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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재판이 오는 12월 7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용균 재판은 2022년 2월 10일 제1심에 이어 2023년 2월 9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대표이사는 1, 2심 모두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는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고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도 1심에서 유죄 판결받은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안법 위반 행위에 대해 2심에서는 모두 무죄로 선고되었습니다. 한국서부발전 임직원은 아무도 산안법 위반의 책임을 지지 않았고 다만 태안발전본부의 중하위급의 관리자들만이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이에 재판정 밖에서 투쟁을 이어오던 유족과 동료,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대법원 재판부에 진짜 책임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보내려고 합니다. - 기자말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사고를 당한  현장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사고를 당한 현장
ⓒ 신문웅(시민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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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

경영 책임자가 위험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죄가 되는 판결을 더는 반복하지 말아 주십시오.

'고 김용균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사망사고'를 판결하기 앞서 2017년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와 관련해 1, 2심에서 삼성중공업과 하청업체, 각각의 임직원 등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기각했던 대법원(대법원 2부, 주심 천대엽 대법관)의 판결을 꼭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는 원청과 하청 간의 산재사고가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임과 동시에 고 김용균 사망 사고에서도 유사하게 원청과 하청 간의 산재 사고에 대한 판단을 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김용균 사망 사고와 관련해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모두 전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에 대한 무죄판결 근거로 "취임 이후 컨베이어벨트와 관련한 위험성이나 한국발전기술과의 위탁 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김용균 사망 사고뿐만 아니라 이전의 수많은 산재사고에서 반복된 논거였습니다. 최고 경영책임자가 가장 말단 노동자의 구체적인 위험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갖는 법의 규범적인 효과는 경영 책임자로 하여금 작업장의 구체적인 위험을 살피고 인지하는 노력을 회피하도록 만들어 왔습니다. 이는 단지 '처벌'의 문제뿐만 아니라 '예방'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도록 하는 데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이라는 것은 위험을 적극적으로 예측하지 못해 사고로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경우 더 가중됩니다. 따라서 위험에 대한 인지와 예측이 사업주의 어떤 의무보다 우선합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안전배려 의무'의 핵심적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원청인 서부발전의 책임은 하청노동자 김용균이 처한 구체적 위험을 인지했는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태안화력발전소라는 작업 장소에서 산업안전사고 예방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안전조치 의무를 수행했는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고 김용균 사망 사고 당시 작성했던 <재해조사의견서>에 따르면, 가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의 안전을 위한 방호 덮개를 제거하고 작업한 것에 대해,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의 임의적인 행동이라 보기 어렵고(모든 설비의 소유와 관리 권한은 원청에 있습니다), 원청인 서부발전의 묵시적 동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평소 컨베이어벨트 설비의 운전을 정지하지 않고 작업하는 '관행'이 이루어지도록 원청의 묵인이 없었다면 이러한 관행은 불가능하다는 점, 비상 정지 장치 설치와 불량에 대한 관리적 문제가 방치되어 있다는 점, 2인 1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에 대한 원청의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되어 있습니다.

또한 2인 1조 근무수칙과 관련해서 이는 단지 하청업체가 근무 수칙을 어긴 것이 아니라, 2인 1조 수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원청과의 도급계약서에 이를 위한 인력설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도급계약서에는 각 구간에 1인을 배치해 컨베이어벨트 점검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인 1조 근무 수칙을 지키지 않은 책임은 하청이 아니라 원청에 물어야 합니다. 참고로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사고' 당시 대법원에서는 2인 1조가 지켜지지 않은 이유로 원청인 서울메트로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단지 과거 특정 사망 사건에 대한 처벌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도 작업 현장에서는 김용균과 같은 하청노동자들이 실질적인 고용 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원청의 최고경영자가 구체적인 위험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위험이 외주화 되고 책임이 방기되고 있습니다.

최소한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경영인의 의무로서 산업 안전 의무를 회피하지 않도록 판결해 주십시오.

- (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위원,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전주희

[호소문①] 김용균 죽음, 판결 바로잡을 곳은 이제 대법원뿐 https://omn.kr/26la0
[호소문②] 대법관님, 그 사장에게 벌을 주십시오 https://omn.kr/26lnf
[호소문③] 무죄라니요, 학생들이 묻습니다 https://omn.kr/26luz

태그:#김용균재판, #대법원, #중대재해, #산업재해, #김용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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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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