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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오경무의 사형, 여동생 A의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에 대해 각 무죄를 선고한다."

10월 30일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25호에서 열린 반공법등 위반 재심사건에서 제23형사부는 해당 사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고 오경무씨의 동생이자 사건 당사자인 A씨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사형 집행 후 51년 만에 무죄 선고

재판장은 이어 "당시 시대상황에서 가족 전부에게 가혹한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해 피고인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무죄 선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망 오경무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당시 수사기관에서 오씨 가족이 한 자백은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 과정에서 이뤄진 위법 수집 증거이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

피고인 망 오경무는 1967년 4월 28일 반공법 위반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결국 유죄가 인정되어 사형이 선고되었다. 당시 법원은 오경무에게 적용된 반공법상 회합, 탈출, 잠입, 국가보안법상 간첩미수의 범죄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결했다. 당시 피고인 망 오경무와 검사는 서울고등법원에 각 항소하였으나 1968년 1월 23일 항소가 각 기각되었고, 이에 대해 피고인 망 오경무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1968년 5월 7일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이후 1968년 6월 26일 피고인 망 오경무가 재심 청구를 했으나, 1969년 11월 21일 기각되었고, 이후 항고 및 재항고를 했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결국 1972년 4월 28일 피고인 망 오경무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다.   
 
간첩누명으로 '사형', 56년만에 무죄
 간첩누명으로 '사형', 56년만에 무죄
ⓒ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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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너무 고생, 모두 떠나고 홀로 남아"

선고 직후 중앙지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고인 망 오경무의 가족이자 사건당사자인 A씨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너무도 가족에게 소중했던 오빠였는데, 그 충격으로 가족들이 너무나 고생했다. 이제는 가족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는데, 혼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힘들다"며 울음을 삼켰다. 

이 자리에 함께 참여한 변상철 소장(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은 과거 중앙정보부의 불법연행과 고문, 폭행 등 불법수사를 통해 고 오경무님이 사형에 이르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게 되었는데, 재심 개시가 되었음에도 망인의 정의와 인권은 회복될 방법이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 오경무님 뿐만 아니라 인혁당 피해자 8명을 비롯해 삼척간첩단 사건의 김상회, 진항식, 69년 유럽일본간첩단사건 박노수, 김규남, 울릉도 간첩단 사건의 전영관, 김용득, 진도간첩단 사건의 김정인 등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미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당한 분들이 정말 무수히 많다. 사형집행에 대한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대리인 서창효 변호사는 재심 무죄 판결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검찰의 사과와 다른 피고인 사건 직권 재심을 촉구했다. 

"검찰은 재심 과정에서 본 사건이 북한 공작원이 관여된 안보사건이고 실체가 분명한 사건이라고 한 바 있다. 검찰이 실체가 분명했다고 했지만, 아무런 실체가 없음이 확인된 재판이다. 안보를 이유로 조작사건을 만들어 왔고, 이 사건도 역시 그러한 사건 중 하나로 보인다. 오늘 재판부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하였지만 망인이 돌아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본인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 재심 무죄가 선고된 분들 이외 공동피고인들 형제, 친인척들이 있는데 직권 재심을 촉구한다."
 
故오경무 씨에 대한 사형집행명령서
 故오경무 씨에 대한 사형집행명령서
ⓒ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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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형집행 시설을 점검하며 "사형집행은 형사정책적 기능이나 국민의 법감정, 국내외 상황을 잘 고려해서 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법과 사회의 안정성을 위한 법집행은 논란의 여지가 없으나 잘못된 수사와 형집행으로 인해 회복되어야 할 법의 안정성이 훼손되거나 법원의 결정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는 사실이 이번 재심 무죄판결을 통해 분명히 확인되었다. 과연 검찰과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사형집행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1972년 4월 서른세 살 오빠의 사형집행을 마주한 여동생은 50여 년이 지나 법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이 사법살인이라는 엄중한 상황 앞에서 피고인들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태도를 취해 재판장의 말처럼 '피고인에게 깊은 위로가 전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파이팅챈스' 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


태그:#재심, #재심무죄, #간첩누명, #사형무죄, #깊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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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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