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ㅇ난감

살인자 ㅇ난감 ⓒ 넷플릭스


* 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캐나다로 가고 싶은 한 청년이 있다. 길거리에 누군가 버린 캐나다 산맥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들고와 자취방 벽에 거는 청년 이탕(최우식 분), 그가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간다 하자 주변 사람들은 시큰둥하다.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고. 군대를 가기 전에 토익 공부를 한다고 꽂혀서 교재만 잔뜩 사놓고 시들시들해졌듯이 또 그런 거 아니냐고. 하지만 이탕은 답답하다. 남들 하듯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또 이렇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이렇게 살아가야 할 삶에 열의가 생기지 않는다. 캐나다라도 가서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인생의 전환점은 뜻밖에 닥쳐왔다. 눈 덮인 산맥 그림을 벽에 걸기 위해 빌려온 망치가 그를 하룻밤 만에 살인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알바하는 편의점에서부터 내내 그를 거슬리게 하던 손님, 그 손님이 쓰러진 골목 옆 골목에서, 그 손님과 다르게 친절하던 이가 얼굴을 바꿔 이탕을 기습한다. 이러다 맞아죽겠다 싶을 때 그의 손에 잡힌 망치, 그렇게 권태롭기 그지없던 그의 인생이 대번에 '클라이막스'로 뛰쳐오른다. 
 
손에 피를 묻히게 된 두 젊은이들

2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본의 아니게 살인자가 되어버린 평범한 청년 이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런가 하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지난 1월 17일 공개된 <킬러들의 쇼핑몰> 역시 대학생 정지안(김혜준 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삼촌 정진만(이동욱 분)이 자살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정지안, 그런데 농사용 호스를 파는 줄 알았던 삼촌의 사업이 수상하다. 7000만 원이 입금되는데, 잔고는 무려 1800억이란다. 슬픔과 혼돈에 젖어있을 틈도 주지 않고 지안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그냥 '사람들'이 아니라 살인 드론을 앞세운 갖가지 장비로 무장한 떼거리 킬러들이다. 심지어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다름아닌 정지안이다. 그러니 삼촌의 정체니 수상한 사업이니는 둘째치고 살아남는 게 먼저다. 자신을 엄호하기 위해 뒤집은 소파, 기관총이 숨겨져 있다. 정지안은 기꺼이 총구를 겨눈다. 

꼬마미 작가의 동명의 웹툰, 그리고 강지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 이처럼 두 드라마는 웹툰과 소설의 원작을 가진 드라마들이다. 그리고 이들 작품들은 평범한 우리네 삶에서는 흔치 않는 기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서사를 펼쳐가는 작품이다. 

첫 살인을 하고 정신을 못 차리며 '정당방위'가 될 수 있나를 고민하던 이탕, 그런데 뜻밖의 기사를 접한다. 그가 죽인 사람이 알고보니 보험금을 노려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진짜 나쁜 놈이었다는 것이다. 더욱 혼란스러운 이탕, 사건은 그날 편의점을 찾아온 두 사람이 서로 죽고 죽이는 난투극을 벌인 것으로 매듭지어진다. 그래도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어느날 그 자리를 목격했던 여성이 이탕을 찾아온다. 그리고 사실은 자신이 맹인이 아니라 다 봤다며 돈을 요구하는데. 결국 그 여성도 죽이게 되고 마는 이탕, 그런데 또 그 여성이 자기 부모를 죽여 마당에 묻은 살인자였다니. 

이처럼 살인자가 되어버린 주인공, 그런데 알고보니 그가 죽인 이들이 다 '진짜 나쁜 사람'이었다는데. 그렇다면 주인공은 살인자인가? 아니면 결과적으로 '정의'를 구현한 걸까? 이탕의 편의점을 찾아온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은 '살다보면 살인도 하게 되고'라며 살인과 살인을 하지 않은 삶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엊그제만해도 권태로워 몸부림치던 주인공은 이제 자기 삶에 닥친 '살인'이라는 과제에 허우적거린다. 과연 나는 나쁜 놈일까? 심지어 살인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이탕의 목에 '소름이 돋는다', 이 정도면 이탕은 '살인에 대한 예지력'을 가진 선지자일까? 
 
 킬러들의 쇼핑몰

킬러들의 쇼핑몰 ⓒ 디즈니 플러스

 
이렇게 드라마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 주인공이 알고보니 '나쁜 놈'을 감별하는 선구안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반전을 통해 보는 이들을 시험에 들게 한다. 세상 찌질하고 무기력하던 저 청년이 벌인 '행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하고. 시험에 드는 건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지안도 마찬가지다. 할머니와 부모님을 어린 시절에 잃고 사고무친 지안을 돌보며 장사나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삼촌은 '용병'이었단다. 지안을 죽이려 찾아온 '킬러'들은 말한다. '니 삼촌도 사람을 많이 죽였'다고.

드라마는 지안의 위기를 거슬러 정진만의 역사를 펼친다. 용병으로 일하지만 주어진 임무 외에 민간인 살상을 피하려던 정진만은 같은 팀이지만 '사이코패스'급으로 살인을 즐기던 베일(조한선 분)을 참아줄 수 없었다. 하지만 정진만의 선택은 지안이를 제외한 일가족 몰살이라는 처절한 대가를 요구했고, 이제 정진만조차 희생이 되어버린 상황이 되었다. 

어린 시절 금방 온다던 삼촌의 말과 달리 자신마저 죽이려던 킬러들을 피해 홀로 살아남은 지안은, 말만 보호자지 '나는 네 부모가 아니야'라며 냉정하게 선을 그은 삼촌 덕에 '강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킬러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는 상황에서, 귀에 울리는 '잘 들어, 정지안'이라는 삼촌의 유지를 따라 본능처럼 생존을 향해 내달린다. 강하게 자란 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 모든 것들이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지안을 '킬러'로 훈련시킨 과정이었다니!

용병을 하던 삼촌, 그 어린 지안이 대학생이 되도록 지안이네에 대한 복수를 포기하지 않는 용병 그룹 '바빌론', 거기에 삼촌이 하던 사업이란 게 무기 판매상이었고, 그 삼촌네서 산 무기로 이제 킬러들이 삼촌에 이어 쇼핑몰의 주인이 된 지안을 죽이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고 들이닥친다는 이 '황당한' 설정을 피가 튀고, 총알이 튀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의 리얼리티'가 덮는다. 

본의 아니게 살인을 했는데 알고보니 살인의 예지력이 있었다는 이탕, 들이닥친 킬러들을 살기 위해 대적하다 보니, 그들이 삼촌은 물론 오래 전 지안 자신과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원수'였다는 정지안, 자신에게 들이닥친 운명에 허우적거리던 두 청춘들은 살인과 킬러라는 극단적인 설정을 차치하고 보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막막해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 그리고 더 감당할 수 없게 된 자신 앞에 두 청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지점이 바로 <살인자ㅇ난감>과 <킬러들의 쇼핑몰>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삼촌 정진만은 말한다. '개는 어디에든 있어. 그러니 싸움을 피할 방법같은 건 없다는 거야'. 피할 수 없다면? 손에 피를 묻힌 두 청년은 기꺼이 그 개떼 속으로 뛰어든다. 
살인자ㅇ난감 킬러들의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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