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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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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프넷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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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으로 대출 이자만 내고 있죠. (주식을) 빨리 팔아버려야 하는데, 살 사람이 없다 그러더라고요. 걱정은 되는데, 어쩌겠어요. (아이쿱생협과) 20년 넘게 거래했는데..."(농민 A씨)

국내 최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조직 '세이프넷'이 소속 법인을 통해 300여명의 직원과 농민 등에 수백억 원 상당의 비상장 자사주를 강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은 해당 법인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승진과 해고 등을 내세워 적게는 1000만원부터 1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들이 회사를 퇴직할 경우, 해당 직원의 자사주 재매입을 회사가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자사주 재매입 거부에 해당하는 금액만 약 153억 원에 달한다.

세이프넷에 속한 법인의 직원이었던 B씨는 지난 2020년 상사의 지시로 25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2022년 퇴사한 뒤 현재까지도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퇴사이후 회사에 자사주 재매입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했다.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는 "회사에서 '주인 의식을 가져라'라면서 자사주 매수를 명령하고, 대대적으로 유도했다"며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매수를 할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대리 진급하려면 3000만 원어치 주식 사라 강요"

퇴직자 C씨도 '승진 누락' 등 회사 쪽 압박에 못 이겨 1000만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뒤 현재까지 발이 묶인 상태다. 그는 "대리로 진급하려면 3000만원어치는 사야 한다며 대출을 유도했는데, 저는 제가 가진 1000만 원어치만 매수했다"며 "오로지 진급 때문에 산 것이었는데, 당시 신입사원 중에서도 2000만 원 가량 매수한 경우가 있어 그런지 진급에서 누락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주식담보대출까지 불사했다. B씨는 "현금이 없는 직원들에게는 투자금을 전액 대출해줬다"며 "금융권에서 빌리는 것이 아니어서 대외적으로는 기록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해당 대출로 주식을 샀다"고 했다.   

현직 직원인 D씨도 비슷한 사유로 자사주 5000만 원어치를 대출을 통해 사들였다. 그는 "자사주 매수 참여 여부에 따라 연봉으로 차이를 두겠다고 하는 등 압박이 상당했다"며 "팀장급 이상 직원들은 대부분 주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세이프넷에 속해 있는 법인과 거래 중인 생산자(농민)들도 거액의 자산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약 1억 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인 농민 A씨는 "청과 쪽 법인과 거래 중인데, 청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샀다"고 했다. 

이어 "사야 한다고 하니 샀을 뿐인데, 1년에 이자만 500만 원 넘게 내고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빨리 처분하고 대출을 갚고 싶은데, (주식을) 살 사람이 없다고 해서 걱정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과 농민은 거의 다 샀다...대출이자만 500만 원 이상"
 
소비자들의 소액 출자금을 마중물로 성장해온 '아이쿱생협'이 포함된 네트워크 조직 '세이프넷'이 관계 법인을 통해 300여명의 직원·농민 등에 자사주를 강매하고, 처분을 거부한 정황이 드러났다.
 소비자들의 소액 출자금을 마중물로 성장해온 '아이쿱생협'이 포함된 네트워크 조직 '세이프넷'이 관계 법인을 통해 300여명의 직원·농민 등에 자사주를 강매하고, 처분을 거부한 정황이 드러났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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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지역 생활협동조합에서 출발해 성장해온 아이쿱생협은 2021년 기준 매출 6503억원, 조직 수 183개, 고용규모 4122명의 국내 최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사세를 확장하며 아이쿱생협은 '세이프넷'이라는 총괄 네트워크 조직을 꾸렸고, 이곳 산하 법인만 70여개에 이른다.

거대 조직임에도 세이프넷의 법적 지위는 분명하지 않다. D씨는 "세이프넷은 법인 등 법적인 조직은 아니다"라며 "아이쿱생협을 포함한 전체 조직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세이프넷이 법적 실체 없이 아이쿱생협을 중심으로 한 전체 그룹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세이프넷이 직원과 생산자, 활동가에 각 법인 자사주 매입을 종용한 시점은 지난 2018년부터다. D씨는 "세이프넷이 2018년부터 '오너파트너십'라는 정책을 내걸고 직원과 조합원인 활동가를 대상으로 각 지역에서 워크숍 등을 진행하면서 주식을 판매했다"며 "생산자인 농민들에게도 본인들이 생산한 채소, 과일, 축산 등을 납품하는 법인에 최대 1억 원까지 주식을 매입하게 했다"고 말했다. 

주식 매입 자금까지 적극적으로 대출해줬던 각 법인들은 세이프넷을 통해 지난 2020년 8월 돌연 대출 회수에 나섰다. C씨는 "초반에는 대출 이자를 성과급 형태로 다시 돌려주는 법인들도 있었는데, 이후 회사가 '현금이 필요하다'면서 은행 대출로 갈아타도록 알선해줬다"고 했다. 

B씨도 "회사의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이 3%대였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5.5%까지 이율을 올린다고 통보했다"며 "당시 3% 후반대였던 은행 대출로 대환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직원과 활동가, 농민은 뜻하지 않게 은행 신용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공통된 증언이다.

303명의 153억 원이 묶였다..."퇴사하면 준다더니 여전히 처리 안 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올해 2월 세이프넷의 '주식 매도 적체 현황 조사' 자료를 보면, 모두 303명의 직원·활동가·생산자가 약 132만주에 대한 매도를 요청했지만 처리되지 않고 있다. 평균 매수가격은 주당 1만 1666원으로, 모두 약 153억 원의 자산이 세이프넷 연관 법인의 비상장주식에 묶인 셈이다. 이 가운데 3년 가까이 매도 요청이 수용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퇴사한 직원들의 주식 매도도 거부됐다. C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식을 팔려고 했는데, 회사는 '퇴사자 우선 원칙'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퇴사하지 않으면 영영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 같아 결국 퇴사하게 됐는데, 회사는 지금까지도 주식을 처분해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D씨는 "회사가 자사주 매입 조건으로 '근속연수 2년', '생협 조합원', '씨앗재단 등 후원자' 등을 내세웠기 때문에 퇴사할 경우 회사가 주식을 매입해주는 것이 맞다"며 "임원들도 '퇴사하면 당연히 회사에서 매입해준다'고 말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26명의 퇴직자가 퇴사 이후에도 주식 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차익 실현을 위해 투자한 경우는 없었을까? D씨는 "이익을 보려 했다면 바로바로 융통이 가능한 외부 주식에 투자했을 것"이라며 "어느 누가 돈을 벌려고 현금화하기도 어려운 소속 법인 비상장주식에 투자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비상장 자사주 강매는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동구 법무법인 참 변호사는 "주식을 강제로 사라고 하는 것은 물건을 강제로 사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며 "원하지 않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므로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을 사지 않으면 승진에서 누락시키겠다는 등의 언급이 있었다면 협박죄로 적용될 수도 있다"며 "주식 강매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 벌려고 투자? "누가 현금화 어려운 비상장주식에..." 
 
소비자들의 소액 출자금을 마중물로 성장해온 '아이쿱생협'이 포함된 네트워크 조직 '세이프넷'이 관계 법인을 통해 300여명의 직원·농민 등에 자사주를 강매하고, 처분을 거부한 정황이 드러났다. 주식 매입 자금까지 적극적으로 대출해줬던 세이프넷은 지난 2020년 8월 돌연 대출 회수에 나섰다.
 소비자들의 소액 출자금을 마중물로 성장해온 '아이쿱생협'이 포함된 네트워크 조직 '세이프넷'이 관계 법인을 통해 300여명의 직원·농민 등에 자사주를 강매하고, 처분을 거부한 정황이 드러났다. 주식 매입 자금까지 적극적으로 대출해줬던 세이프넷은 지난 2020년 8월 돌연 대출 회수에 나섰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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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넷은 별도 법인에서 발생한 일이며, 전체 법인의 주식 매도 요청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관계자는 "세이프넷 내에 여러 법인이 있는데, 이를 한 곳에서 총괄하거나, 통제하거나, 각 사항을 세부적으로 파악하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프넷이 전체 법인의 주식 매도 적체 현황을 관리하고 있는 정황이 담긴 문서가 있다는 지적에도 "그런 사항은 법인 간 자세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현직인 D씨는 "세이프넷에 속한 법인들 중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법인은 단 한 곳도 없다"며 "회계나 재무도 세이프넷 재무팀에서 총괄한다"고 했다. 

개별 법인에선 주식 강매는 없었으며, 매도자가 매도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세이프넷 소속 법인인 E사 관계자는 "주식 강매는 단연코 없었으며, 승진 누락 등의 불이익에 대해 누구로부터도 이야기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퇴사한 직원들은 회사에 주식 매수를 요청하기만 하고, 스스로 양수도 당사자를 찾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사회에선 주식 거래를 위한 안건 상정 자체를 하지 못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퇴직자 등이) 상당 기간 매수자를 찾으려 했어도 못 찾을 경우, 당사가 세법상 주가로 주식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진행하고자 점검 중에 있다"며 "주식을 매각하고자 하는 사람이 세법상 산정 주식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에 동의하고, 적정한 매수자가 나타난다면 주식 매매는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자세한 사항은 각 법인에 문의하라는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의 안내에 따라 타 법인들과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태그:#아이쿱, #아이쿱생협, #세이프넷,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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