원, 심의위원 역할을 했다. 2023. 8. 31. 정년퇴직했다. 교육칼럼니스트, 수필가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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