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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영정사진 안고 삭발하는 어머니 18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건의가 의결된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앞에 급히 모인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국민의힘 규탄 및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며 단체 삭발을 했다. 고 정주희씨 어머니 이효숙씨가 딸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삭발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앞으로 우리 머릿속에 대한민국의 여당은 없습니다. 우리는 국민의힘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중하게 잘 판단해 결정해주길 바랍니다. 대통령도 우리를 적으로 간주한다면 우리도 역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머리칼이 용산 대통령실 앞 거리에 흩날리며 떨어졌다. 눈을 질끈 감은 채, 뚝뚝 흐르는 눈물을 미처 닦지 못한 채, 자식의 영정을 꽉 붙잡은 채로 유족들은 윤 대통령에게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여당의 결정을 삭발로 지탄했다. 머리카락과 함께 떨어진 눈물이 목에 두른 흰 천을 가득 적셨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유족과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도 함께 오열했다.
 
"지치지 않고 더한 것도 할 것"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고 이남훈씨 어머니 박영수, 고 최혜리씨 어머니 김영남, 고 김현수씨 어머니 김화숙, 고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 고 김미정씨 어머니 박랑주, 고 서수빈씨 어머니 박태원, 고 김단이씨 외삼촌 김진환, 고 정주희씨 어머니 이효숙, 고 문효균씨 어머니 이기자, 고 이민아씨 아버지 이종관.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18일 오후 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 이 무도한 집권 세력에 채찍을 가해주십시오"라고 외치며 삭발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태원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이 석발하고 있다. ⓒ 권우성
한 유가족의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 권우성
이정민 위원장은 삭발 직전 발언을 통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또다시 우리를 외면했다. 참으로 비정한 정치세력이 아닐 수 없다"라며 "이제 주사위는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이제 우리는 마지막 남은 인내로 윤 대통령에게 기대해보겠다. (특별법을 공포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해) 그 기대를 무산시킨다면 걷잡을 수 없는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주길 바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영수씨도 "참으로 비정하다. 너무나 냉정하다. 이 나라에서 살아내야 하는 것 자체가 무섭다"라며 마이크를 쥔 내내 눈물로 호소했다.
 
"159명 희생자를 놓고 어떻게 정치놀음을 할 수 있습니까. 아이를 보내고 나서 저희 엄마들의 눈물은 강이 되었습니다. 아버님들의 한숨은 태산이 되었습니다. 정치하시는 분들께선 그 강을 돌아보고, 그 태산을 돌아보셨습니까. 당신들은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저희는 오늘 삭발합니다. 저희가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몸에 불이라도 붙일까요. 차라리 알려주십쇼. 그럼 저희가 다 하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새끼를 먼저 보낸 어미의 머리 깎는 모습을 보십쇼. 지치지 않고 더한 것도 할 것입니다. 우릴 지켜봐 주십쇼."
 
이효숙씨 또한 "오체투지도 했고 단식도 했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의 가슴은 칼로 난도질 돼 시커멓게 타 있는데 이걸 어떻게 보여줘야 하겠습니까"라며 "저는 오늘 삭발한다. 제 아이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그리고 대통령께서 특별법을 공포하시라고 간절히 외치겠다"라고 외쳤다.
 
삭발을 마친 고 이남훈씨 어머니 박영수씨를 다른 유가족이 부둥켜 안고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삭발식을 마친 유가족들이 머리카락을 한 곳에 모아놓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한동훈 첫 의총, 첫 결정이 거부권 건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또한 울먹이며 "정치가 정말 잔인하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그렇게 두렵나"라고 비판했다. 김덕진 대외협력팀장은 "새로 부임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처음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처음 결정한 것이 거부권 행사 건의"라며 "희생자 159명, 그 가족, 그 친지, 그 주변인, 그 자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그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그들이 말하는 국민에 속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삭발을 마친 유족들은 쌓인 머리카락 앞에 서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건의,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 "대통령은 즉각 특별법을 공포하라", "정부는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적극 협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각계 인사들과 함께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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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윤 대통령에게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건의할 것" https://omn.kr/274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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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 #참사,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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