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평창 동계 올림픽의 뜨거웠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1월 19일부터 2월 1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 강릉·평창·정선·횡성에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이 열립니다. 오늘의 주인공, 청소년 선수들의 감동의 무대가 펼쳐지는, 다시 강원으로 초대합니다.[편집자말]
 25일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여자 3 on 3 아이스하키에서 은메달을 따낸 대표팀 선수들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25일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여자 3 on 3 아이스하키에서 은메달을 따낸 대표팀 선수들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 박장식

 
6년 전 선배들이 올림픽에서 가지 못했던 길을 영건들이 밟았다. 승리 뿐만 아니라 메달, 나아가 결승 진출이라는 목표까지 이뤄냈다.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쓴 여자 3 온 3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은메달은 보통의 메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5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3 온 3 아이스하키 결승전. 대한민국이 결승에서 만난 헝가리는 지난 예선에서 두 자릿 수의 큰 패배를 안겼던 팀이었다. 승리가 당연히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분전하며 10대 2로 경기를 마무리, 은메달을 품에 거머쥐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1승조차 거두지 못했던 대표팀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나 '평창 키즈'들이 청소년 올림픽에서 승리를 넘어 메달까지 획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장 이번 대회 활약이 눈부셨던 선수들은 다음 달 성인 대표팀에 소집되어 '어른들의 무대'로 나설 전망이다.

분전했던 선수들, 응원했던 국민들

김지민, 나세영, 박정현, 박주연, 심서희, 안세원, 장서윤, 장현정, 최서윤, 한예진, 한유안, 한채연, 홍채원까지. 이미 새 역사를 썼던 13명의 태극전사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은반 위에 섰다. 앞선 경기에서 헝가리를 만났던 대표팀은 16-0으로 패배했다는 스코어를 떨쳐내고 경기를 펼쳐야 했다.

대표팀에게는 시작부터 쉽지 않은 경기가 이어졌다. 첫 피리어드부터 헝가리는 맹렬하게 한국의 골망을 노렸다. 하지만 수비에서의 탄탄함이 점점 강해진 한국도 상대의 골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지만, 헝가리의 맹렬한 공격에 첫 피리어드에는 두 골을 내주는 것으로 선방했다.

두 번째 피리어드에는 한국의 골도 터졌다. 캡틴 박주연이 헝가리의 골망을 흔들며 본격적인 반등의 가능성을 본 것. 하지만 한 대를 얻어맞은 헝가리의 공격 진영이 더욱 거세졌다. 한국은 헝가리에 다섯 골을 내주며 7대 1로 2피리어드를 마쳤다.

현실적으로 경기가 기운 상황에서 치르는 3피리어드. 시작을 앞두고 한국 관중들의 응원이 거세졌다. 단체 관람을 온 유치원생부터 연예인, 선수들의 분전을 보기 위해 찾은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은 '대한민국'을 외치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꺾이지 않는 모습을 펼치길 응원했다.

3피리어드에는 헝가리 역시 세 골을 넣으며 두 자릿 수 득점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에이스' 한유안이 쳐낸 퍽을 '골잡이' 심서희가 받아 골망을 뒤흔들면서 이번 대회 마지막 골을 합작,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최종 스코어 10대 2로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 한국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았다. 마지막 경기를 자신들이 보일 수 있는 최선의 모습으로 마무리함을 서로 축하하는 듯 했다. 관중들 역시 이번 대회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던 열세 명의 겨울이 마무리되었다. 

"진짜 어른들의 올림픽에도 나갈 수 있었으면"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여자 3 온 3 아이스하키에서 은메달을 딴 나세영 선수가 은메달을 들고 포즈를 지어보이고 있다.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여자 3 온 3 아이스하키에서 은메달을 딴 나세영 선수가 은메달을 들고 포즈를 지어보이고 있다. ⓒ 박장식

 
이어진 시상식에서도 선수들은 웃으며 메달을 받아들었다. 선수들은 한참 동안 빙상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고, 동메달과 금메달을 딴 중국·헝가리 선수들과 축하를 나누며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을 마지막까지 즐겼다.

시상식이 끝난 후 만난 나세영 선수는 "우리 팀이 연습했던 대로 성과가 나와서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여자 아이스하키가 계속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종목이 되어서 아이스하키가 가장 인기있는 종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4월 수원 광교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이 열렸을 때는 선배들이 우승을 차지하며 디비전 승격을 이뤄내는 것을 눈앞에서 보았다는 나세영 선수. 나세영은 "그때 내가 우승한 것도 아니었는데 선배들의 우승을 보면서 기뻤다"면서, "그런데 내가 이번에 이렇게 메달까지 따게 되어 너무 좋았다"라고 웃었다.

그때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했던 자신이,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는 것도 색달랐을 터. 나세영은 "사실 응원 보내주시는 것이 너무 긴장되었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해서 내가 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경기를 뛰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세영 선수의 목표는 '진짜 어른들의 올림픽'이다. "앞으로 힘들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A대표팀까지 뽑히고 싶다"며, "다음에는 진짜 어른들의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목표를 정했다.

여자 3 온 3 국가대표팀이 은메달을 획득한 자리에는 27일부터 5 온 5, 우리가 아는 아이스하키 경기가 펼쳐진다. 이번에는 남자 대표팀이 바통을 이어받아 청소년 올림픽의 피날레까지 여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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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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