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2일 오전 11시께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골목을 굽이굽이 걸어 들어갔다. 100m에 이르는 학교 담벼락에는 전국의 동료 교사들이 보내온 근조화환 200여 개가 늘어섰고, 정문 앞에는 애도와 추모의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 수십여 개가 나붙었다. 교사들은 이날 정문 안쪽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앞에서 국화를 내려놓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근조화환을 실은 트럭도 수시로 정문 앞을 들락거렸다.

'서이초 사건' 49재(9월 4일)를 앞두고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의 6학년 담임교사가 지난달 31일 학교 밖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학교 앞은 동료 교사들의 추모 발길로 꾸준히 붐볐다.

서울, 경기, 충남, 충북, 대구 등 전국에서 '동료 교사' 명의로 근조화환을 보내온 교사들은 먼저 세상을 떠난 고인을 한마음으로 애도했다. 근조화환에는 '선생님은 가르치고 싶었다', '선생님 얼마나 힘드셨나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세요' 같은 추모 문구가 가득 적혀 있었다. 동료 교사들은 줄지어 선 화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애통함 감추지 못한 교사들, 부둥켜 안고 눈물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온 교사들이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온 교사들이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이날 학교 정문 앞에서 만난 교사들은 동료 교사의 반복되는 죽음에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휴직 교사 A씨는 "서이초 선생님의 49재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 힘들어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라며 "또 돌아가시는 선생님들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교사 B씨는 "인터뷰를 해드리고 싶은데... 지금은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미래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C씨는 "저랑 비슷한 연배의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 너무 죄송한 마음이고, 선생님의 억울한 부분을 풀어드리고 싶다"라며 "참담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우리들의 목소리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말고 함께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또 교사 사망, 학교 앞 끝없이 이어진 근조화환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 복건우, 소중한

관련영상보기

 
경기도 고양에서 온 고등학교 현직 교사 D씨는 "일면식도 없지만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선생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 (국회에서 열리는) 집회 참석 전에 헌화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고등학교도 그렇지만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이번 사안을 더 엄중하고 치밀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는 E씨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인께선) 가장 신나게 일할 나이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감이 얼마나 크셨을까"라며 "(언론에 따르면) 학교가 개인적인 우울증 등 가정사를 운운하고 있는데, 그 자체가 너무 잔인하다. 선생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고 선생님께 말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인과 같은 학교의 동료 교사들은 추모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국화를 나눠주는 등 돌아가면서 분향소를 지켰다. 이들은 인터뷰 요청에 "죄송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교사노조 "개인사로 축소하려는 정황... 철저한 수사 촉구"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1일 성명을 통해 "교육 당국과 경찰의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은 작년 2학기 6학년 교과전담 교사로 복직해 열심히 수업을 준비했고 학생들도 잘 따랐는데, 올해 담임을 맡으면서 학급 생활지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며 "고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학교 측이 사건을 은폐하고 개인사로 축소하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오는 4일 월요일까지 학교 정문 앞 추모 공간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승혁 전교조 청년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해당 학교에서 재량휴업은 조심스러우니 가정통신문을 통해 현장체험학습을 안내하고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만 학교에 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추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은 이날 국회 앞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집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평일인 서이초 교사 49재 날짜에 교사들이 집단연가, 재량휴업 등의 방식으로 추모집회를 열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고인의 동료 교사가 학교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고인의 동료 교사가 학교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교사의 사망(8월 31일) 소식이 1일 오후 알려진 가운데, 다음 날인 2일 오전 해당 학교 앞에 수많은 추모 화환과 추모객의 편지가 쌓여 가고 있다.
ⓒ 복건우

관련사진보기


태그:#양천구, #초등교사, #서이초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꼼꼼하게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복건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