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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 게임 개막식이 있던 지난 23일, 한덕수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이 먼저 방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미국, 일본 정상과 자주 만나는 반면 한중 정상은 거의 만나지 않았다. 이 기회를 통해 한중관계가 풀릴 수 있을까?

한중 관계 포함해 한반도 정세를 읽어보고자 지난 27일 정대진 원주 한라대학교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각자도생하고 있는 전략 경쟁의 시기"

- 한반도를 둘러싸고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단기적인 면에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치와 갈등이 전개되고 있는 양상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누가 먼저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연대하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이미 상황이 벌어진 상태라고 봅니다."

- 신냉전 체제가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던데, 이 상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

"각국의 이익과 손실을 계속 상쇄시켜 나가면서 각자도생하고 있는 전략 경쟁의 시기죠. 다만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국가들과 같이 협력하고 있죠."

- 유럽이나 미국도 중국과 아예 관계를 끊으려고 하진 않는 것 같아요.

"탈냉전 세계화 시대였던 지난 30년간 얽히고설킨 공급망 가치 사슬을 1~2년 내에 끊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에서 먼저 탈동조화한다거나 이탈해 버리는 건 그 어느 나라도 하기 어렵죠."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9.23 [국무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9.23 [국무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무총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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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한덕수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만났잖아요. 외교부는 시 주석이 먼저 방한 검토하겠다 했다고 밝혔어요. 한중관계가 풀릴까요?

"올해 초부터 우리도 중국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고 미중 전략 경쟁에서 수위 조절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중 관계도 나름 해빙기를 맞을 차례가 되었죠. 올해 시 주석이 방한할진 모르겠고, 아마 일정상 어려울 것 같긴 해요. 하반기에 윤 대통령과 시 주석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함께 참가하는 다자 회담들이 계속 열리죠. 이런 만남을 통해 몇 년 동안 안 좋았던 한중 관계에서 빠져나오는 시기를 모색할 거라고 봅니다."

- 이제까지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에 소원했던 것 같은데, 왜 갑자기 손을 내밀까요?

"중국보다도 미국과 일본에 협력 우선점을 두고 2년 가까이 시간을 보낸 거죠. 중국을 무시한 게 아니라, 미국 일본과의 협력을 조금 더 중시하고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중국과의 협력이 뒷전으로 간 것처럼 보이게 된 건데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떼려야 뗄 수가 없죠. 작년 12월에 우리나라 인태 전략서가 나올 때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가 중국이라고 명시됐고, 또 올해부터 한국 외교도 중국에 대해 많이 다가가는 상황이고요. 중국은 우리 외교에서 뒷전으로 논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거죠."

-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요?

"뭐든 과하면 문제가 생기는 거죠. 전임 정권 때 한일 관계를 잘못 관리한 건 분명 부인할 수 없어요. 그런데 이걸 교정하겠다고 너무 일방향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속도를 과하게 내는 것도 문제죠. 부작용을 내면서 굳이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는가 싶어요. 조용하게 속도 조절 해가면서 균형 잡힌 외교를 하면 될 건데 너무 티 나게 하고 있어요. 나중에 '일본이 (윤석열 정부의) 유일한 급우였다'는 평가 받을 정도의 행보를 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실패 국가' 북한과 '실패하고 있는 국가' 러시아의 생존 모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 북한 김정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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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4년 5개월 만에 열렸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실패 국가' 북한하고 '실패하고 있는 국가' 러시아가 자포자기식으로 연대하고 협력하고 있는 모습인 거죠. 자유주의 지역 시각으로 봤을 때, 그 연대와 협력이 공고한 가치와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 모색으로 보입니다. 서로 주고받을 게 없어지면 바로 연결이 끊길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만남인 거죠."

- 원래 북한과 러시아는 가깝지 않나요?

"북한과 러시아는 원래 가깝죠. 북한이 가장 어려운 시점에 중국보다 러시아가 도움을 많이 줬죠. 1960년대 실험용 원자로를 영변에 처음 제공한 게 소련이었고 2005년도 9.19 공동성명 이후 북한의 통치 자금이 방코델타아시아에 묶였을 때도 이를 마지막으로 북한에 송금 처리를 해준 게 역시 러시아였요. 2012년도에 부채 탕감도 러시아가 해줬어요. 그런데 러시아가 북한과 연대하는 건 힘을 들이지 않고 중국을 견제하고, 한국 미국에 대해서도 견제와 대응을 할 수 있는 우방을 두는 의미예요. 그러다 보니 가까워지는 거지, 전략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방으로 갈 건지는 의문인 거죠."

- 러시아가 중국을 견제한다고 하셨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가까운 거 아닌가요?

"중국과 러시아는 당연히 가깝기는 하죠. 그런데 극동 지역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를 러시아도 잃고 싶지는 않고, 중국도 극동 지역을 완전 독차지하고 싶기는 하겠지만 이게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죠. 그래서 전략적 협력을 하면서 일정한 견제와 균형이 맞춰져 있다고 봐야 되겠죠."

-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만난 외국 정상이 푸틴 대통령이잖아요. 이것도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죠. 원래 중국하고 굉장히 밀착해, 북한의 외교나 무역이 중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코로나19 이후에 최초로 만난 정상이 러시아 정상이라는 건 외교 관계는 주고받는 게 있어야 만남도 이루어진다는 아주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 거죠.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포탄이나 무기 같은 게 전혀 없었으면 뭐하러 푸틴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와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겠어요. 김정은 위원장도 푸틴과 러시아에 우주 기술이나 다른 협조 받을 게 있으니까 중국을 제치고 먼저 러시아하고 만나게 되는 거죠. 주고받기가 가능한 거래 상대부터 먼저 만나는 게 현재의 국제 질서에서 아주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인 듯합니다."

- 중국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떨떠름한 반응이었죠. 왜일까요?

"미국과 전략 경쟁을 하는 와중에 북한이나 러시아 문제에 불필요하게 연루되는 것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는 모습인 거죠. 단기적으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성대하게 치러야 되는데 전쟁을 하는 러시아가 북한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도 적당하진 않고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하고도 미중 전략 경쟁에서 수위 조절이 있는 게 맞잖아요. 불필요하게 러시아와 우크나이나 전쟁에 연루되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에 연루돼서 무언가 발목 잡히고 부담을 가지게 될 이유가 특별히 없는 거죠."

- 북중러가 뭉칠 수 있을까요?

"지난 7월 27일 평양에서 북한이 전승절을 기념할 때 러시아에서는 쇼이구 국방부 장관이 전쟁 중에도 갔고, 중국에서는 가기는 갔죠. 북중러가 낮은 수위에서 해군 연합훈련도 한다는데, 이렇게 수위를 조절해서 북중과 계속 공조하고 연대하는 건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에 완전히 연루돼서 미국과 정면 대치하는 국면으로까지 가는 걸 원치 않는 상황인 거죠."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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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했는데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지금 현 단계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거래에 대해 경고를 날린 건데, 건설적인 대안이나 평화로 가는 출구는 없었죠."

- 조태용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을 압박해야 진정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지금의 스탠스를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압박이라고 하는 게 어느 수위까지인지, 그리고 진정한 비핵화라고 하는 게 어떤 걸 이야기하는 건지 안 보이는 상황이에요. 각자 몇 년째 성명이나 외신 인터뷰 통해서 남북미가 따로따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원론적으로 압박도 해야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오는 게 맞죠. 그런데 비핵화 대화에 나왔을 때 어떻게 비핵화로 견인할 건지가 문제죠. 대화 테이블에 나왔을 때 뭘 주고받을 건지에 대해서 제시해야 하는데, 이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게 답답하죠."

"9.19 군사합의 폐기하자는 신원식, 이해할 수 없는 일"

- 문재인 대통령이 9.19 5주년 행사에서 '안보는 보수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가 깨져야 한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조태용 안보실장은 무슨 기준을 가지고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서로의 입장을 얘기한 거죠. 안보라고 하는 게 군사 안보도 있지만 인간 안보나 포괄적 안보라고 하는 게 있잖아요. 정권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 다른 거죠. 윤석열 정부 같은 경우 전통적인 군사 안보에 힘을 많이 기울이는 거고 전임 문재인 정부 같은 경우 대화 협력 통한 포괄적인 안보를 남북한에 실현할 수 있다는 것에 힘 기울였던 거죠. 조태용 실장이나 지금 당국자가 전임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에 대해 하나하나 논박한 게 아니라, 원론적으로 이야기한 게 아닐까 싶어요."

-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9.19 군사합의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데.

"국방부 장관이 국방 태세를 잘 확립하고 있으면 되는 거죠. 9.19 군사합의도 무력 충돌과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합의서인데 그걸 폐기하는 게 국방태세를 강화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9.19 군사합의 폐기가) 북한에 대해 자존심을 세우고, 기분이 좋아지는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국방 태세 강화에 필수 불가결한 일이라는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걸 금과옥조처럼 얘기한다면 그 역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그:#정대진, #중국, #북한, #9.19 군사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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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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