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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환경 보도 부문에 <KCTV 환경기획 사라진 제주 돌>이 선정되었다. 해당 리포트는 제주의 해안가에 있는 몽돌과 먹돌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취재한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이 제주의 하천과 바다, 인간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몽돌'이 사라지고 있는 문제를 심도 있게 취재해 제주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종합적으로 조명한 수작으로 지역방송사와 지역 저널리즘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수상 소감과 함께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4일 해당 리포트 영상 취재한 김용민 KCTV 제주방송 영상기자와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영상기자와 나는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해녀 삼춘들의 전화 한통으로 취재 시작"
 
김용민 KCTV 제주방송 영상기자
 김용민 KCTV 제주방송 영상기자
ⓒ 김용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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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마을 주민 해녀들이 의혹만으로 제기했던 해양 시설물과 제주의 자연석 몽돌, 먹돌의 관계를 수개월간의 현장 수중 촬영과 자료 분석 통해서 언론사 처음으로 규명했거든요. 이번에 취재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먼저 시청자가 영상을 보고 심각성을 빨리 알 수 있도록 수중 드론을 썼고요. 특수 촬영과 보고서와 다른 해양 실태를 보여주기 위해 직관적인 그래픽 작업과 특수 렌즈를 활용해서 최대한 알기 쉽게 전달했습니다. 그런 의도가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고요. 영상 기자가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상이 한국 영상기자협회의 이달의 영상기자상이거든요. 그 상 받을 수 있어서 매우 좋습니다."

- 제주 돌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제가 2021년에 <할망바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었습니다. 그때 해녀 삼춘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계기가 됐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해녀 삼촌들에게 먹돌이 다 사라졌으니 와달라는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그래서 갔더니 삽을 들고 계신 거예요. 원래 해녀들은 테왁과 망사리 같은 물질 도구 들고 와야 되는데 삽을 들고 저 보고 따라오래요. 물에 들어가서 해녀 삼춘들이 삽으로 퇴적물 걷어내고 그 퇴적물 안에 있던 먹돌을 보여주는 겁니다.

내도동에 몽돌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해서 이건 제주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었거든요. 쉽게 얘기하면 제주에 돌 있잖아요. 돌은 공유수면 관리법에서도 보호받고 제주특별자치도 자치법에도 기후 자원으로 지정돼 있거든요. 이게 제주만의 독특한 경관을 만드는 하나의 자원인데 왜 사라지고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돼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원래 돌에 관심이 있었나요?

"돌에 관심이 많았죠. 제주는 삼다섬(돌, 바람, 여자)이라 부를 만큼 돌이 많은데 그 돌이 갖고 있는 지질학적, 생태학적 가치가 직접적으로 해녀들의 생업과도 연결돼 있거든요. 돌이 있어야 조업할 수 있는 물건을 건질 수 있고 돌이 있어야 제주가 세계유산이든 지질공원이든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그 돌이 사라지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 몽돌이 정확히 어떤 건가요?

"몽돌은 한라산의 일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라산 정상 부근 암반들이 자연적인 현상으로 떨어져 나간 게 외도천을 통해서 퇴적되는 거거든요. 외도천을 통해서 바다와 만나는 부분에서 파도에 밀리면서 이 퇴적되는 게 몽돌 해안입니다. 그런데 한라산에서부터 내려오면서 이 돌들이 깎이겠죠. 깎여서 조약돌처럼 둥글둥글 몽돌이 돼서 거기에 쌓이는 거죠."

- 해양개발로 파도가 몽돌을 가져가는 건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이유도 나와 있는데요. 공식적인 문서상으로는 그렇게 나와 있는 게 없어요. 저희가 확인한 건 몽돌 해안의 해안도로가 개발됐어요. 그 해안도로가 개발된 폭만큼 파도의 거리도 짧아져요. 그러면 파도의 거리가 짧아진 만큼 파도가 치는 힘이 강하겠죠. 파도가 치는 힘이 강하면서 돌아나갈 때 몽돌 끌고 나가는 백웨이브 현상이 발생하는 거예요. 그래서 몽돌이 먼 바다로 나가고요.

두 번째 원인으로는 내도 포구라는 게 먹돌 해안 가운데 딱 생겼거든요. 내도 포구 옆에 외도천이 있는데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외도천의 물길을 따라 내도 알작지 해변으로 스며들어 몽돌이 퇴적돼야 되는데 이 길을 막아버린 거예요. 그래서 퇴적되지 못하고 여기 먼 바다로 나가 버리는 거죠. 그래서 기존 몽돌이 퇴적되는 시스템이 아예 붕괴된 거죠."

- 몽돌 유실에 대한 조사나 모니터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나오던데 이유가 있을까요?

"환경 개발을 하다 이런 조사 하면 이 조사가 개발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발생하거든요. 근데 이번 거 같은 경우는 조사가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환경단체에서 '자꾸 몽돌 유실된다. 원인을 밝혀야 된다 해서'라고 2015년에 제주시가 몽돌 유실 원인 규명 위해서 용역을 발주 했어요. 근데 용역 마지막에 보면 꾸준히 해안 모니터링하고 몽돌이 유실되는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돼 있거든요. 근데 원인은 한 줄도 없습니다."

- 왜 없죠?

"쉽게 얘기하면 해안도로가 생기고 포구가 생기면서 침식될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실질적으로 주민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했던 거죠. 약간 비정상적인 용역을 했던 거죠."

- 환경영향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건가요?

"알다시피 몽돌 해안이 공유수면 아닙니까? 공유수면을 매립하면 소규모 해양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야 됩니다. 환경영향평가를 했어요. 근데 그 환경영향평가 한 보고서를 제가 봤는데  심의위원들은 몽돌을 보호해야 된다는 의견을 여러 군데 제시 합니다. 그런데 관리감독 기관에서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겠다는 엉뚱한 답변 내놓고 보존 대책은 고민하지 않았거든요. 중요한 건 이렇게 해도 이거에 대한 제재 장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 제재 장치가 없으면 의미 없지 않나요?

"현재 시스템은 환경영향 평가할 때 심의위원들이 부동의 권한이 없습니다. 우리 제주도 같은 경우는 도지사에게 반려 권한도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건 앞으로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될 부분인 것 같아요. 어차피 환경영향평가라는 것 자체가 미국식 환경영향평가를 갖고 왔습니다. 미국식 환경영향평가는 저감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거든요. 미국식도 반대 기능이 없습니다. 이걸 가져오다 보니까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가 되는 거죠."

- 먹돌에 대해서도 나오던데 먹돌은 뭔가요?

"먹돌은 산지천을 지류로 해서 내려오는 돌인데 좀 커요. 이게 옛날에 기름 돌이라고 했거든요. 기름 돌이 뭐냐면 이 돌에 붙은 전복이나 소라는 잘 자란다는 거죠. 그래서 기름 돌로 했고 이 둘이 쫙 깔려 있을 때 옛날에 해녀들이 돌만 들면 전복도 있고 오분자기도 있고 보말도 있어서 그 해안 자체를 먹돌 해안으로 불렀습니다."

- 먹돌이 왜 없어진 건가요?

"제주도에 탑동 해안이라는 게 있습니다. 탑동 해안이 매립지인데 그 매립하면서 앞에 일부 먹돌해안을 남겨뒀었거든요. 근데  태풍 등 자연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가 우려돼서 앞에 방파제를 건설하게 돼요. 처음에 총 1.1km짜리 방파제를 건설하는데 저희가 확보한 자료에 보면 사업 초기에 해안선에서 약 430m 정도 이격해 설치하기로 되어있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본안 단계에서 80m로 당겨져요. 무려 350m나 이격거리가 짧아져요. 그러면 초안과 본원이 달라지면 분명 환경적인 문제가 발생하겠죠.

저희가 봤더니  요 이격 거리가 짧아져서 바닷물의 원활한 순환을 가로막아 주변에 토상하던 모래나 퇴적물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들어와서 나가지 못하는 걸 저희가 확인했거든요. 그래서 그 안에 들어가 수중 촬영을 해보니 그 뱅글뱅글 도는 이 와류로 인해서 모래 언덕이 약 1m 이상 쌓인 걸 확인했고요. 그 모래와 퇴적물 속에 먹돌이 묻힌 게 확인됐습니다. 이건 해녀분들이 거둘 수 없는 상황까지 가 있어요. 그래서 먹돌이 해수 흐름 때문에 사라진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법이 약간 허술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사업자가 보고서를 의뢰하는 것도 문제고 그 보고서 자체에 거짓이 있어도 과태료가 싸요. 싸서 아무렇지 않게 거짓 작성하는 사례, 오륫값을 작성하는 사례를 저희가 많이 봤거든요. 이걸 어떻게든 제재하고 막았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별도의 움직임이 없어서 이건 앞으로 제가 계속 취재해야겠다는 생각하고 있어요."

- 취재했는데 방송에 안 나온 게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게 이 보고서를 만든 업체 있잖아요. 업체에 대한 취재를 저희가 따로 했어요. 근데 특이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업체들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거죠. 그 보고서를 만들고 용역회사가 사라져 버리고 그다음에 이름을 바꿔버는 걸 저희가 입수해서 환경부에 물어봤어요. 이럴 경우 나중에 책임 소재가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환경부에서 돌아온 답변이 이럴 때는 책임 소재를 물을 수가 없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이건 반드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영상기자> 147호에도 중복게재합니다.


태그:#김용민, #이달의영상기자상, #제주돌, #먹돌, #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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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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