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1일 대구 달서구 윤재옥 대구 달서구을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찾아 축사하고 있다. 2024.3.21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1일 대구 달서구 윤재옥 대구 달서구을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찾아 축사하고 있다. 2024.3.21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이 다시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 '낙승'을 예상하던 국민의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비서관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출국 과정이 부각되면서다.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을 두고서도 용산 대통령실과 당 사이 갈등이 감지됐다. 도태우 변호사,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 등의 '막말 리스크'가 터지면서 지난 총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시절의 '차명진 리스크'가 트라우마처럼 되살아났다. 과거 '세월호 막말'로 무너졌던 선거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번지게 된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에 대한 여론이 오차범위 밖에서 '정권 안정'보다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자 공천 파동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모이지 않던 '정권심판론' 여론이 다시 힘을 받게 됐다. 조국혁신당의 등장도 여기에 한몫했다.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여당 '수도권 위기론'이 재부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변에 "혼자서는 버겁다"라고 토로했다는 보도(채널A)마저 나왔다. '정권 심판'에 맞서 '운동권 특권 세력 심판'을 내세웠던 한동훈 위원장이 두 개의 칼을 꺼내 들었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 또 하나는 '종북몰이'. 

[차별화] "다 해결됐다"라며 홍보하지만... 

사건 초기만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용산을 대변했던 당이지만, 지지율 추이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기조를 바꿨다. 우선 막말 논란이 불거진 후보들의 공천을 뒤집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형사 변호를 맡아, 사실상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친박' 지분으로 여겨졌던 도태우 변호사의 공천이 취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불리며,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들에도 적극적으로 '입'이 되어 주었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도 공천장이 날아갔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이자 공동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이철규 의원의 반발에도 적극 대응했다. '친윤' 중에서도 핵심인 '윤핵관' 이철규 의원의 의견을 순수하게 개인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 그 뒤에는 용산, 그것도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다는 게 정설에 가깝다. 

그러자 '좌경율·우동혁'의 '우'를 맡고 있는 장동혁 사무총장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대신 적극적으로 대리전을 펼치며, 공천관리위원회 내에서 이철규 의원을 견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의원이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을 두고 공개적으로 한 비대위원장을 저격하고 나서자, 명분이었던 '호남' 그리고 '당직자' 배려에 대해 일부 수용하고 나섰다. 하지만 용산에서 원한 것으로 알려진 주요 인사들은 당선권 밖에 배치되거나 아예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예컨대 윤 대통령의 '20년 지기'이자 검찰 수사관 출신인 주기환 전 광주광역시당 위원장은 끝내 비례대표 명단에 오르지 못하고, 대신 용산에서 따로 '민생특별보좌관' 자리를 신설해 임명했다. 마치 한 비대위원장 보란듯이. 

한 비대위원장은 이종섭 대사의 귀국과 황상무 수석의 거취 결단도 압박했다. 이 역시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때와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기자들과의 백그라운드 브리핑 현장에서 '즉각 소환'과 '즉각 귀국'을 언급한 그는, 용산에서 불쾌하다는 표현이 나옴에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를 밀어붙였다. 결국 황 수석의 사퇴와 이 대사의 귀국으로 이어졌다. '윤-한 갈등'의 2라운드는 사실상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섰던 사항을 주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밀고 있다. 일부 강성 지지층의 이탈을 감수하고서라도 "민심에 절실히 반응"했다며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한 비대위원장은 20일 카메라 앞에서 "황상무 수석 문제라든가 이종섭 대사 문제, 저희가 결국 오늘 다 해결됐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기 전 한 시민이 국민의힘의 낙하산 공천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기 전 한 시민이 국민의힘의 낙하산 공천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색깔론] 연일 '종북' 언급하며 민주당 비난

한 비대위원장의 '색깔론'도 주요한 공격 포인트다. 더불어민주연합에 진보당이 참여하고, 민주당과 진보당이 각 지역구에서 적극적으로 단일화에 나서는 것을 연결고리 삼아 '종북몰이'에 나선 것. 국민의힘은 일찍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종북 세력의 트로이 목마'로 규정하며 날을 세워왔고, 한 비대위원장 역시 같은 기조로 날을 세워왔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발언의 횟수와 강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종북 세력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류를 장악하게 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총선 승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이후로 그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전국을 다니며 "종북"을 외치고 있다.

"범죄자들의 연대와 종북세력의 주류 진출을 막아야 할 역사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19일, 서울특별시 경의선숲길)
"우리 말고는 저런 세력을, 종북 통진당 아류 세력을, 이 세력들이 대한민국을 망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20일, 경기도 안양시 초원어린이공원)
"지금 범죄자 연대와 종북 통진당의 후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저희뿐이다." (21일, 대구광역시 동성로)
"조국 그리고 위헌정당 통진당의 후예들 모두 정상적인 정당체제에서는 주류가 될 수 없고 정치를 장악할 수 없는 극단주의자들이다." (22일, 충청남도 보령시 장동혁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진보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심판을 통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임을 강조하는 한편, 제1야당이 이들을 비호해 원내 진출을 돕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위 '운동권 특권 세력 심판'을 내세운 한 비대위원장의 총선 기조와 맥이 맞닿아 있다.

민주당은 신현영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기댈 곳은 종북 몰이뿐인가?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라며 "반성은 못할망정 '종북 몰이', '이념 갈라치기'의 케케묵은 프레임으로 국민을 호도하려고 들다니 참으로 한심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민주당은 논란이 되는 후보들을 사퇴시키면서 피해가기 전략을 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3.22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3.22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 정도로 차별화? 더 세게 나갔어야" "종북 프레임은 최후의 카드"

이같은 카드들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정도로 차별화한 것을 홍보하는 건 오히려 효과를 반감시킨다"라면서 "더 세게 나갔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종섭 대사가 귀국하기는 했지만, 아직 국민들은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와 '운명 공동체'를 언급하며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면 오히려 여권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종북 프레임이 민주당의 약점이기는 하지만, 지금 구도에서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라며 "2030세대는 '운동권'이나 '종북'에 반응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역대 선거에서 보수정당은 '민생'과 '경제'를 내세웠을 때 승리했다. 대표적인 게 '경제민주화'"라며 "여당이 지금 '야당 심판론'을 가져온다고 해서 정권 심판론을 희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지금 차별화를 한다고 해서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장 소장은 "공천 문제도 용산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모양새로 정리됐고, 이종섭 대사의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라며 "차별화가 먹혔다면, 정권 심판론을 향한 여론이 약화되어야 하는데 그런 경향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종북 카드는 보수 정당이 더 이상 쓸 게 없을 때 쓰는 최후의 카드"라며 "종북을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지금 여권이 수세에 몰렸다는 뜻이다. 지지층 일부까지 이탈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태그:#한동훈, #국민의힘, #종북몰이, #차별화, #410총선
댓글2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