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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에 기간제 교사로 2학년 담임을 하고 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동화책 읽어주기는 교장 첫 해부터 매달 방송으로 읽어주었기에 가지고 있는 자료가 많다. 이렇게 책 읽어주기 자료를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동화책을 스캔해서 PPT로 만들어 TV 화면에 보여주며 읽어준다.
  
저자 레오 리오니
▲ 동화 "프레드릭" 표지 저자 레오 리오니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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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겨울에 어울리는 동화책을 선택했다. 동화 <프레드릭>이다. <프레드릭>은 네덜란드 작가 레오 리오니(1910~1999) 작품으로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동화책이다.

<프레드릭>의 전반부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베짱이처럼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노는 프레드릭을 통해 게으름에 대한 경고를 하려나보다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프레드릭>은 끝에서 이를 살짝 틀어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예술과 예술가의 의의를 강조한다.
 
프레드릭은 오래된 돌담 옆 헛간에 사는 들쥐이다. 늦가을 무렵 다른 들쥐들은 겨울을 대비한 양식을 나르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프레드릭은 겨울이 다가와도 다른 들쥐들처럼 양식을 모으지 않고, 태양의 따뜻한 온기와 여름에 볼 수 있는 찬란한 색깔, 그리고 계절에 어울리는 낱말을 모으느라 바쁘다. 물론 동료 들쥐들에게 양식을 모으지 않고 놀기만 한다고 비난을 받는다. 겨울이 되어 먹이가 넉넉할 때는 여우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를 하며 행복하게 지내지만, 저장해 놓은 먹이가 떨어지자 들쥐들은 배가 고파 재잘댈 힘조차 잃어버린다. 그때 시인 프레드릭은 가을날 모아둔 자신의 양식을 꺼내 다른 들쥐들에게 나누어 준다. 쥐들은 프레드릭이 모아 놓은 햇살과 색깔과 아름다운 낱말에 추위와 배고픔을 잊고 행복해한다.
 
프레드릭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친구 쥐들의 상상력에 불을 댕겨 보통 겨울에는 구경도 못 했을 색을 보고 햇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반 아이들도 들쥐들과 함께 꿈을 꾸었다.

동화책의 그림도 참 예쁘다. 콜라주 기법으로 찢어 붙인 들쥐들이 귀엽다. 들쥐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귀여운 들쥐들의 모습에 재미있어 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게 된다.

사람에게는 육체의 배부름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꿈과 이상에 대한 욕구가 있다. 이를 채워주는 것이 예술이다. 이 책에서 프레드릭은 꼬마 시인처럼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술가는 프레드릭처럼 남들이 일할 때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이뤄낸 예술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때 당당해진다.

동화를 읽어주고 독후 활동으로 내가 프레드릭이라면 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상상하게 했다. 잠시 눈을 감고 프레드릭이 되어본다. 친구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하는 아이도 듣는 친구들도 행복 속으로 들어갔다.

책은 어떻게 읽어줄까

책 읽어주기는 어렵지 않다. 동화구연처럼 완벽하게 목소리 흉내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엄마는 엄마의 목소리로, 아빠는 아빠의 목소리로 편하게 읽어주면 된다. 나는 그냥 선생님의 목소리도 편하게 읽어준다.

대화글이 나오면 목소리를 바꾸어 말하듯이 읽어준다. 가끔 대화글을 아이들과 같이 읽기도 한다. 책 읽어줄 때는 무선 마이크를 사용한다. 소리를 잘 전달하기 위함이다.
 
목소리 크기를 조절하느라 무선 마이크를 활용한다.
▲ 교실에서 책 읽어주는 장면 목소리 크기를 조절하느라 무선 마이크를 활용한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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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기는 태어나면서부터 6학년까지 읽어주면 좋다고 한다. 읽어주다가 한글을 읽을 수 있으면 가끔 아이들과 번갈아 읽기도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어주기를 하면 아이들이 독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정서 함양에도 좋다고 한다.

읽어준 이후에 어렵지 않은 간단한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심화시켜도 좋다. 실제 생활과 비교해서 나라면 어땠을지 말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도 된다. 즉 가정 독서교육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다.

우리 반은 매일 아침 1교시 전에 20분 동안 집중해서 독서를 한다. 3월부터 매일 독서 했기에 책 읽는 시간만큼은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린다. 처음 천방지축이던 모습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수업에도 집중하게 되었다.

어떤 책을 읽어 줄까

읽어주는 책은 그림도 예쁘면 더 좋다. 너무 길지 않고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면 좋다. 그래야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

친구를 잘 이르는 아이가 보이면 <거짓말쟁이 왕바름>을 읽어주고, 말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일깨워주면서, 좋은 말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싶으면 <낱말 공장 나라>를 읽어준다.
   
유쾌한 상상력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싶으면 <백점빵>을, 내가 부러워하는 것들도 다 그 나름의 힘든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려면 <천만의 말씀>을 읽어준다.

응원과 위로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려면 <너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니>를, 내가 태어난 달의 나무와 의미를 알려주는 예쁜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을 때는 <열두 달 나무 아이>를 읽어준다. 이 책은 3월 학년이 바뀌는 때 읽어주면 좋은 그림책이다.

공감능력을 길러주는 독서

미래사회를 잘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은 공감 능력이다. 다른 것은 로봇이나 AI가 대신할 수 있지만, 공감 능력은 대신할 수 없다. 공감 능력을 길러주는 좋은 방법은 독서와 칭찬이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고 독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좋은 방법이 책 읽어주기다.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며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다. 

책을 읽어주며 우리 반 학생들의 꿈이 자라길 바란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멋진 사람이 되길 기대한다. 학교뿐만 아니라 집에서 부모님께서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바른 성장에 도움이 될 거다. 바쁘지만 1주일에 한 번이라도 책 읽어주는 부모님이 되시길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2013)


태그:#프레드릭, #낱말공장나라, #책읽어주기, #동화책, #공감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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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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