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런 염치없는 놈이 세상에 다 있네!' 법이나 상식이 깨지면 사람들은 화가 나서 혼잣말만 냅다 내뱉는다. 누가 동조해주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주위 사람들은 권력 앞에서 입을 다물고, 돈 앞에서 굽실거린다. 불이익을 당할까봐! 아니면 한 푼이라도 더 얻으려고! 이대로 가만히 두면 '다음은 당신 차례'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제, 염치가!' 힘없는 사람들은 그저 푸념만 하고 차마 욕을 드러내놓지 못한다. '옘벵할' 정도만 듣지 않게 그것도 조심스럽게 구시렁거린다. 도적떼들에게 더한 해코지를 당할까 봐! 아니면 더 빼앗길까봐! 서로 돕기는커녕 서로 눈치만 보다가 눈을 내리깔고 만다. 배운 사람이든 돈 있는 사람이든, 도적떼 앞에서는 그런다. 독재정권 때 우리는 배웠다. 

'염치를 찜 쩌 먹었나? 된장에 발라먹었나?' 부글부글한 화병은 내 삶을 망치고, 내 이웃을 무너뜨리는데 돈과 권력과 배움을 가진 놈들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웃는다. 내 일이 아니라면서! 나는 괜찮다면서! 먹고 튈 수 있는 클린스만도 아닌데 클린스만이라고 착각하면서.  

염치를 지키지 않으면, 힘없는 사람들이 살기 힘드니까 법을 만들었다. 그래서 법치보다 앞선 것이 염치고, 염치는 법치에 우선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꼭 필요한 것이 염치니까, 법 없이는 살아도 염치없이는 살아내기 어렵다. 염치없는 놈들과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기 힘들고 밥도 같이 먹기 싫은 까닭이다. 

염치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염치의 우리말은 '주리팅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주리팅이를 잊고 살았을까? 재래시장에서 떡볶이 공짜로 먹고, 돈 뜯어가는 깡패들이 날뛰던 시절부터인가, 을사 5적이 나라를 팔아먹고도 떵떵거렸던 때부터인가. 사람들은 주리팅이를 가지고 있다가도 권력이 나타나면 주리팅이를 숨기고, 돈이 보이면 숨긴다. 잘~도 숨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라가 무너지면 의병을 일으키고 구국의 열사가 되었다. 사냥을 하던 사람도, 구두를 닦던 사람도, 배우던 어린 학생까지도 나라를 구하고자 했다. 때로 동지의 목숨 값으로 제 배를 채우던 밀정도 있었고, 동지의 목숨을 가로채 가문의 영광을 빛낸(?) 매국노도 있긴 했지만 이겨냈다. 나라를 되찾으려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얼마나 많은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우리의 역사에 나와 있다. 나라는 무너지기 전에 지켜야 하지 않는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나와랏, 유시민! 언제까지 평론만 할 텐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나라를 평론으로 지킬 수 없고,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정치를 평론으로 굳건히 세울 수 없다. 입으로 비판의 정치를 펼칠 것이 아니라 몸으로 올바른 정치를 보여라. 염치없이 평론만 하지 말고, 앞장서서 염치의 나라를 세워라. 
 
김부겸 전 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당 통합과 혁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찬 회동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당 통합과 혁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찬 회동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싸워랏, 김부겸! 총리를 지냈다고 쓰러지는 나라를 보고서도 에헴 하고 뒷짐만 지고 있어도 되는가? 나라가 위태로우면, 농사꾼은 농기구를 병장기 삼았고, 학생들은 스크럼이라도 짜고 소리쳤다. 총리가 정치인의 마지막 역할은 아니다. 염치가 없으면 정치인이 아니다. 참 정치는 염치 '있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싸워서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라.
 
'(가칭)조국신당 창당준비위원회가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총선준비에 들어갔다. 조국 인재영입위원장이 출범을 알리는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조국신당" 창당준비위 출범 '(가칭)조국신당 창당준비위원회가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총선준비에 들어갔다. 조국 인재영입위원장이 출범을 알리는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외쳐랏, 조국! 언제까지 법조문을 따지며 선비인 척 할 건가? 아무리 상류층이고 신식교육을 받은 선비더라도 조국의 위기에서는 붓을 던지고 칼을 들었다. 내동댕이쳐지는 나라의 미래를 '디케의 눈물'로 설계할 수 없고, 외면당하는 서민의 삶을 법조문만으로 살릴 수 없다. 염치 '있는' 선비가 행동한다. 서민의 틈으로 들어가 서민의 아픔을 소리쳐 알려라.  

유시민, 김부겸, 조국은 같은 차를 타고, 대구·부산·광주를 찍고 찍어서, 대전·서울로 향하라. 염치 '있는' 서민들의 매섭고 엄격한 회초리를 맞으며, 염치 '있는' 서민들의 마음을 품어야 할 시간이다. 

국민부(조국·유시민·김부겸)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법치인가, 염치인가? 우리의 삶은 언제든 염치가 이겨야 한다.

태그:#총선, #유시민, #김부겸, #조국
댓글6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쓴 책, <염치혁명>, <탐관오리 필독서>, <부서불랑께>, <소설 폐하타령1,2,3>, <쓰잘데기>, <딱좋아 딱좋아>

이 기자의 최신기사익숙한 것과 결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