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개막전에서 작년 준우승팀 kt에게 기분 좋은 연장전 승리를 따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개막전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6-2로 승리했다. 정규이닝 9회까지 kt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삼성은 연장 10회초 공격에서 9회부터 등판한 kt의 새 마무리투수 박영현을 무너트리며 짜릿한 개막전 승리를 따냈다.

삼성은 연정 10회 1사 만루에서 대타로 출전해 중전 적시타를 때린 김현준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시즌 첫 아치를 그린 강민호를 비롯해 데이비드 맥키넌, 구자욱, 류지혁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코너 시볼드가 6이닝4피안타8탈삼진2실점1자책으로 호투한 가운데 3명의 불펜투수가 4이닝 무실점으로 개막전 승리를 견인했다. 삼성이 지난 스토브리그를 통해 구축한 '88세이브 트리오'가 개막전부터 빛을 발한 것이다.

필승조 구축하지 못한 삼성의 불펜진

작년 61승1무82패로 정규리그 8위에 그쳤던 삼성은 4.62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10개 구단에서 가장 불안한 마운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5.16에 달했기 때문에 삼성팬들은 리드를 하고 있어도 경기 후반이 되면 언제 경기가 뒤집힐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여야 했다. 실제로 작년 시즌 삼성은 시즌 내내 '필승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믿음직한 불펜진을 구축하지 못했다.

불안한 불펜 속에서 '불혹의 끝판왕' 오승환의 투혼은 대단히 빛났다. 오승환은 작년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0년(4.50) 이후 가장 높은 3.4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58경기에서 4승5패30세이브2홀드를 기록하며 3년 연속 30세이브와 함께 전인미답의 통산 40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KBO리그에서 처음으로 FA자격을 얻은 오승환은 지난 1월 2년 총액 22억 원의 조건에 삼성에 잔류했다.

작년 그나마 제 역할을 해줬던 불펜투수는 지난 2016년12월 FA 차우찬의 보상선수로 LG트윈스에서 삼성으로 이적했던 우완 이승현이었다. 2021년 9.5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이승현은 2022년 13홀드4.68에 이어 작년 4승4패14홀드3.60의 준수한 성적으로 2년 연속 두 자리 수 홀드를 기록했다. 장필준과 김태훈,최충연 등 우완 불펜투수들의 부진 속에 이승현의 분전은 단연 돋보였다.

작년까지 프로에서 21년을 보낸 베테랑 잠수함 우규민은 2021년 24홀드3.31, 2022년16홀드3.26의 성적을 올리며 삼성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우규민은 작년 56경기에 등판해 3승13홀드로 팀 내 홀드 2위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이 4.81로 크게 상승했다. 게다가 우규민은 작년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으면서 올해는 대구가 아닌 수원을 홈으로 사용하게 됐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 출신으로 삼성에서 심혈을 기울여 육성하고 있는 2002년생 좌완 이승현은 프로 2년 차 시즌이었던 2022년 2승4패1세이브14홀드4.53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 불펜의 핵심 좌완으로 활약해 주리라 기대했던 작년엔 48경기에 등판해 43.1이닝을 소화하며 1승5패5세이브7홀드4.98로 주춤했다. 이승현은 올해 불펜이 아닌 선발투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4이닝 무실점 합작으로 개막전 승리 견인

이승현의 선발변신과 우규민의 이적, 그리고 한 살 더 먹게 되는 오승환 등 작년에 비해 불펜에 불안요소가 늘어나는 삼성은 지난 스토브리그를 통해 불펜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삼성은 작년 11월 최근 3년 연속 30세이브와 통산 169세이브에 빛나는 리그 정상급 마무리 김재윤을 4년 총액 58억 원에 영입했다. 김재윤은 20대의 젊은 투수는 아니지만 오승환보다 8살 어리기 때문에 향후 오승환을 이어 삼성의 뒷문을 지킬 확률이 높다.

삼성의 불펜 강화는 김재윤 영입에 그치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1월 통산 122세이브57홀드를 기록 중인 또 한 명의 베테랑 불펜 임창민과 2년 총액 8억 원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에서 뭉친 김재윤과 오승환, 임창민은 작년 각각 k와 삼성, 키움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세이브 부문 2위, 공동3위, 6위에 오른 바 있다. 세 마무리 투수가 작년에 기록한 세이브의 합만 무려 88개에 달할 정도.

삼성이 지난 겨울을 통해 구축한 마무리 3인방의 활약은 개막전부터 빛났다. 박진만 감독은 23일 kt와의 개막전에서 2-2로 맞선 7회 임창민을 투입했다. 임창민은 선두타자 황재균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장성우와 천성호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에 등판한 김재윤도 볼넷 3개를 허용하며 제구가 흔들렸지만 2사 득점권에서 강백호를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을 하지 않았다. 

9회에는 예정대로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은 9회를 세 타자로 가볍게 끝냈고 10회초 공격에서 삼성이 4점을 뽑아내자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갔다. 오승환은 1사 후 배정대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민혁을 중견수플라이, 대타 정준영을 루킹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개막전 승리투수가 됐다. 작년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3명의 투수가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개막전에서 4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견인한 것이다.

개막전 승리가 중요했던 만큼 이날 임창민이 20개, 김재윤과 오승환이 나란히 19개의 공을 던졌지만 사실 '마무리 3인방'이 시즌 내내 경기 후반을 책임질 수는 없다. 따라서 기존의 우완 이승현과 김태훈, 이재익, 이적생 최성훈, 양현 등 다른 불펜 투수들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88세이브 트리오'와 나머지 불펜투수들이 조화를 이룰 때 삼성은 비로소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불펜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삼성라이온즈 오승환 김재윤 임창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