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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종 대구지역본부 방송차량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대구기후정의행진 참여자들이 따르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종 대구지역본부 방송차량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대구기후정의행진 참여자들이 따르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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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희는 대구기후정의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이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고 기후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이 변화는 폭염, 폭우, 홍수, 가뭄, 강한 태풍, 한파라는 이름으로 매일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농사의 작황이 좋지 않아 실질 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그대로 두지 않겠습니다. 온실가스의 과다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나라, 기업, 지역, 자본가들에게 이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입는 이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20일 대구기후정의행진 참여자들이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서성네거리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위는 선두 차량에 탑승해 마이크를 잡고 대오를 이끈 녹색당 대구시당 장정희 사무처장의 말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출정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대구시내 거리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행진을 이어가면서 핵심 구호들을 함께 외쳤다.
 
대구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한 차선을 점거한 채 대구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대구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한 차선을 점거한 채 대구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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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라!"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신공항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하라!"


기후위기를 내건 이 생소한 행진에 많은 대구 시민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가게 문을 열고 내다보는 이들도 있었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행진을 지켜보기도 했다.

대구시는 기후위기 시대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두 차량에서 장정희 사무처장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이 기후위기 시대에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느냐면서 대구시를 정조준했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공동의 목표가 있습니다. 바로 2050탄소중립입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2050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2050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말입니다. 대구시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홍준표 시장도 작년 12월 2050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5%, 2040년까지 70%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목표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향후 10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했습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이 급박한 시기에, 대구시는 무엇을 했습니까.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선언만하고 목표만 세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구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은 것인가? 이들은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을 향해 '기후 약속'을 지키고, 제발 제대로 일을 하라며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함께 외쳤다.

"대구시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
"염색산업단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정의로운 전환 실현하라!"
"자동차 통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통한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대구기후정의행진 참여자들이 대구시내 거리를 활보하면서 힘껏 외치고 있다.
 대구기후정의행진 참여자들이 대구시내 거리를 활보하면서 힘껏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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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희 처장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홍준표 시장은 k2 공항 후적지에 인공호수와 물길로 이루어진 랜드마크 건축물을 세우겠다고 합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건축물과 시설이 보기에는 좋습니다. 그러나 그런 공간을 구축하면 건설사와 자본가들만이 이익을 챙깁니다.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소음과 공해에 시달립니다.

금호강 팔현습지에는 곧 보도교 공사가 재개됩니다. 강변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이, 파크골프장이 충분히 있는데도 담비와 수리부엉이, 얼룩새코미꾸리 등 멸종위기종이 사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보도교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 공사를 통해 고통을 받는 것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만이 아닙니다. 우리 생태계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의 멸종은 곧 인간에게도 위협이 될 것입니다."


생물다양성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이기에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전하라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위해서라도 개발 대신 서식지 보전을 택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출정선언문을 통해서도 대구 홍준표 시장의 책임을 물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후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할 의무가 있다. 2030년까지 이루어야 할 것은 신공항개항이 아니라 탄소중립이다"라고 확인했다. 
  
기후정의행진 출정식에 참여한 이들이 각자 준비해온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기후정의행진 출정식에 참여한 이들이 각자 준비해온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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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대구시가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현재 홍준표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모든 개발 계획을 백지화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것이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사회적 권리를 보호·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와 생태의 안녕은 안중에 없이, 이윤과 성장만을 지고의 목표로 좇는 자본주의 체제의 방식을 이제 과감하게 단절해야 한다. 돈보다 생명, 자본보다 노동, 개발보다 환경, 경쟁보다 공존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바꿔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오늘 출정식 이후 80여 명의 대구시민과 함께 9월 23일 서울로 향한다. 203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여야 하는 상황임에도 개발 위주의 정책만을 남발하는 지역 정치를 고발하고 전국의 기후시민과 연대할 것이다"라고 밝히며 "힘 있는 자, 돈 있는 자가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공동의 삶의 기반을 건설하고, 서로의 삶을 돌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희망하고 체제를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기후정의행진 대구 출정식에 참여한 이들이 국채보상기념공원 종각 앞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정의행진 대구 출정식에 참여한 이들이 국채보상기념공원 종각 앞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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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불평등 해결 위해서라도 923으로 모이자"

행진 전에 진행된 대구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정유진 집행위원이 먼저 기후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국제 환경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10%(6억3000만 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 52%를 차지한다고 했습니다. 소수 부자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이 전세계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입니다. 반면, 하위 50%(31억 명)가 소비활동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은 전세계 배출량 7%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기후재난의 피해는 저소득국가, 저소득층이 훨씬 많이 받습니다.

이것이 기후 불평등이고, 기후 부정의입니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큰 집단이 아닌 책임이 적은 집단이 기후위기로 피해를 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정의를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반빈곤네트워크 서창호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반빈곤네트워크 서창호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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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언자로 나선 반빈곤네트워크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기후 부정의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자본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능력이 없습니다. 이 문제는 자본주의의 생산력 과잉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는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을 넘어설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기후정의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반대할 수밖에 없으며 새로운 경제체제와 근본적인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생명평화아시아 이명은 사무국장은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며 923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해줄 것을 호소했다.
 
대구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이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구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이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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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을 붙잡아 봅니다. 낭떠러지로 밀려나는 사람들 옆에 남아, 여기에 그들이 있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직면한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 지금 우리가 나셔야 함을 알리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에 정신을 붙잡고 꼿꼿이 섭니다.

그리고 저는 왜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아, 혼자 힘주어 꼿꼿이 버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대끼며 나아갈 수 있음을 느끼고 싶어, 9월 23일 서울 세종대로로 향합니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기대어 다 함께 한 발짝을 내디뎠으면 합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향하는 곳 끝에는 틀림없이 기후정의가 있을 것입니다. 갑시다, 923기후정의행진으로!"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수근 시민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기후정의행진,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홍준표 시장, #대구시, #대구기후정의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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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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