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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에서 3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3은 완전함을 뜻한다. 삼위일체, 세 가지의 요소가 모여 완전한 하나의 형태로 통합된다. 천지인(天地人)이 그러하고, 신체와 정신과 영혼이 그러하다. 세가지 요소가 서로 의존하면서 독립적인 존재이다. 어떠한 주제이든 세 가지를 말할 수 있다면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천 삼형제 바위
▲ 삼형제 바위 이천 삼형제 바위
ⓒ 김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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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을 품고 자리한 해발 394미터의 설봉산은 이천시를 감싸 안은 듯 서쪽을 둘러싸고 있다. 그 설봉산에 '삼형제 바위'가 있다. 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방향으로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영월암이 있고 그 우측 능선 바로 밑에 삼형제 바위가 나란히 보인다.

삼형제 바위의 내력은 다음과 같다.
 
오랜 옛날 가난한 집에서 노모를 모시는 삼형제가 있었다. 삼형제는 매일 산에서 나무를 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형제간 우애가 깊고 효심도 지극하였다. 어느 날 삼형제가 나무를 하러 갔는데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 어머니는 산으로 아들들을 찾아 올랐다. 집에 돌아온 아들들이 어머니가 없어 산으로 찾아 헤매니, 낭떠러지에서 어머니가 호랑이에 쫓기고 있었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삼형제는 절벽으로 뛰어내렸는데 순간 세 덩어리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 이천시 도심권 문화유적민속조사 보고서 참조(2016년, 196~197쪽)

  
설봉호수
▲ 설봉공원 설봉호수
ⓒ 김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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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 바위를 가는 방법은 설봉호수 입구에서 호암약수를 지나 설봉산 정상으로 올라간 뒤 영월암 쪽으로 내려가는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이 제대로 가는 길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영월암도 구경하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설봉공원에서 월전미술관을 지나 삼형제 바위로 바로 올라가는 방법도 있으나 거리가 너무 짧아 산행으로는 조금 아쉽다.

설봉공원입구에서 하마비(下馬碑)를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설봉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돌아가는 길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렵고 힘들지만 좋은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지름길은 쉽고 빠르지만 무엇인가를 놓칠 수도 있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결과를 갖던 나름 의미는 있다.

삼형제 바위를 찾아 발걸음을 뚜벅뚜벅 옮긴다. 산을 천천히 느끼면서 가는 것이다. 땅을 느끼고, 나무를 느끼고, 바람과 구름 그리고 하늘을 느낀다. 천천히 산을 오르다 보면 가끔 뒤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숨소리는 점점 내게로 가까워지더니 나를 지나 성큼성큼 지나간다. 산을 오르면 숨이 차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경주하듯 산을 숨차게 오르고 또 내리는 것은 산을 제대로 즐기거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숨가쁘게 왔다가 갈 일이 무엇일까?

숨이 차면 잠시 쉬어가면 된다. 뒤에서 쫓아오는 이가 없고, 빨리 가서 해야 되는 일도 딱히 없다. 산에 왔으면 산을 충분히 느끼며 즐기면 된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젊은 청년 둘이 빠르게 옆을 지나간다. 둘의 활력이 넘쳐 보인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을 따라가면 안 된다. 나의 페이스를 알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운동은 강도가 아닌 시간으로 해결해야 되는 시기이다.

가끔 귀에 이어폰을 끼거나, 음악을 틀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그는 산이 내는 다양한 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고요함의 소리 모든 것을 놓치고 있다.

여름의 끝, 9월 첫 째날 찾아간 삼형제 바위는 풀과 나무숲 사이에 가려있다. 멀리서는 잘 보이던 바위들이 가까이 갈수록 잘 나타나지 않는다. 무엇이 부끄러워 숨어있는 것인가? 아마 오염되고 시끄러운 혼탁한 세상이 싫어 은둔하고 있는 듯하다. 내 마음이 그런 것일까? 이제 곧 삼형제바위가 당당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 때를 기다린다.
  
설봉산 삼형제 바위
▲ 삼형제 바위 설봉산 삼형제 바위
ⓒ 김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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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바위는 형제 중앙바위, 형제 왼쪽바위, 형제 오른쪽바위라고 불린다. 세 바위가 가지런히 정답게 서 있다. 형제들의 우의가 깊어 보인다. 바위 사이의 틈은 그리 넓지도 않고 바짝 붙지도 않았다.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바위들은 사람간의 필요한 적절한 관계를 그대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인생은 클로즈업하면 비극이고 롱샷으로 보면 희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이야기했다. 멀리서 볼 때 희망에 부풀게 하던 삼형제 바위였는데, 가까이에서 그 바위가 된 사연을 읽어보니 지극한 효심에 가슴이 뭉클하다. 뒤에서 보는 삼형제 바위는 팔처럼 보이는 작은 바위들이 서로를 다독여주고 있고 하나처럼 보였다. 삼형제 바위는 내게 여러 가지 메시지를 들려주었다.
 
설봉산 삼형제 바위 뒷모습
▲ 삼형제 바위 뒷모습 설봉산 삼형제 바위 뒷모습
ⓒ 김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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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라도 가능한 작은 단위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것이 편한 지금 시대에서 바라보는 삼형제의 이야기는 옛 이야기처럼 들린다. 성년이 되자마자 집에서 독립한 뒤 서로의 갈 길을 묵묵히 걸어온 우리 삼남매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태그:#설봉산, #삼형제 바위, #이천, #설봉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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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제일제당, 코카콜라음료, 풀무원다논에서 30년간 근무했다. 이천시청에서 사회인 생활을 마무리하고 현재 자유인으로 산다. 네이버블로그 ‘우디의 서재’와 유튜브 ‘Woody Kim’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 쓴 책으로 '우디의 서재'가 공저로 '문화재따라 글따라'가 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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