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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찾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은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가져보는 것이다. 주간함양은 관내 체육 및 취미 활동 그룹을 방문하여 종목별 특색 있는 활동을 군민들에게 소개함으로써 건전한 여가생활을 독려하고자 한다.[기자말]
경남?함양군에는 구한말 일제강점기 순장바둑 국수, 노사초 선생으로 인해 매년 전국적인 바둑 대회가 열린다
 경남?함양군에는 구한말 일제강점기 순장바둑 국수, 노사초 선생으로 인해 매년 전국적인 바둑 대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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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 안에 삼라만상(森羅萬象)의 모든 이치가 들어있다고 한다. 경우의 수가 무한에 가깝고 지금까지 같은 방식으로 경기 결과가 나온 기록이 없다. 바둑은 적게는 10수, 많게는 20수 앞을 내다보며 상대방의 심리를 읽어내는 고난도 스포츠로 인류가 만든 가장 높은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특히 경남 함양군에는 구한말 일제강점기 순장바둑 국수, 노사초 선생으로 인해 매년 전국적인 바둑 대회가 열리고 있다.

바둑은 상대방을 마주보고 즐기는 게임이다. 가로세로 19줄기, 361개 교차점에 흑·백의 돌로 에워싼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 흔히 빈 공간을 '집'이라고 말하는데 바둑의 승리 조건은 단 하나 상대방 보다 '집'이 더 많으면 승리한다. 또 규칙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편이다. 따냄, 착수 금지 및 패의 규칙, 계가(마지막 집을 세는 행위) 등이 전부로 규칙 자체는 하루 만에 익힐 수 있다.

그러나 기본 실력을 체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바둑은 여느 게임처럼 정답을 찾는 행위가 아닌 안목을 키워가는 것으로 입문과 숙달 과정이 어렵다. 또한 사활, 정석, 포석, 행마, 끝내기 등과 같은 기초를 조금씩 익혀야 비로소 대국다운 대국을 펼칠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기본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절대적인 최선의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정답이 없다. 바둑의 형세가 한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를 보이다가도 한 번의 착수로 판세를 뒤집는 경우가 종종 프로 경기에서도 나타난다.

거침 없는 손끝
 
13일 함양군 바둑기원에는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 수담을 나누고 있다.
 13일 함양군 바둑기원에는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 수담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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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함양군 바둑기원에는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 수담을 나누고 있다. 각자의 기풍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들 손끝은 거침이 없다.

지금의 전 세계 바둑 일인자는 신진서 9단이 제패했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함양의 노사초 선생이 한국 바둑 계보의 꼭대기에 있다.

함양군 바둑협회 이용재 전무는 "현대 바둑은 신진서 기사가 대표하고 있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한국을 알리고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환, 이세돌, 이창호, 조훈현 기사까지 대단한 고수들이 즐비하다. 그중 현대 바둑을 이끌었던 조남철 선생까지 쟁쟁한 고수들 가운데 조선시대 바둑을 대표하는 노사초 선생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노사초(盧史楚) 선생 본명은 석영(碩泳)이며 순장바둑(조선 바둑이라 부르며 현대 바둑과 달리 열여섯 개의 꽃무늬가 그려진 화점에 피차의 돌을 같은 모양으로 섞바꾸어 배치하고 중앙 천원에 흑 돌을 놓은 다음 백의 선수로 바둑을 시작하는 것) 국수(나라에서 으뜸가는 바둑 고수를 지칭하는 말)로 백남규 국수에게 바둑을 배웠다고 알려졌다. 노사초 선생은 호방한 전투형 바둑을 두었다고 전해지며 당대 맞수가 없다. 그리고 장기간 전국을 유랑하며 바둑을 두어 숱한 일화가 존재한다.

노사초 선생의 영향 덕분일까 함양군은 기타 지자체에 비해 바둑 기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 전무는 "다른 군 단위 지역보다 함양군은 특히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또한 이렇게 기원이 마련된 곳도 군 단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함양군에는 함양읍, 안의면, 서상면 등에 바둑 기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함양군 바둑협회 등록된 회원은 대략 100여명 정도로 회비는 연회비로 일반회원 10만원, 이사회원은 20만원이다. 따로 동아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둑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 배워두면 크게 실력이 녹슬지 않고 공간적인 면에서도 제약을 받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동등한 위치에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 전무는 "바둑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기초를 닦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지만 한 번 방법을 터득하면 잘 잊어버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으며 공간의 제약도 없기에 간편하다. 또 상대방과 본인의 기력의 차이를 알고 있다면 동등한 위치에서 핸디캡을 적용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불리한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기량으로 다투는 경기이기에 이보다 공평한 게임이 어디있나"라고 말했다.

지금이야 다양한 오락거리가 개발되며 바둑의 인기가 예전만큼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즐겼다. 하나의 설화로 옛날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백발노인이 바둑을 두는 것을 구경하던 중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전설도 있다.
 
두뇌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 바둑
 두뇌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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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전무는 "미국에 있는 세계적인 회사 구글에서 자국민은 즐기지도 않는 바둑을 AI 시스템을 만들어서 사람과 시합을 겨루게 한 것은 그만큼 바둑이 매력적이기에 AI를 만들면서까지 시합을 했다고 본다. 물론 자사의 기술력을 세계에 공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바둑의 세계와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저도 어릴 적 한창 바둑에 빠져있을 시기에는 저녁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바둑판을 그려보곤 했다"고 말했다.

2016년 3월9일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goo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은 전 세계인들이 주목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세돌 9단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했던 경기는 알파고의 4대1 승리로 마무리되며 당시 경기를 관람하던 바둑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바둑 문화도 많이 변화시켰다.

이 전무는 "우리나라 최고 바둑 고수가 지금은 신진서 기사인데, 이 기사가 다른 고수들과의 차이점은 사람을 스승으로 두지 않는 것이다. 옛날에는 바둑 고수 밑에서 수개월간 배움을 받으며 스승의 그림자를 따라갔지만 지금은 모두 컴퓨터를 통해 바둑을 배운다"며 "이러한 현상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경기를 마치고 한 말이 '나는 지금까지 바둑이 도와 예에 관한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기술과 기능 그리고 계산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용재 전무는 장소에 구해 받지 않는 바둑을 관내 더욱 보급하여 많은 군민들이 즐겨 함양군이 바둑을 대표하는 지자체로 거듭나길 기대했다.

이 전무는 "바둑 자체가 기본적으로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다. 그렇기에 노령인구가 많은 면 단위 마을회관에서 바둑이 활성화되면 이보다 좋은 치매 예방 프로그램은 없을 것이다. 꼭 바둑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오목이라도 둘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또한 얼마 전 개평마을에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노사초 기념관과 같은 사업이 준비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사업이 실시될 때 행정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서 차후 대한 바둑협회와 같은 굵직한 단체가 함양군에 올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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