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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 외관(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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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교육청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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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왜 기간제 교사와 섞여 타 학교로 갔냐"며 수능 감독관 배정 문제에 불만을 가진 교사가 업무 담당자인 후배 교사에게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신고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들의 탄원까지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된 교감이 다음날 교원회의를 열어 교사 실명을 언급해 색출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달 17일 경남의 한 사립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정규직 교사 중 자신만 기간제 교사들과 함께 타 학교 수능 감독관으로 배정된 것을 문제 삼으며 교장실에서 강하게 항의했다. 이 자리엔 교장, 교감, 교무부장, 그리고 해당 업무(수능 감독관을 최종 배치하는 교육청에 추천 명단 제출)를 담당한 후배 교사 B씨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우리 학교) 정규직 교사 중에 나만 기간제 선생님들과 섞여 타교로 (수능 감독을) 나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내가 어떤 능력치가 떨어져 이렇게 판단했나"라고 항의했다.

후배 교사 B씨는 "선생님(A씨)의 자존심을 일부러 깎기 위해 다른 학교에 보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저는 추천 명단만 제출할 뿐) 교육청의 배치 결과를 짐작할 수 없다", "선생님(A씨)은 2018년부터 (수능의) 일반 시험실 감독 경험이 없었다", "일반 시험실 감독 경험이 더 많은 분들이 (감독을)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 점은 사과 드린다"고 반박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야, 네(B씨) 기준에서 나는 수능을 망치는 사람이야?", "지금 비하하는 거냐", "내가 걸림돌이냐", "이번에 배제하면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거냐", "네가 뭔데 나를 판단하냐"며 B씨를 향해 반말로 소리쳤다. A씨는 교장실을 나온 B씨를 따라가 중앙통로에서까지 거세게 항의를 이어가 주변에서 이를 만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교감은 "(B씨가 A씨를 타 학교로 배정하려는) 의도성이 보이는 것 같다"며 "명단이 짜여지는 것을 보면 지침에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B씨가 교육청에 제출한 수능 감독관 추천 명단은 교감을 비롯한 관리자의 결재를 거친 것이었다.

B씨는 사건 발생 후인 지난달 29일 경남도교육청에 A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고, 동료 교사 18명이 작성·서명한 탄원서 또한 신고서에 첨부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직후 교감 2차 가해 논란

그런데 신고 당일 이 사실을 알게 된 교감은 일부 교사들에게 전화해 탄원서 내용과 작성 경위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다음날 임시 교원회의를 열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이유가 뭔지 (탄원을) 낸 사람들은 알겠죠"라고 발언했다. 또 탄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추정되는 교사 두 명의 실명을 언급하며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다.

한 교사가 "그 일로 이렇게 전체회의를 하는 것이 맞습니까"라고 항의했지만, 교감은 "지금 신입생도 모집해야 하는 시기에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내부적으로 굉장히 큰 문제"라며 "충분히 모일 이유가 합당하고, 교장 선생님께서도 허락하셨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하거나 조사내용을 보고 받거나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알게 된 비밀을 피해 근로자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도 안 된다(제76조 3의 6·7항).

경남도교육청이 올해 4월 발표한 '2023년 갑질 근절 추진계획' 또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서 비롯된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갑질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학교는 올해 9월 이 계획을 토대로 전 교직원 대상 갑질근절계획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식석상에서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을 언급할 경우 비밀유지의무 위반 여지가 있다"며 "포괄적으로는 (교감의 행위가) 갑질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은 폭언이 지속·반복되지 않더라도 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노무사(노무법인 돌꽃 대표)도 "(근로기준법 제76조 3의 6항에 나오는) '불리한 처우'는 현행법에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피해 사실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후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자인 교감이 '탄원서 내용을 묻는' 등의 행위는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에게 압박 등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감 "강압적으로 알아본 것 아냐", A씨 "내가 모욕 당해"

교감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위한) 탄원 서명을 강제적으로 권유받았다는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이것이 문제란 취지로) 제보가 왔었다"라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및 탄원 서명 과정에서) 저를 음해하는 특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해 관할 경찰서에 명예훼손 등으로 (탄원 서명을 주도한) 교사 3명을 고소했다"라고 밝혔다.

교감은 교원회의를 열어 교사 실명 등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제보를 준 선생님께서 (공적) 모임을 갖자고 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강압적으로 탄원 취지와 내용을 알아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SNS와 지역사회에 재생산돼 인격살인을 당하고 있다"며 "경찰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겠다"고 주장했다. 

선배 교사 A씨도 "저 또한 억울한 부분이 많아 해당 면담의 녹취록 등 관련 증거를 교육청에 제출하고 감사를 요청한 상태"라며 "(교장·교감 등) 관리자 앞에서 B씨가 (제게)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는데 그것 자체가 굉장히 모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취록을 들어봐도 (저와 타 학교로 수능 감독을 간) 기간제 교사를 폄훼하는 내용은 일절 없다"며 "수능 감독관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한 것이고, 이야기를 나누던 과정에서 (B씨의) 모욕적 발언에 감정적으로 흥분해 '제가 수능을 망친 장애물이냐'고 되물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후배 교사 "타교 배정은 교육청의 몫... 불안감에 괴롭다"

후배 교사인 B씨는 "교사가 정규직이든 기간제이든 고용형태는 제가 (수능 감독관 명단을 교육청에 제출하는 데)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또한 타교로 수능 감독관을 배정하는 건 교육청의 몫"이라며 "(이미 교감·교장의 결재를 거쳐) 문제없이 처리된 업무들도 추후에 얼마든지 문제거리로 삼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결재권자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심리적 압박감으로 괴롭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고자인 저를 격려하며 문제 상황에 대한 탄원서에 서명한 교사들이 마치 범죄자를 색출하듯 공포스런 분위기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나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B씨는 불안장애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해당 신고 건에 담당 감사관을 지정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태그:#직장내괴롭힘, #갑질, #사립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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