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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서 주목받는 시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리스트에 반려 동물이 빠지는 일은 드물 것이다. 2015년 1.8조원 규모였던 반려동물 시장은 2023년 4.5조원까지 성장했으며,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한국 사회의 흐름도 반려동물 시장에는 순풍이다. 1인 가구의 증가,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 등, 현재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족 구성원의 규모가 줄어든 상태이다. 그리고 이 축소에서 생겨난 '인간'의 부재를, '반려동물'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은 한국에 새로운 산업 구조를 가져왔다. 펫코노미(Pet-economy)라고도 불리는 이 구조는 아전에 없었던 모습을 탄생시켰다. 강아지 오마카세, 반려동물 유치원이나 헬스케어 등, 반려동물에게 더욱 쾌적한 삶의 질을 제공하려는 서비스는 더이상 어색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는 의식의 성장을 동반한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익숙했던 '애완' 동물이란 단어는 이제 듣기 힘들어진 단어가 됐다. 이는 텍스트도 마찬가지다. 2012년에 투고된 기사에서 애완동물이란 표현을 쓴 기사는 2083건으로, 반려동물이라 표현한 1985건의 기사 횟수를 상회하였다. 이 양상은 완전히 뒤집혀 현재 반려동물으로 표현하는 기사는 애완동물의 그것보다 10배 이상 많은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한국은 동물과 함께하는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에 앞서 한국에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존재한다. 바로 반려 동물의 이면에 존재하는, 유기 동물의 문제이다. 2022년 기준 한국에서 유기된 반려동물의 수는 11만3천 마리에 달한다. 이마저도 2019년의 13만5천마리로부터 감소된 수치이다. 짝 반(伴)자에 짝 여(侶)자라는, 반려에 담긴 의미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유기 동물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혹자는 그들을 유기하는, 무책임한 보호자들을 지목할 수 있겠다. 그러나 궁극적인 원인은 그러한 보호자들을 판별해내지 못하는, 반려동물 시장에서 형성된 '낮은 진입장벽'이다. 

한국에서 반려동물은 너무나도 접하기 쉬운 존재이다. 흔히 '펫샵' 이라 불리는, 동물을 취급하는 가게에 들러서 마음이 동하면 누구나 반려동물을 맞이할 수 있다. 가격은 저렴하게 형성되었고, 펫샵은 수요자에게 아무 자격이나 여건을 묻지 않는다. 이렇게 누구나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었기에, 누구나 반려동물을 유기할 수 있게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진입장벽이 형성되지 못한 것에는 한국 특유의 강아지 공장이 그 바탕에 있다. 강아지 공장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개를 대규모 차원으로 사육 및 번식이 이루어지는 시설을 칭한다. 문제는 '공장' 이라는 이름처럼, 시설이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의 강아지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견은 공장에 들어온 순간 죽는 순간까지 출산을 위한 기계로써 취급당한다. 태어난 강아지들은 출산 순간 분리되어, 최소한의 관리만을 받고 대형 켄넬에 한꺼번에 수용된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이러한 시설이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은 합법적 시설이라는 것이며, 이곳의 종사자들은 '브리더'로써 자신을 칭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인도적인 시설이 합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에는 그들이 법의 헛점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더욱 구체적인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도그어스플래닛 유기견(보호견) 센터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도그어스플래닛과의 인터뷰를 담은 사진이다.
 도그어스플래닛과의 인터뷰를 담은 사진이다.
ⓒ 최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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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강아지 공장과 관련한 법이 존재하는가?

"한국은 분명하게 번식업에 대한 법이 존재한다. 영업장은 독립된 건물이어야 하며, 급수 시설 및 배수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그외 바닥 재질을 지정한다던지, 사육실과 분만실을 분리해놓는 등의 조건이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현재 국가에서 지정받은 강아지 공장들은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한다."

- 그렇다면 강아지 공장의 문제는 없을 것만 같다.

"분명히 그렇다. 문제는 그들이 법에 적힌 문구 '만'을 지킨다는 것이다. 마련해야하는 장비는 구비하되 최대한 저렴하고 열약한 것으로 채우며, 명시되어있지 않은 부분은 법의 해석을 다르게 해서 빠져나간다. 예를 들어 출산을 하는 분만실의 경우 동물이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함을 규정하는 법이 있다. 이 경우 강아지 공장은 최소한의 환경을 제공하고 모견을 죽는 순간까지 출산의 도구로 착취한다. 그러나 이들은 법에 따랐다고 하면서 빠져나간다. 그들은 모견에게 시설을 제공했으며, 출산 과정에 존재하는 외적인 위험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

- 해외 선진국의 경우는 어떠한지 알고 싶다.

"사실 이러한 번식업이 해외에는 전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선진국에도 이러한 시설은 존재한다. 다만 해당 시설에 대한 법이 한국보다 훨씬 규제의 강도가 강해 비인도적인 경향이 훨씬 약하다. 독일이나 일본 등은 우선 시설에 종사하는 브리더의 자격이 엄격하게 요구된다. 번식장이라고 하나 그 수는 통제되고, 시설은 특정 품종의 동물만을 관리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강아지의 수가 한정적이기에, 한국과 달리 높은 분양가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왔다. 이는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애완동물이란 말이 10년도 안되어서 사어가 된 것처럼, 그 규모에 걸맞게 한국은 빠르게 의식을 성숙시켰다. 한국의 이러한 신속함이 강아지 공장에도 적용되어 빠르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태그:#사회, #유기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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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및 동물권 문제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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