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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맞서 의협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 의대증원 맞서 의협-전공의 집단행동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맞서 의협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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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과거 의사 파업을 주도했던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의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참모진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골수 보수인데, 왜 번번이 보수정권에서만 정부와 대립하게 되는 것일까"라며 "정부가... 국민인가? 의사가 국민...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서는 "자유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념이 중요하고 공산전체주의에 대항해야 한다면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인 의사들을 업무개시 명령, 체포 영장, 면허 취소 등으로 공박하면서 직업선택, 수행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3전 전승 '무패'를 기록했던 의사 파업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맞선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전공의 10명 중 7명이 사직서를 냈습니다. 8천 명이 넘는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했습니다. 수업 거부도 3곳이나 된다고 합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전공의와 의과대학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협박과 불이익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의사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엄포를 하지만 의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역대 의사 파업 이유와 결과
 역대 의사 파업 이유와 결과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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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의사들은 세 차례 파업을 했습니다. 2000년은 의약분업이었고 2014년은 원격의료, 2020년은 지금과 똑같은 의대 증원이었습니다. 의사들의 전적은 3전 전승입니다. 의사들이 정부와 합의한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정부가 백기를 들고 항복했습니다. 

정부가 의사들의 손을 들어준 가장 큰 이유는 '의료대란'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됐기 때문이었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에는 동네 의원 92%가 휴진을 했습니다. 동네 의원이 문을 닫으니 환자들은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려들었습니다. 응급실마다 전공의가 없어 환자들은 아픈 몸을 부여잡고 몇 시간씩 진료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의사들이 정부의 거듭된 엄포에도 굴하지 않는 것은 파업 이후에 언제나 구제 대책이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2020년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했을 때도 정부는 재응시는 없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국시를 연장하고 재응시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국민의힘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의사 단체들이 끝내 불법 파업에 돌입한다면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면서 "향후 어떠한 구제와 선처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의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과거 사례처럼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반응입니다. 

다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가 역대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며 "세무 조사와 검찰 조사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내 말은 틀렸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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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처음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라는 문장을 썼을 때는, 상식적인 정부를 전제한 발언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정부는 의사를 악마화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최소한의 양식과 양심은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왜냐면, 노무현/문재인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내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한다. 의사가 이런 비상식적인 정부를 이기기는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의사를 죽이고 있다. 그들이 살려야 하는 국민을 죽이는 것이다. 정부 살자고 국민을 죽이는 것이다"라며 "전공의들이 그걸 막아보자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그런 그들을 악마화하는 윤석열 정부... 그 운명의 끝은 분명히 알 것 같네"라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의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풍가방 수수 의혹 이슈를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의대 증원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화물연대 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했던 정부가 계속해서 밀어붙일지, 의사들이 정부가 백기를 들 때까지 싸울지, 아직은 모릅니다. 하지만 강대강으로 치닫는 윤석열 정부와 의사들을 보면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의대증원, #윤석열, #노환규, #의사파업,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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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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