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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만에 우승으로 소원을 성취했다는 뉴스 때문일까. LG트윈스가 2위로 등극했다는 타이틀과 함께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는 제목을 대문짝만하게 찍어낸 스포츠신문 1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행된 날짜를 보니 ‘1991년 7월 4일’이다. 요즘에는 감히 시도조차 못하는 컬러풀한 표지 위로 오래 전, 이곳의 잔재물 등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29년만에 우승으로 소원을 성취했다는 뉴스 때문일까. LG트윈스가 2위로 등극했다는 타이틀과 함께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는 제목을 대문짝만하게 찍어낸 스포츠신문 1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행된 날짜를 보니 ‘1991년 7월 4일’이다. 요즘에는 감히 시도조차 못하는 컬러풀한 표지 위로 오래 전, 이곳의 잔재물 등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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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10승', 29년만에 우승으로 소원을 성취했다는 뉴스 때문일까. LG트윈스가 2위로 등극했다는 타이틀과 함께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는 제목을 대문짝만하게 찍어낸 당시 일간스포츠 1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뉴스가 발행된 날짜를 보니 '1991년 7월 4일'이다. 요즘에는 감히 시도조차 못하는 컬러풀한 표지 위로 오래 전, 이곳의 잔재물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빛바랜 신문, 녹슬어 찢겨진 슬레이트, 시간을 가늠하기 힘든 소주병, 철거 때 생긴 모래더미까지. 분명 수십년 전, 이곳에선 전국을 들썩였던 야구를 보면서 자신의 응원팀에 소주잔을 기울였음이 분명하다. 

인천시 동구청 인근의 경찰서 앞 구불구불한 2차로를 지나 작은 삼거리에 진입했다. 초입구에 마주한 이층짜리 건물의 한 쪽 벽면은 형형색색의 디자인으로 뒤덮였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건물의 하얀 간판에는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이라 적혀있다. 아치형의 적벽돌로 장식된 정문을 들여다보니 오래된 성곽을 헤쳐나가는 분위기를 연상케한다.

비록 인조지만 사방을 덮은 수풀은 아늑함마저 풍긴다. 입구를 따라 오른쪽에 보이는 재래식 변기 안에는 각양각색 꽃들이 채워졌다. 변기에 꽃이라니. 상충된 이미지를 한 공간에서 공유한 것이 이채롭다. 이것은 안을 유심하게 들여다보게 만들려는 기획자의 세심한 아이디어로 추측된다. 그 위로 보이는 주소 현판. '금곡로 11번길'. 내비게이션을 검색해 찾아왔던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의 주소가 방문객의 머리를 각인시킨다. 

여인숙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 
 
입구를 따라 오른쪽에 보이는 재래식 변기 안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채워졌다. 변기에 꽃이라니. 상충된 이미지를 한 공간에서 공유한 것이 이채롭다. 이것은 안을 유심하게 들여다보게 만들려는 기획자의 세심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 위로 보이는 주소 현판. '금곡로 11번길'. 내비게이션을 검색해 찾아왔던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의 주소가 방문객의 머리를 각인시킨다.
 입구를 따라 오른쪽에 보이는 재래식 변기 안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채워졌다. 변기에 꽃이라니. 상충된 이미지를 한 공간에서 공유한 것이 이채롭다. 이것은 안을 유심하게 들여다보게 만들려는 기획자의 세심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 위로 보이는 주소 현판. '금곡로 11번길'. 내비게이션을 검색해 찾아왔던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의 주소가 방문객의 머리를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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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들어서자 정돈된 통유리창 건물에 다다른다. 신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 입구 정면에는 '배다리 잇다(itta)스페이스 작은미술관'이라 적혀있다. 여기에는 2023년을 채웠던 그간의 전시 표지들이 나란히 걸렸다.

<발끝이 머무는 곳 서쪽바다 배다리>라는 기획전시가 9일에 시작해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짐작케 만드는 입간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욕실완비'라는 수식어와 함께 세 개의 여인숙 현판이 보이는데 뒤로는 작은 액자 속에 당시를 떠올리는 스케치가 보는 이의 이해를 돕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짐작케 만드는 입간판이 관람객을 환대한다. ‘욕실완비’라는 수식어와 함께 세 개의 여인숙 현판이 보이는데 뒤로는 작은 액자 속에 당시를 떠올리는 스케치가 보는 이의 이해를 돕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짐작케 만드는 입간판이 관람객을 환대한다. ‘욕실완비’라는 수식어와 함께 세 개의 여인숙 현판이 보이는데 뒤로는 작은 액자 속에 당시를 떠올리는 스케치가 보는 이의 이해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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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여인숙골목에 위치한 세 개의 여인숙은 1930년대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다. 이중 적산가옥 형태를 가진 진도여인숙은 인천시 건축자산으로 지정됐다. 과거에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숙박과 음식점으로 사용되다가 2015년에 폐업됐는데, 2020년에 인천 동구청에서 매입하여 리모델링을 거친 후 현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데, 건물의 시작점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려는 의도가 참신해 보인다.

"일본에 의한 개항된 여인숙골목은 제물포에 개항장이 조성되면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밀려나 모인 마을입니다. 과거에 상권이 활발해지면서 물품 운송을 위해 이곳(배다리)으로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지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기 위해 여인숙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배다리 아트스테이1930'을 운영하는 이영희 관장은 이렇게 공간이 지나온 발자취를 소개했다. 더불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어진 과정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인천시 동구청 인근의 경찰서 앞 구불구불한 2차로를 지나 작은 삼거리에 진입했다. 초입구에 마주한 이층짜리 건물의 한 쪽 벽면은 형형색색의 디자인으로 뒤덮였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건물의 하얀색 간판에는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이라 적혀있다. 아치형의 적벽돌로 장식된 정문을 들여다보니 오래된 성곽을 헤쳐나가는 분위기를 연상케한다.
 인천시 동구청 인근의 경찰서 앞 구불구불한 2차로를 지나 작은 삼거리에 진입했다. 초입구에 마주한 이층짜리 건물의 한 쪽 벽면은 형형색색의 디자인으로 뒤덮였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건물의 하얀색 간판에는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이라 적혀있다. 아치형의 적벽돌로 장식된 정문을 들여다보니 오래된 성곽을 헤쳐나가는 분위기를 연상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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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들어서며 배다리 상권이 침체되자 여기를 찾는 발길이 끊어지면서 일용직 노동자나 독거노인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다가 몇 해 전에 문을 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동구 금창동의 배다리 골목에 일부 남아있던 여인숙 세 곳이 바로 '길조·성진·진도'입니다. 개항기 이후에 지어진 건물을 둘러보면 일제 강점기의 건축양식과 근대문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관장의 설명을 듣자, 자주 언급되는 '배다리 골목'에 대한 어원이 궁금해졌다. 프로그램을 둘러보며 전시장의 한켠을 채우는 배다리에 대한 설명서에서 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배다리 골목엔 오래 전 배를 댈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바다에서 밀물이 들어와 배가 드너들던 갯골은 복개되어 헌책방들이 모였다. 지금은 재개발로 인해 자리를 차지한 아파트가 주위의 풍경을 바꾸었다. (설명서 중)

이곳은 차로 10분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 월미도와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의 성지인 차이나타운이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선원이나 노동자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노곤한 몸을 풀어줄 휴식처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주위만 둘러봐도 복잡한 시간이 분초를 다툴것 같은 여인숙들은, 그렇게 서민들의 애환을 살려준 유일한 휴식처로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애환 담긴 공간

공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자 안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다. 내부를 둘러보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196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쌓은 당시의 기록물이다. 빛바랜 책장 사이의 페이지는 색깔이 노랗게 변할뿐 아니라 빳빳한 종이가 소금물을 먹은 녹슨 철판처럼 부식되어 시간이 흐름을 가늠하게 만들었다.

1930년대에 조성됐지만 이곳을 거쳐갔던 여인숙은 분명 1960년부터 30년간 전성기를 이루었을 것이다. 당시를 채웠던 여인숙의 오래된 책들은 저마다 실타래에 의지한채 가지런히 공중에 배치되었다. 여인숙의 창문틈 사이로 보이는 물건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이 관장의 말이다.

"배다리 여인숙 골목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애환이 담긴 터전이자, 6·25전쟁 이후 피난민들의 처절한 생존을 방증하는 역사적 산물입니다. 그들의 삶에 대한 의지와 투철한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들은 100년이 넘는 시간을 꿋꿋이 버틴 셈이죠.

더이상 이곳이 방치되어선 안돼요. 예술과 경제로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조상들의 삶이 투영된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이렇게 조성된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은 지역의 활성화와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목해 '배다리 문화예술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며, 작가와 주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문화 생태계가 형성되는 결과를 엿봤다. 복합문화공간은 세 개의 여인숙으로 구상된만큼 세 개의 서로 다른 콘셉트로 기획됐다. 

"우선, 길조여인숙이 자리했던 공간은 예술분야에 특화된 북카페로 운영합니다 주로 미술 관련 책을 선정해 비치했습니다. 여기에는 책과 커피, 디저트 등 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어요. 둘째, 아트스테이1930의 중앙을 차지하는 쌈지가든은 성진여인숙이 있던 곳입니다. 가든 카페와 아트마켓인데, 주민들에게 편안한 쉼터로 운영됩니다. 

마지막으로 진도여인숙이 있는 자리는 건축의 골조를 그대로 살려 2층의 미술관으로 재탄생됐습니다. 1층은 갤러리, 아트숍과 체험형 숙박공간으로, 2층은 갤러리, 야외 테라스 공간으로 구성됐습니다."

작은미술관이 2023년 바꾼 것들
 
진도여인숙이 있는 자리는 건축의 골조를 그대로 살려 2층의 미술관으로 재탄생됐다. 1층은 갤러리, 아트숍과 체험형 숙박공간으로, 2층은 갤러리, 야외 테라스 공간으로 구성됐다
 진도여인숙이 있는 자리는 건축의 골조를 그대로 살려 2층의 미술관으로 재탄생됐다. 1층은 갤러리, 아트숍과 체험형 숙박공간으로, 2층은 갤러리, 야외 테라스 공간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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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채운 다양한 전시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오페라, 미술사의 뒷담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문화생활을 도운 것이 돋보인다. 더불어 바리스타, 스테인드글라스 등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침체된 골목길을 살렸고, 주변 상권의 변화를 유도한 것이 제일 달라진 점이다. 

지금 열리고 있는 2023 배다리 잇다(itta)스페이스 작은미술관 전시 및 공간 아카이빙 기획전 <발끝이 머무는곳 서쪽바다 배다리>(12월 9일~30일)는, 올해 배다리 잇다스페이스 작은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여러 전시와 행사를 12월 기획전에 모은 것이다.

전시회 때 사용했던 홍보용 배너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현수막을 이용한 설치 작품으로 제작했으며, 2023년도에 전시됐던 작품과 작가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각 전시 때마다 관람객들의 작품 감상이나 작가 모습을 사진으로 출력하여 관람객에게 자기 모습과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매달 전시했던 작품 사진은 2024년도 달력으로 제작했다.

실제로 마을주민의 대표의 자격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역주민 대표인 강철씨는 이렇게 소감을 들려줬다. 

"이곳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산업화의 시기를 겪으면서 수많은 변화를 거쳐갔습니다. 또한 이곳을 거쳐간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기억하고 보전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슬럼화되면서 일대를 정리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아쉬웠어요. 그런데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이곳을 복원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듣자 지역주민로서 반가웠고 기대가 커저갔습니다. 여기서의 다양한 전시를 통해 활기를 되찾고 있는데, 인천의 명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조금 더 들어서자 정돈된 통유리창 건물에 다다른다. 신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 입구 정면에는 ‘배다리 잇다(itta)스페이스 작은미술관’이라 적혀있다. 여기에는 2023년을 채웠던 그간의 전시 표지들이 나란히 걸렸다. <발끝이 머무는 곳 서쪽바다 배다리>라는 기획전시가 12월 9일에 시작해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단다.
 조금 더 들어서자 정돈된 통유리창 건물에 다다른다. 신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 입구 정면에는 ‘배다리 잇다(itta)스페이스 작은미술관’이라 적혀있다. 여기에는 2023년을 채웠던 그간의 전시 표지들이 나란히 걸렸다. <발끝이 머무는 곳 서쪽바다 배다리>라는 기획전시가 12월 9일에 시작해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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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미술관은 국민 문화향유 기회의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 시각예술의 체험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지역의 공공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조성한 작은 규모의 미술관이다. 비용, 시간,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지만 친밀한 생활권 내 미술공간을 뜻하는데, 미술관의 신축이 아니라 기존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지역과 공간의 조화 속에서 전시,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미술관을 조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작은미술관 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국의 지자체, 문화예술 전문민간단체가 상호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태그:#작은미술관, #배다리, #배다리아트스테이1930, #배다리마을,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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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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