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6년, 작은아이 6년 도합 12번의 학년초 제출하는 아동기초조사표를 올해 마지막으로 작성했다.

처음 아동기초조사표를 작성할 때만 해도 이 빈칸들을 어떻게 메우면 좋을지, 도대체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담임선생님의 특성에 따라 요구하는 빈칸은 다양했고, 써야 할 내용도 많고 적음이 차이가 있었지만 두 아이가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기본 틀은 매년 같았다.

기본 양식 중 첫 번째는 아이와 가족의 간단한 인적 사항을 적는 난이 있다. 인적 사항은 있는 그대로 주소, 전화번호, 가족관계 등을 주민등록등본에 나오는 대로 쓰면 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취미나 특기의 영역에 들어오면 아이의 취미가 뭐더라? 특기는? 하는 고민이 되는 것. 나는 이때 아이와 잘하는 거, 즐겨 하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골라보았다. 물론 특출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쓰기 편하겠지만 보통 아이인 우리 아이들의 특기는? 특기라고 시켜보면 어쩌나 슬금슬금 걱정이 밀려온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사실을 적되 좀 특이한 것으로 한다. 가령 특기는 수영(물론 아이들이 배우고 있고, 여러 해를 배우고 있어 적당히 할 줄 안다) 같이 수영장에 가지 않고는 검증이 어려운 걸로 고른 것이다. 또는 학기말 발표회 때 이용할 수 있는 악기 연주나 저글링 등 특출난 것이 있다면 이를 쓰는 것도 좋다.

그 다음으로 아이의 취미가 뭐지? 싶은데 즐거워하는 게 취미라고 볼 때 그럼 '놀기와 게임'이 제일 먼저 나오는데 솔직하게 게임, 놀기라고 적어도 될까? 취미 역시 아이가 주로 하는 활동 중에 부정적 이미지를 주지 않는 활동으로 골라 쓰는 게 좋다.

아동기초조사표가 아동에 대한 교사의 첫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가장 잘 하는 건 노는 것이라고 해도 노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무얼 하며 노는지 보고 방법을 써주는 것이다. 가령 만들기, 그림 그리기, 책 읽기 같은 항목이 무난하다.

장래희망은 되도록이면 아이의 희망과 부모의 희망을 같이 쓴다. 아이의 꿈을 존중해 주되 이번 기회에 어떤 장래희망을 가질지 같이 얘기 나누며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아이의 건강 관련 부탁 말 항목에는 아이의 알레르기나 특이사항을 써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행여라도 문제가 생겼을 시 담임선생님도 양호선생님도 대처하기 좋기 때문이다.

큰아이는 봄철만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얼굴에 작은 좁쌀만 한 게 오돌토돌 올라온다. 그래서 우리 집은 항시 이걸 기재하는데 한번은 담임선생님께서 야외 체육 시간 후 아이에게 얼굴을 씻도록 안내해 주셨던 적이 있다. 그 덕분에 그 해는 훨씬 수월하게 봄철을 넘겼다. 

마지막 아이에 관해 부탁할 말씀 항목에는 주로 한 해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관심 가져야 할 것에 대해 한두 가지를 정해 쓰면 된다. 초등이지만 교과 성적 향상에 신경 쓰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인성교육, 교우관계에 대한 얘기를 쓸 수도 있다.

이때 기억해야 하는 점은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으로 서술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때 나는 나를 깎아내리는 것이 겸손이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때가 있었다. 이걸 아이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해 버리면 담임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만들 수도 있다.

집에서 귀하게 대접받고 귀히 여겨지는 아이가 밖에서도 그렇다. 부모가 아이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이런 글을 작성할 때 드러나 뜻하지 않게 담임선생님께 미러링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근간으로 아이의 생활 모습에 대해 기술해야 한다.

선생님은 내 아이를 학교에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길러주시는 분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갑을 관계는 아니지만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때때로 을의 위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숨기거나 거짓을 말할 것은 아니며, 솔직하되 긍정적 시선으로 선생님을 믿고 맡기는 태도가 중요하다.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늘 작성하는 아동기초조사표는 꼭 엄마의 숙제 같았다. 하지만 숙제의 책임이나 무게보다 담임선생님과 우리 아이를 같이 키운다는 관점에서 아이를 소개하고 알린다는 맘으로 작성에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