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옵티칼') 노동조합원에 대한 가처분 간접강제금 강제집행이 시작됐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년 전 공장에 불이 나면서 구미공장 물량을 모두 타지역 공장으로 옮겼다. 또한 구미공장의 노동자를 전원 희망퇴직 시키려 했다. 이를 거부한 11명의 노동자가 타지역 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장 점거 및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9월, 사측은 노동조합에 '공장 철거 방해 금지 가처분'을 걸었다. 사측이 공장 철거를 목적으로 찾아왔을 때 노동조합이 방해하면 그때마다 총 950만 원의 간접강제금이 쌓인다. 올해 2월 6일, 법원이 가처분 간접강제금 강제집행을 인용했다. 보름치가 두 번 인용되었는데 각 5600만 원이다. 11명의 노동조합원이 공장을 한 달 지킨 대가로 1억 1200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간접강제금 강제집행은 앞으로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간접강제금, 강제집행 등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법조인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옵티칼 지회 사건을 담당한 탁선호 변호사와 지켜보며 연대하고 있는 이동민 변호사, 김서룡 노무사다.

[탁선호 변호사] "법원이 평화적인 해결 방법 차단" 
 
옵티칼 조합원들에게 탁선호 변호사가 가압류와 가처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옵티칼 조합원들에게 탁선호 변호사가 가압류와 가처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관련사진보기

 

저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건을 담당하는 탁선호 변호사입니다. 금속노조 법률원 소속입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조합이 생겼을 때부터 함께했고 특히 회사가 청산·해고를 하면서부터 긴밀하게 함께하고 있습니다.

외국 투기자본이 노동자를 이렇게 버린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2009년),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2018년) 등 대규모 정리해고의 심각성을 알린 큰 사업장들도 있었고, 지역에서는 대구의 한국게이츠 폐업(2020년)과 영천의 다이셀코리아 폐업(2022년)이 있었습니다. 구미의 아사히글라스와 같이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곧바로 해고(2015년)한 사례도 있습니다.

외국 투기자본은 상시적으로 철수하겠다고 위협하며 노동자에게 노동조건 저하와 양보를 강요합니다. 이런 강요를 당해온 노동자 입장에서 현재 상황에 더욱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사 갈등을 방치하고, 법은 기업의 청산 결정에 노동자들이 개입할 수 없다고 차갑게 말합니다. 회사는 순식간에 청산을 결정하고, 대형 로펌이 폐업과 청산, 희망 퇴직과 해고 절차를 매끄럽게 하는 역할을 하고, 형사 고소와 고발로 노동자 목을 죄는 순서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경찰은 회사의 설비 반출, 토지 원상 회복을 위해 경찰력을 투입합니다. 그렇게 정부와 지자체는 해고된 노동자들의 삶에는 무관심하고, 또 다른 외투 기업을 유치할 계획만 세웁니다. 멈춘 설비와 텅 빈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심정이 어떨지 저로서는 정말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외국 투기자본의 상습적인 수법, 한국 법원은...

이번 간접강제금 강제집행을 법원이 인용해준 것은 당사자들의 억울함은 둘째치더라도 법적으로 매우 아쉽습니다. 회사가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를 충분히 수용할 능력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노사의 교섭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겁니다. 그런데 법원은 회사의 교섭 거부가 정당하다며 아예 노사 교섭을 차단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한국옵티칼의 일본 본사는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 이후 기존 구미공장이 생산하던 제품을 그대로 평택공장이 생산하게 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엘지 디스플레이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옵티칼 노동자를 해고했지만 생산은 그대로 하면서 거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아 있는 조합원들은 고용승계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회사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대화와 교섭을 통해서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법원이 먼저 기업의 청산 결정이니 교섭하지 않아도 된다고 잘라버렸습니다. 평화적인 해결 방식을 차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법원은 가처분 명령을 통해 분쟁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평화롭게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은 노사 교섭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법원이 이 점을 놓친 게 아닌가 매우 아쉽습니다.

[이동민 변호사] "간접강제금 강제집행, 들어본 적 있나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시민간담회에 이동민 변호사가 참석해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 자기소개중인 이동민 변호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시민간담회에 이동민 변호사가 참석해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관련사진보기

 
저는 대구참여연대 정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동민 변호사입니다. 올해 1월 처음 옵티칼 현장을 찾았고 이후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오고 있습니다.

'간접강제금 강제집행'이 다소 복잡한 개념이라서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간접강제는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행을 말 그대로 '간접적으로 강제'한다는 뜻입니다. 법원이 어떤 결정을 했는데 그 결정에 대한 실행력을 담보하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은 '법원 말을 듣지 않으면 들을 수밖에 없는 수준의 돈'을 내도록 하는 겁니다. 결정에 대한 강제력을 담보할 수 있는 많은 방법 가운데 돈이라는 수단으로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간접강제'입니다.

회사의 공장 철거에 협조하지 않으면 하루에 950만 원을 내도록 해 어쩔 수 없이 법원 결정에 굴복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결정은 이미 지난 1월에 났고 이번에 간접강제금에 대해서 강제집행을 한다는 것이지요. 강제집행의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서 앞으로 회사는 법원을 통해 노동자들의 통장을 못 쓰게 만들 수도 있고, 집에 '빨간 딱지'를 붙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간접강제의 결정문을 받는 것과 그 결정문을 토대로 강제이행까지 청구하는 건 차원이 다른 악(惡)입니다. 사측이 공장 철거를 하겠다며 일주일에 6번을 찾아오고 있으니 옵티칼 조합원들은 거의 매일 950만 원씩 빚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심적 부담이 엄청날 겁니다. 안 그래도 조합원들은 평균 12년간 일한 직장을 잃고 정리해고까지 당한 상태입니다.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긴 어렵겠죠. 그런데 이제 간접강제금을 실제로 집행까지 한다는 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사탄도 실직할 만한 짓'이 아닐까요?

옵티칼은 법조계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

2024년 1월 27일, 구미 시민이 개최한 옵티칼 상황 관련 시민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저도 참석했습니다. 그전에도 저는 여러 노동 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옵티칼 투쟁에 몸 담고 그 안에 담긴 진실을 알면 알수록 옵티칼 투쟁은 2024년 대한민국 노동계와 법조계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옵티칼 사건은 본질이 간단하잖아요. 같은 자본이 설립한 다른 공장으로 고용승계를 하라는 겁니다. 같은 유니폼 입고 같은 제품 만드는 곳이에요. 경기가 어려운데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사내 복지를 늘려달라는 것도 아니죠. 고용승계는 분명 상식적인 요구인데도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권력의 도움도 받으면서요. 법조인으로서 제 생각엔 이 문제가 적절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법조계는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서룡 노무사] 돈으로 짓밟지 말라는 사회적 공감
  
김서룡 노무사가 강의를 하고 있다.
 김서룡 노무사가 강의를 하고 있다.
ⓒ 김서룡

관련사진보기

 
저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김서룡 노무사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종이 신문을 읽는데 어느 날 '고공농성'이라는 단어와 함께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옵티칼의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자본이 돈으로 노동자의 투쟁을 분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 우리 사회는 계속 봐왔고요. 이 사건의 경우, 심지어 원래 가처분에 포함되어 있던 금속노조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제외하고 조합원 개개인에게만 강제집행을 청구했습니다. 이건 조합원들에게 돈으로 모멸감을 주려고 의도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김천지법 판사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자세한 판단 근거를 다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에 이번 강제집행은 한국 사회가 쌓아온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결정입니다.

얼마 전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이 이슈가 되었죠. 대통령의 거부권은 차치하고 국회에서 통과되었던 건요, 돈으로 노동자 짓밟는 아픔을 다시는 보지 말자는 사회적 합의가 쌓여온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옵티칼 사측이 가처분 간접강제금 강제이행을 신청한다는 건 사회적 합의를 되돌리려는 퇴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 관대한 법, 바뀔 수 있을까?

늘 느끼지만 법이 노동자보단 회사에 훨씬 관대해요. 노동자한테는 엄격합니다. 특히 폐업, 청산에 있어서 노동자를 지키는 면에선 더욱 법이 무력해지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이번 강제집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강제집행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러한 법적 판단이 계속된다는 겁니다. 계속되면 기업 전반에 법이 신호를 주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쉽게 청산할 수 있어!' , '이렇게 하면 문제없이 해고할 수 있어'라고요.

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법은 바뀐다는 거예요. 정말 어렵고 잘 안 바뀌지만, 그래도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이, 또 많은 사람이 움직이면 바뀝니다. 법은 기본적으로 자본과 함께 발을 맞추지만 둘의 오붓한 발걸음을 무너뜨리고, 노동자에게 우호적으로 법을 끌고 올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태그:#노동조합, #구미, #고용승계, #NITTO, #강제집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반갑습니다. '어렵다고 안 할 것인가'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살고 있는 이훈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