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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0일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포위망에 갇힌 채 가자지구 구조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 라자브(6)의 시신이 라자브를 구하러 갔던 구급대원 2명이 사망하면서 가족 5명의 시신과 함께 파손된 차량에서 발견됐다.
 2024년 2월 10일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포위망에 갇힌 채 가자지구 구조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 라자브(6)의 시신이 라자브를 구하러 갔던 구급대원 2명이 사망하면서 가족 5명의 시신과 함께 파손된 차량에서 발견됐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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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보아도 부당하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중동 상황,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알-아크 사 홍수작전` 이후 이스라엘의 극우 네타냐후 정권은 즉시 전시 상황을 선언하고 미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며 전투기와 전차, 자주포 등을 투입 `인종청소` 작전에 나섰고 하마스 관련 민간시설에 무차별 폭격을 개시했다.

군사력으로 비교하면 하마스의 조직은 3만여 명인데 반해 이스라엘군은 정규군 17만 명, 예비군 46만, 총 63만의 군인에 최신 무기를 보유한 서아시아 최강 화력이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소유의 땅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탱크로 76년째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있다.

미·영 서방들은 이스라엘 탱크에 돌멩이를 던지는 팔레스타인 어린아이와 청년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더 많은 전차와 미사일을 지원해 왔다. 이번 전쟁에도 미·영과 EU는 이스라엘 편이라고 선언했다. 230만 팔레스타인인들을 장벽 안에 가두고 인종 말살 정책으로 잔혹하게 그들의 생명과 인권을 억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보아도 이것은 잘못되고 부당한 전쟁이다.

이번 이-팔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인종청소 작전`의 학살 의도를 미국은 알고 있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작전을 적극 지원하며 용인하고 있다. UN 발표에 따르면 전쟁 100일 동안 팔레스타인 사망자 2만 3천 968명(이중 여성과 어린이가 64%를 차지한다), 부상자 6만 582명이 폭탄과 자주포로 희생당했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3개월간 사용한 폭탄 양을 보면 폭탄과 포탄 3만 발 이상인데, 이는 미군이 2004년~2010년 이라크전쟁에서 6년 동안 투하한 3천678발의 10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많은 폭탄이 하마스를 초토화한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에 잔혹하게 쓰이고 있는데 그 많은 양의 폭탄을 사용하고도 부족하여 이스라엘은 미국 대통령에게 폭탄과 관련 무기 지원을 요청하였고,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긴급조치까지 발동하여 팔레스타인 대량 학살에 사용되는 폭탄 1억 4750만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추가 지원했다.

이에 힘을 얻은 이스라엘 극우 네타냐후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종청소 작전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 참여 단체를 중심으로 매일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아카이브평화기억 활동가의 1인시위 장면
▲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단하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 참여 단체를 중심으로 매일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아카이브평화기억 활동가의 1인시위 장면
ⓒ 아카이브평화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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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원한다

가자지구는 우리나라 세종시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 23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인구 밀집지 가운데 하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식량, 물, 전기, 연료, 의료품을 차단해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어가게 하면서 2차대전 당시 나치도 실행하지 못했던 지상 최대의 장벽을 세워 230만 팔레스타인 민족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집단 대학살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홀로코스트를 경험했던 이스라엘 민족이 팔레스타인 민족의 땅을 강제로 점령해 가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생존하기 위한 어떤 권리도 없다고 한다. 오히려 자기들이 피해자라며 도살자인 유대인은 죽으면 안 되고 팔레스타인은 가스실이 아닌 폭탄으로 죽여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민족을 보는 바로미터가 있다. 몇 해 전 이스라엘군이 스스로 악마의 무기라 부르는 백린탄을 팔레스타인 민간 집단 거주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퍼부어대 팔레스타인인들이 죽어가는 처참한 참상을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멀찍이서 감상하며 "아랍인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흥겨운 비어파티를 하는 장면이 전 세계인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이렇듯 끊임없이 팔레스타인 주거지를 공격해 점령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해 가고 국제인도법, 인권법을 체계적으로 무시하고 위반하며 국제사회를 조롱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잔혹한 학살 범죄에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소중한 존재이다. 지구상 가장 큰 감옥에서 탈출구 하나 없이 무차별적인 공격에 처참하게 죽어가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참상에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된다.

오늘도 이스라엘 감옥에는 7천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정치범이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야만적이고 인종말살적인 대량 학살을 멈추고 즉각 휴전에 응해야 한다.

남아공은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범죄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 위반으로 국제재판소(ICJ)에 제소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족과 인종을 집단학살을 통해 파괴하려는 의도를 갖고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 ICJ)에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혐의를 심리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 국제사법재판소(ICJ) 공청회 국제사법재판소( ICJ)에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혐의를 심리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 공청회 중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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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도 이스라엘의 무장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4390만 달러의 포탄을 보냈는데 이 무기들은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에 사용되고 있으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도 한국산 포탄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 무기거래조약(ATT) 가입국이며 ATT는 무기가 `집단살해` 제네바협약의 민간 목표물, 민간인에 대한 공격, 국제협정에 규정된 전쟁범죄에 사용되는 것임을 인지하면 무기를 이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해 온 이스라엘에 한국은 지속적으로 무기를 수출해왔으며 정부와 방위사업청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전쟁에 쓰이는 포탄의 구체적 내용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무장시키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저지르는 전쟁범죄에 한국 정부가 더 이상 공모자가 되지 말 것을 국제사회와 국민들이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전쟁도 반대한다

이 처참하고 끔찍한 전쟁을 영상으로 보면서 반세기 전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나로서는 다시 한번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들이 떠올라 밤잠을 설친다. 미국이 베트남전쟁을 일으키기 전 베트남은 백여 년 동안 프랑스 식민통치를 받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호치민은 베트남민주공화국을 수립하고 독립을 선언했다. 프랑스 식민통치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7년간의 길고 혹독한 항불전쟁(1차 인도차이나전쟁)을 벌여 프랑스를 몰아냈다.

1954년 북위 17도선으로 북과 남으로 분할, 북베트남에서는 호치민이 남쪽은 남베트남공화국이 세워지고 남쪽은 비공산주의로 미국이 지원을 하며 남베트남 정부에 개입해왔다. 1960년 중반부터 1975년까지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을 억제하고 남베트남 정부를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베트남을 먹잇감으로 대규모 지상군을 파견해 전쟁을 일으켰고, 전쟁의 명분을 위한 확전 과정에서 한국도 파병을 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약소국의 가난한 젊은이들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남의 나라 전장터에 가서 피를 흘리며 죽음으로 전투를 해야만 했다.

당시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은 죽음의 폭격기 B29로 베트남에 무자비한 폭격, F4팬텀 폭격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마을들을 화염으로 초토화시키고,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며, 오렌지 작전이라 불리는 화학전(맹독성다이옥신화학제초제) 에이전트오렌지 4400만 리터라는 엄청난 양의 고엽제를 베트남 전역과 주변국에 살포해 인명피해와 토양은 물론 지하수까지 생태환경과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더럽고 추악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베트남전쟁에 국가의 부름을 받은 나는 누구를 위한 전쟁에 우리가 피를 흘려야 하는가 회의가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 명분 없는 전쟁, 폭탄에 처참하게 찢기고, 잘려나간 수많은 주검들이 전장터 곳곳에 새까맣게 그을려 나뒹구는 현장을 보면서 몸서리치는 전쟁의 공포와 참혹함이 5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생생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로 한국전쟁 이후 지금껏 지켜온 평화, 우리가 실천하고 노력해야 하는 평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상과제라고 생각한다. 평화가 있는 한 우리나라는 여전히 잠재력과 가능성이 큰 기회의 나라, 자기실현이 가능한 사회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큰 기회의 나라이다.

그런데 이러한 평화가 살얼음판 위에 놓여져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평화학자 요한 갈퉁은 '평화를 단지 전쟁이나 폭력이 없는 조용한 상태, 즉 소극적 평화나 물리적 평화로만 바라보지 않고 이것을 넘어 문화적인 개념으로 확장해 정의한다. 물리적 평화는 힘으로 질서가 만들어져 거기에 순응하고 침묵하는 경우이므로 깨지기 쉽고, 전쟁 직전의 일시적이고 과도적인 상태임'을 지적하듯이 지도자의 정치관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힘에 의한 평화`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그것은 곧 전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자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쪽을 향한 무차별 포 사격 연습과 대한민국을 끔찍하게 괴멸시키겠다며 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사용도 가능하다는 위협에 온 국민은 전쟁의 두려움으로 불안하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도발해 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위장 평화 전술은 정치 도발로 반민족, 반역사적 집단이라고 성토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힘에 의한 균형으로 평화를 지킨다는 말을 서슴없이 주장하는 것은 위험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 정세를 모르는 어리석은 주장이다.

북한이 올해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미국 북핵협상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는데도 위험한 남북긴장은 아랑곳 없이 힘에는 힘, 무력은 무력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전쟁을 조장하는 막말로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윤대통령의 발언으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불상사가 닥칠까 불안하다.

북한의 군사 충돌 위협과 이-팔 전쟁을 보면서 전쟁을 경험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인류의 커다란 소망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자`는 정신으로 온 인류는 평화를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로 생각하고 다시는 지구상에서 어떠한 전쟁도 발발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 베트남전 참전군인 오경열
 
베트남전 참전군인 오경열
 베트남전 참전군인 오경열
ⓒ 오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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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가자지구 인구밀집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민주동문회 성명서>를, 폭탄 사용량과 관련하여 [노컷뉴스, 하루 사망 200명, 주택 70% 파괴…걷잡을 수 없는 전쟁 피해, 2023.12.30., 정영철 기자], 바이든 긴급 승인 무기 긴급 지원과 관련하여 [한겨레, 바이든, 이스라엘에 1900억원 무기 판매...긴급조치까지 발동, 2023.12.31., 박병수 기자], 남아공 이스라엘 제소와 관련하여 [한겨레, '유대인 학살'겪은 이스라엘, 이젠 집단학살 가해자로 피소, 2023.12.31., 박병수 기자], 한국 정부 무기 수출과 관련해서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입장문>을, 평화에 대한 정의는 <참전군인의 평화활동에 대한 연구_석미화 아카이브평화기억 대표>의 글을 참고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아카이브평화기억'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가자, #베트남전쟁, #참전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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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관련한 기억을 찾아 만나고, 소통하고, 나누는 평화활동단체로 한국사회가 겪은 전쟁과 폭력의 경험을 평화의 지렛대로 삼아 개인의 전쟁 기억과 삶을 구술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화콘텐츠 개발, 평화교육, 법제도개선에 힘쓰며, 평화감수성을 확산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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