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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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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조각을 버려도 이렇게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내년 1월 1일부터 국민은행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그린씨에스 소속 상담사)

"국민은행 상담업무를 17년 넘게 해온 옆 동료의 얼굴을 눈물이 나서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 해고된 국민은행 콜센터 제니엘(업체명) 소속 상담사 최선애씨


11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비정규직 상담사 240여 명 집단해고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달 해고 통보를 받은 국민은행 비정규직 상담사 등 30여 명은 '우리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국민은행은 고용승계 책임져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강한 비바람을 견디며 서 있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콜센터 업무(예금·대출·인터넷뱅킹·자동화기기 업무)에 대해 6개로 운영하던 용역회사를 4개로 줄인다고 발표했다"며 "상담사들은 걱정이 깊었지만, 계약 사항에 고용승계가 있어 업체가 바뀌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국민은행은 2차례나 입찰 계약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날짜를 연기하더니 2023년 11월 대전에서 근무하는 2개 업체 240여 명 상담사에게 해고 통지를 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국민은행은 엄청난 이자수익을 챙기면서도 고객들을 최일선에서 만나는 비정규직 콜센터 상담사들을 거리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돈 잘 버는 국민은행, 해고로 사람 피말려... 240명 집단해고는 학살"
  
김현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상담사 240여 명 집단해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현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상담사 240여 명 집단해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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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모두가 방광염을 앓아도 화장실 한 번 마음껏 갈 수 없는 상담사들에게 아프면 쉬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노조를 만들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뗐다.

그는 "코로나 때는 목이 터져라 상담하고,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장애' 소리조차 내지 말라는 (은행의) 공지 탓에 온전히 고객의 욕을 받아냈는데 올해 11월 23일 240명 상담사는 해고 통지를 받았다"며 "그래도 저희는 해고를 의심하지 않았다. 20여 년 업체는 바뀌었지만 (바뀐 업체로 해고된 상담사들의) 고용승계가 늘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국민은행은 (지금껏) 우리에게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지 않다. 240명이 제게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을 때 답답함과 간절함을 여러분은 아실 수 있나"라며 "사람의 피를 이렇게 말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절규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비정규직 상담사 240여 명 집단해고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비정규직 상담사 240여 명 집단해고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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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국민은행 비정규직 상담사로 일한 최선애(제니엘 소속)씨는 "전산시스템 장애가 날 때면 고객의 노여움을 받아내고, 국민은행을 대신해 '죄송합니다'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해고 통보가) 국민은행의 보답인가"라며 "업체 선정 발표 후 한 달이 지났는데 더는 기다릴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씨는 "12월 31일 자로 업무가 종료된다는 도급계약해지 안내문만 손에 쥐어졌는데 앞으로 3주밖에 남지 않았다"며 "지금도 (아웃소싱) 업체는 '입찰에 탈락했다'며 마지막 실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채 도망가려고만 한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하청) 업체가 고용승계로 바뀌는 것은 상담사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국민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정산하고 싶지 않은 퇴직금을 강제 정산 당하고, 근속연수가 달라져 대출에 불이익이 있다. 심지어 이사까지 해야 할 수 있는데 고용승계가 아닌 해고라니, 망연자실이다. 옆 동료의 눈을 눈물이 나서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 최선애씨

7년간 국민은행 비정규직 상담사로 일한 이진(그린씨에스 소속)씨도 "2019년에는 안심전환 대출상품,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순수 통화 시간만 5시간이 넘도록 콜을 받아냈다"며 "2021년에는 금리가 인하돼 사업을 접은 자영업자와 해고된 분들의 대출 문의가 넘쳐났고, 콜은 폭주 상태였다"라고 회고했다.

이씨는 "1년 넘게 이런 콜을 받아냈는데 국민은행은 '우리 직원이 아니라 상여금을 줄 수 없다'며 손에 해고 통지서를 쥐여줬다"며 "일을 시킬 때는 회사 일이니 당연히 (부당한 과노동을 해야)하고, 돈을 줄 때는 용역업체 직원이니 해고 통지서를 내미나. 직원들을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비정규직 상담사 240여 명 집단해고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비정규직 상담사 240여 명 집단해고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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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발언에 나선 정현우 진보당 대전시당위원장은 "국민은행은 국민을 대상으로 이자놀이를 하며 돈을 벌어 놓고 이제 와서 상담사들의 목숨줄을 끊어놓으려고 한다"며 "매년 수조 원의 이익 중 최저임금 수준의 비정규직 상담사 240명의 임금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람 목숨 가지고 이래서는 안 된다"라며 "지금 길을 지나는 국민들께 국민은행 행태를 물어보시라. 모두 다 손가락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다같이 "집단해고는 집단학살이다", "국민은행은 고용승계를 책임져라", "상담사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외치고, 고용승계에 대한 국민은행의 공식 입장이 나올 때까지 노숙 농성을 진행할 예정이다.

태그:#상담사해고, #국민은행, #집단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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