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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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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이태 전 인문학 프로그램을 함께 수강한 사람이 만든 카톡방에 초대됐다. 수강생 중에는 강사만큼 학구열 높은 분들도 있어 선뜻 응했다. 물론 초대한 분도 나와 비슷한 취지로 카톡방을 만들었다고 했다.

카톡방에 50명 가까운 회원이 가입했다. 카톡방 주인은 자신이 그간 수집하고 연구한 자료를 올리며 흥미를 자극했다. 서로 감사를 표하며 늦게 인문학에 눈뜬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누구 말대로 '인문학은 끝이 없다'는 것에 십분 공감하면서 공부하는 즐거움에 내심 흐뭇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몇 달이 지났을까. 회원 중 한 명이 호불호가 뻔한 정치적인 내용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정 정치인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선동하기도 했다. 인문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장이다. 이에 일부 냉담하거나 반대했지만 그 집요함은 스토커 수준이었다.
    
급기야 회원 중 전직 교수 한 분이 직접 설득에 나섰다. "여기는 인문학을 새롭게 공부하는 분들이 모인 곳이며, 눈살을 찌푸리는 자기주장과 편견은 하지 않기로 약속한 공간"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누가 보더라도 지당한 말이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되레 반대하는 이유를 대라며 막무가내였다. 반박은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다. 이에 절망한 회원들이 한두 명 나가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회원이 3분의 1로 줄었다. 알고 보니 남은 사람은 인문학에 그리 관심 없는 사람들뿐이었다.
     
이로써 인문학을 열심히 공부하려는 본래 목적은 깨지고 말았다. 결국 참다못한 카톡방 주인이 박차고 나가버렸다. 자신이 만든 카톡방을 스스로 '폭파'한 것이다.

이 같은 경험이 독자들 중에 한두 번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런 불편한 SNS 대화를 계속해야 하는지 요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순수한 취지로 만든 SNS 커뮤니티들이 온데간데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카톡이나 밴드 등 SNS가 정치이슈로 오염되고 있다. SNS를 정치적인 공간으로 활용하는 정치꾼들 때문이다. 요즘엔 의사 증원 등 사회적 이슈로 회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 대부분 주관적 판단과 편견으로 가득하다. 이를 퍼트려달라는 주문도 서슴지 않는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인내심이 바닥날 지경이다. '묻지 마 지지와 주장'을 강요하는 수준이다.
     
SNS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민감한 문제는 서로 기피하거나 꺼내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지만 무조건 자기들 집단사고를 미친 듯 들이대는 모양새다. 이처럼 신념을 강요하는 세뇌나 다름없는 행위에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찬동할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거나 듣는 '확증편향'이 있다. 이게 지나치면 혐오를 부른다. 지금 가뜩이나 정치불신이 고조된 상황에서 자기 주장만 내세운다면 그건 언어도단이다. 억지 주장과 가짜뉴스로 '돈 버는 유튜버'들도 판치는 세상이다.
     
총선이 바짝 다가오면서 정체불명의 전화가 자주 온다.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이다. 조사에 몇 번 응했지만 시간이 아까웠다. 질문들이 앞뒤가 맞지 않고 뻔한 답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후로는 한 번도 응하지 않는다.
    
전에 살던 곳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문자도 계속 보내고 있다. 후보자는 개인적인 정보가 이렇게 함부로 유통되는 게 불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터. 그렇다면 이는 이미 국회의원을 포기했다는 자기 선언이며 국민에게 반감을 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자랑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선거운동원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기분과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인성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정말 놀랍다.  
    
누구나 정치적 신념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당과 인물도 있다. 그러나 이를 표현하는 공간이 불특정 다수가 함께 하는 곳이라면 자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함부로 사상과 이념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면 자기 속임수이며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다.
     
내 상식으로는 SNS에서 주제가 어떻든 자기주장을 강하게 펴는 건 상대를 무시하는 행위다. 지지정당에 관계없이 파벌을 조성하는 일방적인 게시물은 불쾌하게 만든다. 정치인들의 온갖 막말과 억지 프레임에도 지쳤다. 나는 이번 기회에 그런 SNS빌런들을 모두 손절했다.

이제 몇 개 안 남은 SNS커뮤니티 공통점은 가끔 순수하게 안부를 묻거나 누구에게나 적용할 만한 건강 정보와 덕담 정도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비로소 SNS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만 우리 동네와 지역에서 어떤 인물이 나오고 그들의 정책이 무엇인지 스스로 공부해 보면 어떨까. 이러한 시간은 나중에 누가 당선되든 '후회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인문학, #카톡, #밴드, #SNS,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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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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