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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잔보전략비서관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저서 <송영길의 선전포고>(시월)를 읽고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왔다. 박 전 비서관은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기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주상하이 총영사,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과 1차장(해외대북담당) 등을 지냈다.  [편집자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위반 및 정당법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 송영길, 공직선거법 위반 윤석열 대통령 고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위반 및 정당법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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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송영길에 주목한다. 저렇게 싸워도 되나 할 정도로 아슬아슬 치열하다. 처절하고 과감하다. 광야를 향해 외치는 이, 송영길이다. 인천에서 국회의원 5선, 시장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지난 대선을 이재명과 함께 치렀다.

깊은 회한을 안고 프랑스 파리대학 교수로 나갔는데 불려 들어왔다. 당대표 경선 때 문제가 있다고 해서다.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칼날에 지레 겁을 막은 일부 의원들은 심지어 '잡아들여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탈당을 발표하고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가 책임을 지는 방식은 '투쟁'이다.

천막 깔고 농성투쟁중에 나온 책 <송영길의 선전포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몇 시간 앞두고 피를 토하듯 동료 국회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동의안이 가결된 뒤 영장심사하던 날은 새벽부터 구슬비가 내렸다. 그 비를 맞으며 법원을 향해 외쳤다. "유창훈 재판장이여! 검찰이 증거도 없이 주장하는 소위 범죄 소명 정도와 방어권 행사와 국민기본권으로서 불구속 수사 원칙 사이에서 엄정히 비교 형량하여 기각하라"는 것이었다. 새벽까지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오마이TV'를 통해 9시간 연속 방송을 했다.

결과는 구속영장 기각이었다. 이재명은 의왕구치소에서 풀려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걸어 나왔다. 20일을 단식한 뒤라 지팡이 없이 걸어나올 수 없는 상태였다. 비는 더 세게 내렸다.    
         
이제 국회에 맡겨도 될 것을 그는 '아니'라고 한다. 고삐를 늦추지 말고 싸우라는, 반격의 시간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송영길은 검찰청 앞에서 릴레이 농성을 시작했다. 몇 시간 1인시위 하는 정치인이 간혹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예 천막치고 바닥을 깔고 앉아 농성 투쟁 중이다. 그리고 책이 나왔다. 
 
<송영길의 선전포고>
"정권이 아니라 나라를 빼앗겼습니다."
"나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피하지 않을 것이며 그리하여 끝내 이길 것입니다."
 

표지에 또렷이 박혀 있는 언어들. 이보다 분명한 투쟁의 이유와 대상 그리고 의지를 밝힌 서적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열정이 살아있어야 이 책의 표지를 넘길 수 있다. 대한민국이 풍랑을 맞아 좌표도 없이 어느 밤하늘 아래 출렁거리는지조차 몰라 두려움과 불안함에 쌓여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선박 한 척. 이 나라를 구하고 제대로 세우려는 마음으로 썼으리라. 

머릿말부터 거두절미하고 "윤석열 대통령 고발장을 들고 검찰청사에 서면서"로 시작한다. 싸움이 두렵지 않은 사람 누가 있겠는가? 상산의 조운 조자룡은 백 번 싸워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그러할진대 전장에 나설 때 늘 기도했다. 조상께 제배하고 갑옷을 입으며 전장에서 살아 돌아와 다시 향불을 켜드릴 것을 다짐한다. 누구나 전장에 나서기 전 그럴 것이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전장의 뿌연 먼지를 있는대로 뒤집어 쓰고 있을까? 

민주주의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토록 속절없이 바람 속 먼지처럼 흩어져 버릴 줄이야. 함께했던 동지는 어디가고 깃발조차 나부끼지 않는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 70년이 이토록 허약했다는 말인가? 그럴 리 없다.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시작하자, 다시 쌓고 다시 세워보자'는 단심으로 하루하루 바람을 뚫고 걸어가고 있다. 그 가슴에 담긴 언어를 따라가 본다. 
  
송영길.박정우의 공저 <송영길의 선전포고>.
 송영길.박정우의 공저 <송영길의 선전포고>.
ⓒ 시월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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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 Dine', 그러나 송영길의 외교는 다르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채워진다. 선전포고, 검찰, 외교, 주거와 경제 그리고 기후위기. 그의 투쟁을 이해하기 위해 첫 두 부분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난 중간부터 읽기 시작했다.  

외교부터 한번 살펴보자. 외교란 본시 단아하고 전문가적인 명민함이 번득이는 '범생이'들의 전유물 아니던가? 대부분 한국 직업외교관들, 필자가 함께 일해 본 절대 다수 외교관들은 그냥 직업이 외교관이다. 외교, 아니 외교처럼 비치는 행위 그 자체로 목적이다. Wine & Dine! 격조있게 코스 양식을 향긋한 와인과 함께 즐기며 언뜻 고담준론하는 듯 사실은 그저 그런 가족이니 여행이니 하는 잡담 아닌 잡담같은 통속을 섞어가며 적절히 국익을 운운하며 자기만족을 버무려 놓는다. 그들의 하루 일과다. 

그러나 송영길의 외교는 다르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 끊임없이 밀려드는 외침과 동족상잔의 분단으로 고통받아온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초월적 성찰과 극복, 한민족 1억 명 시대를 바라보는 통일과 확장의 미래비전을 집요하게 추구한다. 절대 놓지 않는 분명한 그 나침반이 바로 송영길이 이뤄내고자 하는 외교다.

대한민국이 다시는 동북아의 화약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안타까움에 늘 국제정세를 살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파리에서 산맥너머 굽어보듯 언론으로 TV 화면으로 그리고 파리대학교에서 연구한 결과를 "이란 핵합의와 민스크 협정의 아쉬움"이라는 칼럼으로 남겼다. 
 
"3차 민스크협정은 없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자체 병력과 힘으로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 유럽과 미국의 지원도 언제까지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 (...)구속력 있는 3차 민스크 협정이 시급히 요구된다." 

그랬다. 2021년 겨울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시야에 들어왔다. 2022년 1월 신년 벽두 잠재적 가능성에서 현실적 가능성으로 농도를 더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동계 연합군사훈련이 공표되었다. 훈련 후반부에 핵공격훈련이 포함되어 있었다. 2월 15일 전후였다. 송영길이 말하는 젤렌스키의 3차 민스크 협상 거부는 2022년 1월 말부터 2월 초 얘기다. 

누군들 강대국의 군사위협에 무릎을 꿇고 싶겠는가? 그러나 러시아의 동계훈련은 2월 18일 끝나게 돼 있었다. 그 시기를 포함해 하나의 전술로서 협상을 하겠다며 2~3개월 시간을 끌었어야 했다. 얼음덩어리 우크라이나 흑토대는 3월이 지나면 녹기 시작해 진흙밭으로 바뀐다. 자연스럽게 러시아 지상병력의 발목을 잡게 돼 있다. '라스푸챠'라고 한다. 탱크와 중화기의 신속전개가 어렵다. 호기는 그때 부렸어야 했다. 참으로 단순한 셈범인데 젤렌스키는 걷어찼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죽어나가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헐벗은 주민들, 어린아이, 여성들 그리고 노약자들. 외국에서 들어오는 지원물자로 배불리는 젤렌스키 그리고 부패 군장성과 관리들. 침공 600여 일을 맞은 우크라이나의 참상은 러시아 푸틴에게만 책임을 묻기에 너무도 참혹하다.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빚어지는 21세기 인류의 무지와 무능, 잔혹함과 절대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 연관된 일이다. 지구는 둥글지 않는가 말이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라는 호소 

송영길의 시선은 늘 우리 자신이다. 중동과 동유럽 대륙 그리고 다시 동북아와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땅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그의 탐구대상이자 해야 할 일의 앞머리를 차지한다. 그런 글들이 칼럼과 함께 잘 배열돼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문명과 인종 그리고 문화충돌, 종교충돌, 나아가 핵무기 충돌까지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오늘에 이르러 꼭 곱씹으며 읽어 보시기 바란다. 그러면 알게 된다. 한미동맹이든, 한반도 안보위기 혹은 화약고든 뭐든 지도자의 역량이 문제다. 그래서 2023년 10월 한국의 안보가 위태롭다.    

이제 제1부 선전포고로 돌아가보자. 맹자시대부터,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다고 믿는 바로 그 맹자가 "잔적(殘賊, 잔인하게 해치다)한 이는 왕이라도 몰아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송영길은 이재명으로부터 말문을 연다. 0.73%p 차이로 패배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대선에서 이긴 사람이 법을 이용해 기소하는 등 정치적 타살을 시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결국 좋은 정치란 화합에서 나온다"고 호소한다.

송영길의 선전포고 - 검찰 범죄 카르텔 전체주의 세력에 투쟁을 선포하다!

송영길, 박정우 (지은이), 시월(2023)


태그:#송영길의선전포고, #박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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