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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예산 삭감을 반대하는 기자회견(2023.11.21)
 성평등 예산 삭감을 반대하는 기자회견(2023.11.21)
ⓒ 서울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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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서울여성노동자회는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실태조사 '서로를 향한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피해 경험과 대응 온라인 설문조사'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노동자 심층 면접 조사'를 하였다. 면접 조사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노동자 4명을 대상으로 면접자 3명은 본회 조력을 받았고 1명은 피해 당시 본회를 알지 못하였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노동자의 목소리로 피해 대응 시 무엇이 어려웠고, 피해에서 회복하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어떠한 것이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발생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노동자(이하 피해자)는 회사에 고충 신고 후 매우 막막하다.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아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 본인이 피해자인 것은 인지하나, 구체적으로 상대의 행위가 어떠한 법률 위배인지, 증거는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 상대방이 부인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내 피해를 알리면) 가족은 슬퍼만 하고. 힘들어하거나 화만 내고."
"그냥 없었던 일로 해라, 회사를 옮겨라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가족부터 그렇게 말하는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뻔하잖아요."
"주변 사람에게 (성희롱 피해를) 알렸을 때 형사 소송해라, 회사 믿지 말라는 말도 하고. 좀 혼란스러웠어요. 고용노동부 등을 이야기하는데 막연하더라고요. 절차도 모르겠고, 솔직히 그런 교육을 받을 일이 없잖아요."
"회사 직고용·정규직이 아니어서 일하는 회사의 직장 내 성희롱 교육에서 배제됐어요. (고충 신고) 절차 같은 것도 안내받은 적이 없어요."
 
피해를 호소하고 조사를 받고 본인을 보호해야 하는 데 법률적인 지식이나 대응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 본인의 판단이 자신에게 이로운가에 대한 확신도 없는데 많은 것을 결정해야 한다. 법적 절차나 회사 고충 신고 절차도 모르니, 판단하고 결정하기 어려웠는데 법률적인 상담 등 지원으로 안정감이 들었고 대응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였다.
 
"심리적으로 너무 안정되었고, 왜냐면 제 편이 없잖아요."
"회사 조사에서도 내가 놓치면 안 되는 부분 정리할 수 있게 도움받았어요. 회사에 의견서 제출 등도 조사에 큰 도움 됐어요."
"법리적인 부분도 회사 쪽 액션에 대하여 판단하기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순진하게 내가 피해를 당했으니까 보호를 받겠지 생각했지만 점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회사는 회사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되잖아요."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을 때도 혼자였으면 솔직히 많이 위축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했을 거예요. 든든한 내 편이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법률적인 지원이나 상식, 정보를 제공받는 것도 중요하고. 든든한 조력자가 옆에 있으니 마음이 굉장히 안정이 되고 행동하는 데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죠."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대응 방안에 대한 정보 제공과 어떠한 방향으로 사건을 끌고 나갈지 정하는 데 법률 상담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반인에게 '법률 지원'이라고 하면 크게 와 닿지 않을 거 같아요. 겪고 나니까 법률 지원이 중요하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법률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바로 경찰서를 갔었겠죠. 행위자가 처벌받겠지 기대감으로 경찰서를 갔겠지만 그렇게 안 됐을 거 같아요. 회사에 이의 제기도 못 하고 그냥 퇴사했을 거 같아요."
  
"조력이 없었다면 많이 달랐을 것 같아"
"그냥 퇴사했더라면 마음에 계속 남아서 후회되었을 것"


피해자는 서울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의 조력을 받지 않았더라면 '달랐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회사 조사나 고용노동부 진정에서 힘들고 상처받았는데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수도 있고 결과가 좋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력 없이 진행되었으면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많이."
"이런저런 생각에 판단도 잘 안되고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괜히 신고했다' 자책하면서.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니까."
"신고 후 기대와 달리 오히려 고용노동부 조사 과정에 상처받기도 하고. 조력이 없었다면 더 피해가 컸을 거 같아요."
"고소장 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증거도 충분히 있어야 하고 증거에 대한 적합성 인정도 받아야 하고. 시간도 걸리고 조사과정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대응에 있어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피해 진술을 해야 하는지 중요하다고 말한다. 피해자 진술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잘 알고 경험 있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 사건' 즉 직장 내 성희롱의 특징을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뭔가 잘못 이야기하면 사건이 틀어질까 걱정도 했거든요. 우리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야 하는데. 어떤 것을 중점으로 어필해야 되는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미리 이야기를 듣고 갔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은 하거든요. 내가 잘못 말했다가 다른 사람까지 피해볼까 봐 너무너무 걱정이고. 좀 잘 알고 경험하신 분들이 있고 전문가들이 먼저 좀 조언을 해주면 조금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이쪽(직장 내 성희롱) 분야를 오래 연구하고 접해왔던 분들이니까 더 도움이 됐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진짜 우리 사건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잘 해결해야겠다는 마인드를 가진 전문가 만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피해 상황을 기억하는 것조차 너무 힘들어서 조사도 회사도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냥 퇴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대응하지 않았다면 마음에 남아서 더 괴롭고 후회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법률 상담은 정말 받아야 되고 받은 거랑 안 받은 거랑 되게 다르더라고요. 그냥 정말 퇴사했을 거 같아요."
"피해받은 상황이 계속 떠올라 힘들어서 퇴직하고 싶었어요. 다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냥 퇴사했더라면 마음에 계속 남아서 더 괴롭고 후회되었을 것 같아요."
 
서울여성노동자회 같은 곳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다른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물었다. 모든 면접 대상자가 일관되게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하라'고 답변했다. 피해에 대응하는 것은 정말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피해를 중지하고 해결하고자 대응하는 것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손을 내미는 것도 큰 용기와 힘이 필요하다. 면접 대상자들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에게 조금만 더 힘을 내어보라고 말한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도움을 요청하면 잡아주시는 분들이 또 있기 때문에. 먼저 손을 내밀어보라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상은 그래도 아직 되게 살 만한 것 같아요."
"너무 주눅 들지 말고 힘내서,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용기를 내서 한 걸음을 내시라 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 일이 없으면 제일 좋겠지만, 이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시면 나는 서울여성노동자회에서 많은 도움을 전문적으로 받았으니까 한번 찾아가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응)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이 있으면 그냥 일단 용기 내서 하라고 하고 싶어요. 엄청 어려울 것 같아도 도움 받을 수 있고. 용기 내어 문을 두드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무조건 '이런 도움을 받아야 한다', '상담신청을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의지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되게 커요.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그때 사안이 생겼을 때 누군가에게 바로 물어볼 수 있다는 것,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거. 사실 이런 일을 혼자 겪었을 때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 두려운 마음도 같이 생기니까요."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서울여성노동자회에서 도움을 받으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상처 받았지만 이 일을 겪으면서 서울여성노동자회나 내 주변에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을 알게 되어서 용기 내라고 해주고 싶어요."
 
면접 대상자들은 입을 모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자신보다는 조금 덜 힘들게 사건에 대응하고 회복하기를 바랐다. 도움을 요청하고, 조력을 받고 힘들어도 한 발만 더 내딛기를 온 마음을 다해 바라고 응원했다. 그리고 피해에 용기를 내어 대응한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 있었고, 어렵게 지나온 길이 다른 피해자에게 소중하고 커다란 힘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존재할 이유 여전히 있다

본회 내담자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혼자는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서울여성노동자회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피해에 대한 조력을 받는 것이 행운이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권리여야 한다.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스스로 밝히고 설명해야 한다. 피해를 소명하기 위하여 시간을 들이고 애를 써야 한다.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주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는 내담자의 의지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행위자에 비하여 피해자는 나이나 경력, 직급, 경제적 능력 등 약자인 경우가 많다. 최소한의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지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성희롱의 특징, 피해자 지원에 대한 숙고와 고민이 필요하다. 행정 기관과 피해자 지원 기관의 역할은 다르고 고유의 전문성이 있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은 직장 내 성희롱 등 성차별을 고민하고 사업을 펼쳐왔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24년간 운영되어 온 역할과 성과는 분명하다. 직장 내 고충을 호소하였던 피해자들이 '찾으라',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하는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이것만으로도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유지되어야 할 당위로 충분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오늘'은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입니다.


태그:#민간고용평등상담실, #직장내성희롱, #성평등노동, #평등하고안전한일터, #고용평등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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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노동자회는 1987년 여성노동자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여성노동 상담 및 교육·선전 활동을 통해 성차별, 모성보호, 성희롱, 비정규직, 보육문제 등 다양한 여성노동문제를 풀어가며, 여성노동자를 위한 정책과제를 개발하고, 올바른 여성노동 정책이 수립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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