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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리독서모임이라는 것에 참여하게 되었다. 모임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참여하게 된 모임은 전문 상담사가 주축이 되어 매일 정해진 분량만큼의 책을 읽으며 책 속의 문장을 공유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그날 함께 읽을 책의 내용과 연결된 질문을 상담사가 남겨주면, 참여자는 그에 대한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각자가 뽑은 문장과 대답을 통해 공감을 나누고 서로 지지하다보니 어느샌가 알 수 없는 연대감을 느낀다. 더 나아가 나를 돌아보게 되고,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내면의 나와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아 본 경험은 없지만, 그 과정에서 '상담을 받는다면 마치 이런 느낌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집단 상담이 바로 이런 형식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집단 상담(group counseling)이란, 개인이 지닌 여러 문제를 소집단의 경험을 통해 해결하는 상담의 한 형태로 두 명 이상의 구성원(일반적으로 5~8명)으로 구성된 모임에서 상호작용과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사회생활에서 쉽사리 경험하지 못하는 무조건적인 수용과 격려, 지지를 경험하게 되고, 자신과 타인을 인정하는 연습도 하게 된다(심리학용어사전 참고).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라 관련 내용을 개인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겼는데 이후 우연히 '심리상담', '심리독서모임'이라는 검색어로 유입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와 같은 검색어로 심리 독서모임을 찾는 이유는 무얼까.

우선 내 경우 독서모임 자체가 처음이었다. 운 좋게 '심리' 독서를 하는 모임이었고 나아가 심리 상담에까지 생각이 확장된 경우였다(아직 심리 상담을 받진 않았으나 관련 검사를 받아보았다).

모임에 참여한 계기를 보면 개인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라 내 마음을 돌보고 싶어서라거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고 건강 찾기에 집중하다 보니 마음도 함께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거나,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에 관심이 생겨서,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심리 상담.
 심리 상담.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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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령대는 20대~40대, 미혼과 기혼, 직장인과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 사춘기 자녀를 둔 갱년기 등 구성원은 다양했지만 남성은 없었다. 무엇보다 나를 돌보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 뿐더러 상담을 받는다는 것을 마치 하나의 치부처럼 여겨 숨기는 경향이 강했다. 그라나 최근에는 아무래도 방송에서 이와 관련된 노출이 많아져서인지 대중적으로 익숙해지며 상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는 했다.

그런데 이렇게 상담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을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어려서부터 겪어야 하는 치열한 경쟁, 묻지마 범죄, 수많은 갑질로 멍든 사회, 일본의 오염수 방류 등의 뉴스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감, 우울감, 심하게는 공항까지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당장 나부터가 언젠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중 낯선 사람의 행동으로부터 높은 불안감을 느꼈으니까. 이렇게 트라우마가 발현될 법한 이슈가 만연해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심리상담을 찾게 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는지.

방송에서의 잦은 노출로 인해 마음을 돌보는 것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는 높아진 듯하다. 하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상담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건강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한 번 상담을 받을 때마다 들어가는 적지 않은 비용, 불안과 우울을 조장하면서 동시에 우울을 약점화 하는 사회적인 시선(특히 남성에게는 더욱)이 주저하게 만든다. 사회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문제라 해도 결과적으로는 개인이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심리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접근이 용이하겠지만 안타깝게도 50대 이상, 그 가운데 특히 남성의 경우에는 어릴 적부터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등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강요받는다.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인정하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해소되지 못하는 감정은 결국 폭발하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높은 자살률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2022 자살예방백서>,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그에 반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독서모임은 비용면에서, 사회적인 시선으로부터 한결 자유롭다. 그런 이유에서 조용히 '심리상담'이나 '심리 독서모임'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함께 모임을 했던 분 가운데엔 모임을 마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심리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분은 그동안 본인에게 심리상담이 필요한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겼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바로 몸에 PT가 필요한 것처럼 마음에도 PT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거였다.
 
몸의 근육을 위한 PT. 마음에도 필요하다.
 몸의 근육을 위한 PT. 마음에도 필요하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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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몸을 돌보기 위해 운동을 한다. 근력 또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내 몸의 부족한 부분이나 혹은 더 강화하고 싶은 부분을 위해 집중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혼자서 하기 힘들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정작 마음을 돌보는 것에는 소홀하다. 몸의 근육 못지않게 감정에도,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하다. 물론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한 번 올리고, 자세를 바로 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일으켜 세울 수야 있겠지만, 그건 일시적인 효과를 보려는 것일 뿐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내 마음에 긍정의 기운이 채워지면 표정부터 달라지기도 한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 못지않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은 시민지가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태그:#심리상담, #심리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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