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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사건의 고발장 내용은 새로운 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 검찰은 외부 고발장이 필요했다."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2021년 9월 3일 공익신고를 위해 찾아온 조성은씨를 처음 조사한 사람이다. ⓒ 권우성
 
손준성 검사장 징역 1년이 선고된 '고발 사주'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조성은씨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꼽았다. 그는 공익신고를 위해 찾아온 조성은씨를 처음 조사한 사람이다. 2021년 9월 3일 오후 그의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전혀 모르는 번호가 찍히면서 펼쳐지는 긴박했던 상황은 최근 그가 펴낸 책 <검찰의 심장부에서>에 드라마틱하게 기록되어 있다.

지난 6일 오후 한동수 전 감찰부장(현재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을 찾아갔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그에게 당시 조성은씨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볼 수 있냐고 요청했다. 지금도 그때  휴대폰을 쓰는 그는 문자를 찾아 보여줬다. 2021년 9월 3일 오후 3시58분, "안녕하세요. 한동수 감찰부장님. 저는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이라고 합니다. 이번 '대검찰청의 미래통합당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하여 정식으로 공익제보를 하고자 합니다"로 시작되는 메시지였다.

- 이게 첫 문자인가?

"그렇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 바로 전날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상황이었는데, 알았는가.

"나는 보지 못했다."

- 그러면 이게 왔을 때, 뭐지? 어리둥절했겠다.

"그렇다. 조성은씨는 당연히 모르고, 사안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를 때다. 그런데 정치인인 것 같고, 공익제보를 한다고 하니, 나 혼자 보면 안될 거 같아서 감찰3과장과 특별감찰팀장을 내 방으로 오라고 해서 같이 휴대폰을 보면서 답장을 이어갔다."

- 우여곡절 끝에 바로 그날 저녁 직접 조사를 했는데, '딱 느낌이랄까? 촉이랄까?' 이 사건,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나는 이 사건 자체를 모르니까 개방형으로 질문했다. 충분히 말 할 기회를 줬고, 모두 영상 녹화를 했다. 내용을 보니 상당히 중한 사안이고, 조씨의 진술 자체가 신빙성이 높아 보였다. 말을 매우 정확하게 했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물적 증거들도 파일 형태로 제출을 했고."
 
수사의 시작
 
조성은씨가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에게 보낸 최초 공익 제보 문자 화면이다. 한 전 감찰부장은 "나 혼자 보면 안될 거 같아서 감찰3과장과 특별감찰팀장을 내 방으로 오라고 해서 같이 휴대폰을 보면서 답장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 권우성

- 당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공수처로 넘어가는데, 대검 감찰부는 초기에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감찰부에서 조사했던 건 무엇이었나.

"(손준성 검사가 책임자로 근무했던) 수사정보정책관실(이하 수정관실) 관계자들의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 로그인 흔적들, 판결문 검색 기록, 한국 법조인대관 검색 기록, 수정관실에 쪽지 형태로 오간 메시지들... 쪽지 기록에는 내용은 안 나오지만 첨부된 파일 제목이 나온다. 그래서 윤석열 총장 장모 대응 문건이나 선거 관련 문건 등이 확인됐다. 고발장 양식을 다운로드 받은 기록도 확인했고... 디지털 증거들에 대한 조사는 거의 다 했다. 조성은씨 휴대폰 포렌식도 했고.

감찰부 인력이 현장에 임해서 수정관실 책장에 <공직선거법 벌칙해설> 개정 전 판이 꽂혀 있는 것을 확인했고, 그 내용이 고발장에 판례로 그대로 인용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수정관실 검사들, 성상욱, 임홍석, 이런 검사들을 조사했고, 수사관들도 조사했다. 수사관들이 페이스북 화면을 캡처하는 이런 일까지 해야 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는 내부자 진술도 받았다.

더 나아가 당시 감찰부는 고발장에 적시된 혐의가 '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라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죄명이라는 점과 사용된 문구 등으로 볼 때 고발장을 검사가 썼을 것이고, 이는 공직선거법 유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으로까지 나아갔다."

- 당시 임홍석 검사가 조사를 받을 때 울먹이면서 감찰부의 상황을 알아내려고 할 정도로 영리했다고 책에 적었다. 좀더 자세히 밝히면?

"전체적으로 부인하는 진술을 하면서, 조사를 마친 후에 울먹이는 말투로 감찰부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냐, 어떤 정보든 알려드릴 테니까 얘기해 달라고, 오히려 우리 감찰부의 조사 방향이라든가 조사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말을 했다고 보고를 받았다. 조사하던 사람도 같은 검사니까. 선후배 관계니까."

1심 판결을 보면 이러한 대검 감찰부의 초기 성과물은 손준성 검사장이 유죄를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공익신고자가 대검(수정관실)에서 시작된 범죄를 밝히기 위해 제일 먼저 대검(감찰부)을 찾아가고, 그것이 결국 유죄를 이끌었다는 점은 재미있는 포인트다.
 
집행유예 없는 징역 1년, 하지만 법정구속은 아닌, 주요 사실관계는 모두 확정했지만 핵심 혐의인 공직선거법 혐의는 미수에 그쳤으므로 무죄라는, 이번 판결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 1심 판결을 평가한다면?

"일단 재판부는 충실하게 심리를 했고, 그에 따라 사건의 기본적인 실체와 본질에 상당히 접근한 판결로 보인다. 다만 선거법 무죄는 아쉽다.

이런 게 있다. 검사들도 새로운 사건을 만드는 것, 사건번호가 새로 생기는 것은 대단히 조심하고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 수사의 단서가 표적 수사인지, 하명 수사인지, 정치적 수사인지 하는 부분은 늘 점검의 대상이다. 당시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은 이미 남부지검에 이철 대표 관련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범죄 정보, 예를 들어 유시민 이사장이 돈을 받았다, 뭐 이런 정보를 대검에서 내려보내면 수사가 쉽게 확대될 수 있지만, 이 고발 사주 사건의 고발장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건이 만들어지는 게 필요했다."

- 그래서 외부에서 고발장이 들어와야 했다?

"그렇다. 검찰은 그때 외부 고발장이 필요했다. 일단 오면, 대검에 접수되면, 그 사건은 대검 공공수사부장 귀중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로 당일 내지는 늦어야 그 다음날 검찰총장에게 보고된다. 그러면 과거 업무 처리 패턴에 비추어 볼 때 윤석열 총장은 특정 검사에게 찍어서 보낸다. 예를 들어 김학의 출국 금지 사건은 수원의 이정섭 검사에게 콕 집어서 보냈고, 윤미향 사건과 유시민 명예훼손 사건은 서부지검의 모 부장에게로 보냈고, 울산 원전 사건은 대전지검의 모 검사장과 부장에게 보냈고.

그렇게 보내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바로 언론에 보도가 난다. 수사 착수.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고, 상황에 따라 집행이 이루어지고, 출석 요구가 이어지고. 문제의 고발장 말미에도 '총선에 앞서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여 엄히 처벌'해달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렇게 당시 4월 15일 총선 이전에 기민하게 진행됨으로써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프레임을 뒤집었을 것이다."

- 왜 굳이 고발을 사주했을까, 왜 대검 공공수사부에 접수하라고 했을까에 대한 답이 되는 것 같다.

"이런 배경적 이해가 좀더 있었으면, 공직선거법 혐의도 유죄가 될 수 있었을 거라는 말이다."

"이 사건에서 언론을 유심히 봐야 한다"
 
"당시 제보자X의 신원은 대검 내에서 감찰부와 수정관실 두 부서만 알고 있었다. 이건 외부에서 알 수 없는 정보였다.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그렇게 특정을 해서 집중 보도를 한 거다."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고발 사주 사건에서 언론의 관여를 주요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권우성
  
조성은씨에게 했던 질문과 같은 질문을 그에게도 던졌다.

- 이번 판결로 사건의 전모가 얼마나 밝혀졌다고 생각하나. 퍼센티지로 말하면?

"한 30% 정도 아닐까."

놀랍게도 두 사람의 답변은 수치가 같았다.

- 그러면 아직 70%가 남아있다는 건데, 이 사건을 초기에 조사했던 사람으로서, 남은 의혹을 꼽는다면?

"우선 검찰 내부다. 한마디로 윗선과 공범에 대한 규명이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은 이미 이 사건에서 피의자 신분이었다. 수정관실의 성상욱 검사와 임홍석 검사, 또 당시 카카오톡 대화방을 구성했던 권순정 검사, 또 대검 밖에서 수정관실과 메시지를 주고 받았던 김유철 검사 등, 만약 범죄 행위가 있었다면, 이들의 행위와 관계를 낱낱히 밝혀야 한다.

두번째는 언론 쪽이다. 이 사건에서 언론의 관여를 유심히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이 있을 수 있다."

1심 판결문을 기준으로 언론이 주요하게 언급되는 건 두가지다. 우선 조선일보. 손준성 검사장은 2020년 4월 3일 오전 6시59분경부터 김웅 의원에게 "제보자X는 지OO임"이라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조선일보 기사 링크를 보냈는데, 당일 오전 3시2분 발행한 <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 9일뒤 MBC '檢·言 유착' 보도> 제목의 기사였다. 이 보도는 문제의 1차 고발장과 논조가 거의 같다.

다음은 채널A. 그날 손준성-김웅-조성은 사이에 페이스북 캡처 사진이 오간 시간에 공교롭게도 채널A 기자들 역시 캡처 사진을 주고 받았고, 손준성-김웅-조성은 사이에 실명 판결문이 오갈 때 역시 채널A 기자들도 실명 판결문 파일을 주고 받았다.
 
손준성 검사장이 2020년 4월 3일 오전 6시59분경부터 김웅 의원에게 "제보자X는 지OO임"이라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보낸 조선일보 기사 링크의 지면판 기사다. 당시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1면과 7면에 걸쳐 크게 실었다. 이 보도는 문제의 1차 고발장과 논조와 거의 같다. ⓒ 조선일보
 
- 당일 조선일보 보도가 이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당시 제보자X가 지OO이라는 사실은 대검 내에서 감찰부와 수정관실 두 부서만 알고 있었다. 이건 외부에서 알 수 없는 정보였다.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그렇게 특정을 해서 집중 보도를 한 거다."

- 그러니까 그 정보가 감찰부는 아닐 테니 수정관실에서 나왔을 테고, 그것 역시 고발 사주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의심하는가.

"그렇다."

- 채널A 기자들이 같은 시각 캡처 사진과 실명 판결문을 주고 받은 건?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고발 사주 사건이 시기적으로 근접해 있고, 앞 사건이 뒤 사건의 동기와 배경이 되는 측면이 있으니, 두 사건의 관여자들은 서로 중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검찰 내부, 언론, 그 다음은?

"세번째는 정당 쪽이다. 당시 4월 8일자 2차 고발장은 실제 접수가 된다."

- 물론 선거가 끝난 후이지만.

"그렇다. 2차 고발장과 그해 8월 미래통합당이 실제로 접수한 고발장은 문헌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조성은에 의해 좌절된 2차 고발장이) 나중에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 대검과 정당 사이에 어떤 의사 연락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있었다면, 꼭 선거법이 아니어도 여러가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연과 운명
 
"고발 사주 사건 전모 중 30% 정도만 밝혀졌다." 한동수 전 감찰부장과 조성은씨의 답변은 수치까지 똑같았다. ⓒ 권우성
 
- 어떻게 하면 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수 있을까?

"현재 조건에서는 전모가 밝혀지기가 매우 곤란하다고 본다. 이번 유죄 판결로 공수처가 최소한의 존재 의의는 증명했지만, 더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 검찰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현재 수사권을 가진 기구들에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면 국회에 기대하게 되는데, 청문회나, 국정조사나, 특검 등이 있다. 결국 여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역사라는 게 아주 우연적인 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 우연?

"우연적인. 그거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 영역은 의도하고 기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 사안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증언이 나올 수도 있고,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사건이 불거질 수도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진실이 밝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오랜 판사 생활로 몸에 밴 공적의식과 함께 종교인 특유의 소명의식과 낙관주의 분위기가 흘렀다. 이런 성향의 그도 검찰총장과 맞서는 대검 감찰부장 생활은 무척 힘들었던 것 같다. 그는 책에 "감찰부장은 혼자이고 사실 무력하다"고 썼다.

- 이게 무슨 의미인가. 외부에서 보기에 대검 감찰부장 하면 힘이 셀 것 같은데.

"권한은 있지만 실제로는 혼자다. 감찰부 내부가, 총장이 누구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내부 인력들이 다 검사다. 1년 내지 1년6개월 후에는 다 일선 청으로 복귀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감찰부장의 말이나 지시보다는 검찰총장 또는 검찰 조직 내 힘 있는 실력자에 의해 더 움직이게 된다. 무엇보다 검찰총장의 지휘권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다. 감찰부장은 기관장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적인 공보 기능도 없다. 그러니까 공격을 받아도 사안에 대해서 얘기할 수가 없다.

유럽과 미국 등의 감찰은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검찰총장의 지휘권으로부터 벗어난 독립성 확보와 감찰 과정과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들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 있는데도 기소권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막강한 권한이어서 또 견제하기 위해 그런 감찰 기구를 촘촘하게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수사와 기소 분리조차 안 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감찰이 검찰총장 내부 지휘권 안에 있다."

- 판사와 변호사를 하다가 대검 감찰부장을 지원했던 거, 후회하진 않는가.

"후회하지 않는다."

- 그러면 다시 해달라고 하면 할 건가. 

"그때는 운명적인 끌림에 따라서 그 길로 갔을 뿐인데, 지금은 여러 조건들이 내게 적합한 자리는 아닌 것 같다."
 
"감찰부장은 혼자이고 사실 무력하다." 한동수 전 감찰부장에게서는 오랜 판사 생활로 몸에 밴 공적의식과 함께 종교인 특유의 소명의식과 낙관주의 분위기가 흘렀다. 이런 성향의 그도 검찰총장과 맞서는 대검 감찰부장 생활은 무척 힘들었던 것 같다. 인터뷰는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는데, 창 밖 너머로 그가 힘들게 근무했던 대검찰청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 권우성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최근 <검찰의 심장부에서>(오마이북)라는 책을 펴냈다.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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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동수, #고발사주, #손준성, #조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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