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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주간함양> 곽영군 기자가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이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함양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자말]
함양군 종합폐기물처리장
 함양군 종합폐기물처리장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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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보물을 찾듯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지독한 악취와 각종 쓰레기가 난무하는 이곳, 쉼 없이 돌아가는 재활용 레일 위에는 경남 함양군민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이번 체험 함양 삶의 현장에서는 함양군종합폐기물처리장에서 분리수거를 담당하는 기간제 근로자들의 하루를 체험했다.

분리수거는 폐기물의 소각 및 재활용 등의 처분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재질별로 폐기물을 분리하고 그것을 수집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종이, 유리, 페트병, 플라스틱, 알루미늄, 철 등을 분류하며 오물 및 음식물이 재질에 남아 있는 경우 기계 손상을 유발시킬 수 있어 폐기물로 처리하기도 한다.

1차 선별부터 최종 과정까지... 
 
폐기물 선정, 1차 선별이 필요하다
 폐기물 선정, 1차 선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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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오전 9시30분 함양읍 함양남서로 일원에 위치한 함양군폐기물종합처리장을 방문했다. 새해의 첫 절기인 입춘이 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오전은 쌀쌀하기만 하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폐기물종합처리장을 도착해 환경위생과 공무원에게 오늘 체험에 대한 주의사항을 전해 들었다.

설명과 함께 오늘 체험에 필요한 장비(안전모, 마스크 등)을 입고 폐기물을 선별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선별장에는 공대윤 반장이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 반장은 폐기물이 처리장으로 들어오는 과정부터 최종적으로 선별되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공 반장은 "폐기물 수거 차량이 처리장으로 들어오면 먼저 1차 선별을 위해 재활용 봉지를 포함한 모든 폐기물을 분리하여 불연성 및 가연성 재질을 구분한다"며 "다음으로 선별된 재질 플라스틱, 공병, 알루미늄 등을 한 곳에 모아 선별장으로 올린다"고 말했다.

대략적으로 하루 평균 함양군종합폐기물처리장으로 들어오는 폐기물량은 2.5톤 트럭 오전 두 대, 오후 두 대가 들어오며 여름철 및 축제 기간에는 양이 더욱 증가한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분리수거 작업에 나섰다. 먼저 1차 분류를 마친 재활용품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개미지옥 같은 선별장
 
선별장으로 이동하려면 넓이 1미터가 조금 안 돼 보이는 입구를 통과해야 한다
 선별장으로 이동하려면 넓이 1미터가 조금 안 돼 보이는 입구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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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이 가득한 장소 가장자리로 이동해 구멍이 뚫린 바닥을 대나무 막대기로 힘껏 눌렀다. 선별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뚫려 있는 입구는 넓이 1미터가 조금 안 돼 보였고 이곳을 통과하는 재활용품은 레일을 따라 위쪽 선별장으로 이동한다. 거두절미하고 입구를 향해 대나무를 무작정 찔러 넣었다.

조금씩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꼭 개미지옥을 연상케 한다. 그렇게 대나무 막대기로 찔러 넣기 5분, 벽처럼 쌓인 재활용품들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입구 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크기도 모양도 심지어 재질도 다른 재활용품이 막히지 않고 한 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다음으로 2층 선별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대략 10여명이 레일을 사이에 두고 유·무색 페트병, 플라스틱, 병, 알루미늄 등을 손으로 직접 선별한다.

가장 앞쪽에 있는 구역으로 이동하여 처음 페트병을 분리하는 작업자 옆에 섰다. 방법은 크게 어려울 게 없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무색 페트병을 골라내면 되는 것. 항상 시작은 힘이 넘친다. 재활용품들이 내 앞에 잔류하는 시간은 1초 남짓. 빠르게 여러 재질 속에서 페트병을 분리했다. 콜라병부터 소주병까지 다양한 페트병이 눈앞으로 지나가고 그중 오염된 병은 수거하지 않았다.

시끄러운 기계음으로 작업자 모두가 귀마개를 착용하고 있어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다.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이 시작됐다. 한참을 손으로 페트병을 골라냈다. 잠시나마 시간을 지체할 겨를도 없다. 다행히 뒤에 있는 근무자도 같은 재질을 분류하고 있어서 조금의 실수는 허용되지만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떠한 말도 없이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했다. 작업 시간이 점차 흘렀고 그에 따라 허리, 즉 척추기립근 살려 달라고 요동친다. 또 코를 찌르는 악취는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 괴로움을 가중시켰다. 분명 체감하기에는 1시간이 훌쩍 흘렀다고 여겼지만 고작 30분이 지났다. 괜스레 멈추지 않는 기계가 야속하다.

나만 이렇게 고되고 힘든 것인가? 주위 작업자들을 둘러보니 모두 처음과 비슷한 속도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점점 체력의 한계가 왔다. 이미 등은 땀으로 젖어 축축한 느낌이고 헬멧 옆으로 땀이 비가 오듯이 쏟아진다. 머릿속에서는 "지금까지 체험했던 현장 중 최고 난이도 체험이다"라는 생각이 맴돈다.

거대한 쓰레기장
 
거대한 쓰레기장
 거대한 쓰레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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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던 레일에서 더 이상 쓰레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이는 곧 휴식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라 예단해 한 숨을 돌리니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대한 쓰레기 산이 들이 닥쳤다. 오늘 오후 반차 예약이다.

이런 와중에 앞 근무자는 더욱 열심히 분리수거를 이어갔다. 손 하나에 하나씩 분리하는 나와 달리 앞 근무자는 한 움큼씩 단 번에 많은 양을 계속해서 옮기고 있었다. 꼭 포옹하듯이 옮겼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작업을 이어갔다.

모든 재활용품 분리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계 끝에는 철 성분을 자석을 이용하여 끌어당기는 기계가 있다.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3에서 T-X 역을 맡은 크리스타나 로켄이 자기장에 당겨지는 것처럼 여러 재질 중에 철을 끌어당기는 모습이 신기하다.

공대윤 선별반장은 "군민들이 처음 분리수거를 할 때 제대로 분리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그나마 아파트 단지와 같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은 분리수거가 원활하게 되고 있는 상황인데, 면 단위는 투기 비슷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일반 봉투와 종량제 봉투 구분 없이 쓰레기가 들어오면 굉장히 번거롭게 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분리했으면..."
 "처음부터 제대로 분리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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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함양,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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