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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시가 진행되는 양평생화센터에 위치한 ‘아올다’인 양근(양강)은 조선시대 궁중 사옹원의 그릇(식기)으로 쓸 백자를 납품했던 '양근분원'(楊根分院, 분사옹원)이 있던 지역이다. 광주 분원과 함께 한강을 따라 뗄감과 그릇을 운송하던 곳인데, 용문성당도 양근성지와 함께 100년이 넘는 역사가 숨어있다. 일제시대 박해를 피해 교인들도 요골을 찾아와 옹기를 만들며 살았으며, 현재도 그 흔적이 남아 있으며, 아직도 신점2리에는 옹기(질그릇) 장인들이 살고 있다.
 현재 전시가 진행되는 양평생화센터에 위치한 ‘아올다’인 양근(양강)은 조선시대 궁중 사옹원의 그릇(식기)으로 쓸 백자를 납품했던 '양근분원'(楊根分院, 분사옹원)이 있던 지역이다. 광주 분원과 함께 한강을 따라 뗄감과 그릇을 운송하던 곳인데, 용문성당도 양근성지와 함께 100년이 넘는 역사가 숨어있다. 일제시대 박해를 피해 교인들도 요골을 찾아와 옹기를 만들며 살았으며, 현재도 그 흔적이 남아 있으며, 아직도 신점2리에는 옹기(질그릇) 장인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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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강이 시작되는 '두물머리', 주변경관과 어우러진 물·꽃의 생태정원 '세미원', 용문사와 천년은행나무가 있는 '용문산관광지', 일제강점기에 개통되어 근대문화유산에 등록된 '구둔역' 등까지 양평에 가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이미 인터넷만 뒤져봐도 '양평에 가볼만한 10선', '연인과 함께하는 데이트코스', '온가족이 체험할 프로그램' 등 양평에 방문할 리스트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도권 일대에서는 나름 손꼽히는 관광지다. 그러나 양평의 한 동네가 지역명에도 남아있지만 그 흔적이 사라져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에피소드가 있어 이번 기회에 소개하려한다. 
 
"양평군 용문면 요골(요곡)은 과거 옹기를 제작하던 마을이다. 지명에 이미 '窯'(가마 요)라는 한자가 담겨 있다. 용문과 지평을 지나는 길도 그릇고개(그루고개)라 불렸는데, 좋은 옹기토가 나던 일대에 옹점과 옹기전이 모여서 사람들이 정착하게 됐다."

오는 11월 30일까지 양평생활문화센터의 '작은미술산책 아올다'에서 진행하는 <흙으로 만나는 세계>전시장에는 이런 문구를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점토가 옹기가 되어 이동하던 경로를 따라가며 '흙으로 만나다'라는 주제에 다양한 접근방법을 소개하는 전시라면 맞겠다. 하지만 필자는 전시장에 들어서기에 앞서 문득 이런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왜 양평은 흙에 관한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을까?"

"최근 용문사·양사·약수터 등의 통행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옹기가게를 중심으로 주막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흙과 옹기에 관한 전시라는 설명을 듣고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봤던 옹기가게들에 관한 궁금증이 떠올랐다. 잊혀져 가는 지역의 에피소드를 복원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현장에서 전시의 과정에 관한 설명을 들어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했다. 

현재 전시가 진행되는 양평생화센터에 위치한 '아올다'인 양근(양강)은 조선시대 궁중 사옹원의 그릇(식기)으로 쓸 백자를 납품했던 '양근분원'(楊根分院, 분사옹원)이 있던 지역이다. 광주 분원과 함께 한강을 따라 뗄감과 그릇을 운송하던 곳인데, 용문성당도 양근성지와 함께 100년이 넘는 역사가 숨어있다. 일제시대 박해를 피해 교인들도 요골을 찾아와 옹기를 만들며 살았으며, 현재도 그 흔적이 남아 있으며, 아직도 신점2리에는 옹기(질그릇) 장인들이 살고 있다. 

"옹기는 과거부터 우리 생활에 밀접한 공예품으로 오랫동안 널리 사용됐어요. 하지만 현대로 올수록 생활방식이 변하면서 빈도가 낮아지고 흔적도 급격히 사라졌어요. 양평군 용문면 요골(요곡)은 예로부터 옹기를 제작하던 마을이었습니다.

또한 용문면과 지평면을 지나는 길을 그릇고개(그루고개)라 불렸는데, 좋은 옹기토가 나던 일대의 옹점과 옹기전이 모여 사람들이 정착했어요. 시간이 지나 현재에는 용문면 신점리, 독점(고개) 등지에 소수의 옹점만 남아있으며 생활양식이었던 까닭에 요골과 옹기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하거나 연구한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릇고개를 따라 육로와 한강을 거쳐 옹기를 운송했을 과거를 상상하며 마련했습니다." 


김세종 양평문화재단 차장에게 전시취지에 관한 설명을 들으니 전시와 지역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듯 마을 이름으로 남아있는 양평의 삶, 문화의 흔적을 더듬어,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옹기문화와 공간을 주민과 함께 문화콘텐츠로 환원해보고자 한 현대적 전승이 <흙으로 만나는 세계>의 의도인 셈이다.

여기에 이번 전시의 도자 작품은 과거 옹기장에서 사용했을 용문면 요골의 흙과 모래로 제작하여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매개체로 활용했다. 또한 옹기를 빚던 요골과 양평의 옹기에 대해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낸 요골과 옹기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낸 것이다. 이렇게 주민과 작가들이 함께 만든 창작과정은 '아올다'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전시기간 중에도 현재와 만남을 계속 이어간다.  

현대작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전시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여진씨는 "전통·현대적 작업을 하는 도예작가를 중심으로 주민들과 함께 양평의 역사·자연의 고유재료를 직접 탐사·채취하여 점토를 만듦으로써 양평의 전통과 현재를 잇는 작품을 전시"했으며, "작가·주민과 함께하는 지역 리서치와 워크숍·체험 등을 통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작품 구상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라고 설명했다. 
 
윤준호 작가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요골’이라는 옛 옹기마을에서 재취한 흙을 시간과 공간, 새로운 제작자의 손을 거쳐 또다른 현재의 ‘요골’로 제작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의 형태는 과거 토기와 옹기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윤준호 작가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요골’이라는 옛 옹기마을에서 재취한 흙을 시간과 공간, 새로운 제작자의 손을 거쳐 또다른 현재의 ‘요골’로 제작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의 형태는 과거 토기와 옹기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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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만나는 세계> 전시에는 분청작가인 윤준호, 현대도예작가인 류호식, 사진·영상작가인 김은정 등 세 명이 이끌었다. 우선, 윤준호 작가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요골'이라는 옛 옹기마을에서 재취한 흙을 시간과 공간, 새로운 제작자의 손을 거쳐 또다른 현재의 '요골'로 제작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의 형태는 과거 토기와 옹기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흙은 뭉치면 유연함과 순응적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경험과 정신을 손으로 뭉쳐 순간의 촉각을 입체로 나타낼 수 있는 소재입니다. 작가의 언어는 순간의 촉각과 물성이죠. 선사시대 벽화에서도 알 수 있듯 이미지는 문자 이전에 물성과 촉각을 바탕으로 표현한 언어였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나로부터 흙의 촉각을 통한 의사소통이자 본질적 흙의 모습을 표현한 겁니다. 흙과 작가 사이의 촉각은 이전부터 늘상 존재해온 당연한 순간이었으나 작가는 이를 새로운 의사소통 과정으로서 읽어보려는 시도이죠. 관람객에게 역시 작품을 대하는 경험이 시각에서 멈추지 않고, 촉각으로 그 의미를 읽어내려가는 인식의 움직임으로 확장되길 바랍니다." (윤준호 작가)

 
류호식 작가는 양평에서 머물며 작업하는 동안 과거와 현재를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일상의 한 겹 아래 존재했던 과거 옹기장이의 시선에 양평의 풍경이 어떻게 담겼을지, 작가로서 나와 그의 상상은 어떠했을지, 한 시대를 향유하며 흙을 통해 내일의 꿈을 품었다는 유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유대감을 찾고자 했다. 그것은 내면의 네 번째 공간(Querencia)에 대해 이야기해볼 단서가 됐다고 전했다.
 류호식 작가는 양평에서 머물며 작업하는 동안 과거와 현재를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일상의 한 겹 아래 존재했던 과거 옹기장이의 시선에 양평의 풍경이 어떻게 담겼을지, 작가로서 나와 그의 상상은 어떠했을지, 한 시대를 향유하며 흙을 통해 내일의 꿈을 품었다는 유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유대감을 찾고자 했다. 그것은 내면의 네 번째 공간(Querencia)에 대해 이야기해볼 단서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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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식 작가는 양평에서 머물며 작업하는 동안 과거와 현재를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일상의 한 겹 아래 존재했던 과거 옹기장이의 시선에 양평의 풍경이 어떻게 담겼을지, 작가로서 나와 그의 상상은 어떠했을지, 한 시대를 향유하며 흙을 통해 내일의 꿈을 품었다는 유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유대감을 찾고자 했다. 그것은 내면의 네 번째 공간(Querencia)에 대해 이야기해볼 단서가 됐다고 전했다. Querencia(큐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싸움에 지친 투우장의 소가 잠시 휴식하는 특정 구역을 뜻한다. 현대에는 본인만의 피난처나 안식처를 일컫는다.

"바쁜 일상과 노동 뒤에 얻은 쉼은 양평의 산맥과 강, 구름을 바라보게 해주었습니다. 이들은 아주 오랜 과거에서부터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 같았어요. 이처럼 옹기마을의 기억과 자연은 예로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런 현재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큐렌시아, 네 번째 공간을 만들고 이를 옹기라는 그릇에 담아낸 겁니다. 이번 작품의 소재이기도 한 벌개미취의 꽃말 '나를 잊지 말아요'처럼 옹기와 같은 양평의 소중한 문화자원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을 활성화되고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더욱 풍부해지길 바랍니다." (류호식 작가)
 
김은정 작가는 옹기를 백그라운드로 촬영한 작업물에 옹기의 숨은 역사가 있는 용문 ‘요골’을 기점으로 용문사, 신점리, 용문면과 지평면을 이어주는 그릇고개를 따라 이동하며 옹기의 흔적을 찾아 옹기의 근본이 되는 흙, 불, 물, 바람을 사진의 이중노출 긱법을 활용하여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다.
 김은정 작가는 옹기를 백그라운드로 촬영한 작업물에 옹기의 숨은 역사가 있는 용문 ‘요골’을 기점으로 용문사, 신점리, 용문면과 지평면을 이어주는 그릇고개를 따라 이동하며 옹기의 흔적을 찾아 옹기의 근본이 되는 흙, 불, 물, 바람을 사진의 이중노출 긱법을 활용하여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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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작가는 옹기를 백그라운드로 촬영한 작업물에 옹기의 숨은 역사가 있는 용문 '요골'을 기점으로 용문사, 신점리, 용문면과 지평면을 이어주는 그릇고개를 따라 이동하며 옹기의 흔적을 찾아 옹기의 근본이 되는 흙, 불, 물, 바람을 사진의 이중노출 긱법을 활용하여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다. 

"깨지고 부서지면 다시 흙으로 부식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옹기파편의 유물이 없다는 옹기의 환원성 때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옹기의 역사를 가진 용문면 세 곳의 대표지역에서도 사라진 옹기의 찾기란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사진이라는 매체를 처음 접했을 때 기록했던 다중노출 필름작업물을 봤고, 옹기의 다양한 모습을 먼저 촬영한 결과물 위에 옹기의 이동경로를 따라 현재의 모습을 촬영하며 옹기의 흔적을 찾아나섰습니다." (김은정 작가)

양평의 나무와 물, 그리고 흙과 불의 연작 프로젝트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여진 씨는 "전통·현대적 작업을 하는 도예 작가를 중심으로 주민들과 함께 양평의 역사·자연의 고유재료를 직접 탐사·채취하여 점토를 만듦으로써 양평의 전통과 현재를 잇는 도예 작품을 전시"했으며, "작가·주민과 함께하는 지역 리서치와 워크숍·체험 등을 통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작품 구상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여진 씨는 "전통·현대적 작업을 하는 도예 작가를 중심으로 주민들과 함께 양평의 역사·자연의 고유재료를 직접 탐사·채취하여 점토를 만듦으로써 양평의 전통과 현재를 잇는 도예 작품을 전시"했으며, "작가·주민과 함께하는 지역 리서치와 워크숍·체험 등을 통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작품 구상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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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미술산책 아올다에서는 양평의 자연과 역사(이야기) 소재를 기반으로 2022년부터 연작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양평생활문화센터의 전신인 '양평산림조합'의 흔적을 더듬어 목재와 이야기를 매개하여 '아올다' 전시&공간 프로젝트를, 2023년에는 두 번째로 나무와 물(양강)을 연결하는 '나무 배(木船)' 프로젝트, 세 번째에는 물과 흙으로 빚은 양평의 도기(옹기와 사기)를 불로 소성하는 그릇과 이야기를 진행한 것이다.

특히 전시가 펼쳐지는 '아올다'(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물안개공원길 38)에 관한 설명을 덧붙이려 한다. '아올다'는 '아우르다'는 뜻의 순 우리말로, 지역의 공공 유휴공간을 '양평 주민들의 생활권 문화소통공간'으로서 탈바꿈한 것이다. 이곳은 창작 중심의 전시를 넘어 일상 속에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상상력의 확장을 지지하는 열린 공간이다. 이를 위해 이곳은 문과 벽이 없는 연속된 공간으로,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고 전체로도 활용 가능한 가변·확장형의 개념적 공간으로 구성했다.

무엇보다 '작은미술산책 아올다'는 2022~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사업 전시활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난해 11월부터 양평 지역과 주민의 이야기를 매개로 하는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양평생활문화센터의 전신인 양평산림조합 이야기로부터 출발해 목재 공간 <아올다>가 지속적으로 확장·변형된다.

태그:#작은미술관, #한국, #양평문화재단, #양평생활문화센터,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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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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